멈출 줄 모르던 유가, 하루 만에 5% 급락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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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줄 모르던 유가, 하루 만에 5% 급락한 이유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10.05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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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금리 급등에 경기 둔화 우려 확산
휘발유 재고 증가 등 원유 수요 둔화 가시화
사우디·러시아 등 기존 감산규모 유지도 유가 하락에 영향 
고공행진을 펼치며 글로벌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해 온 국제유가가 지난 4일(현지시간) 5%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고공행진을 펼치며 글로벌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해 온 국제유가가 지난 4일(현지시간) 5% 급락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고공행진을 펼치며 글로벌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해 온 국제유가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5% 급락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 세자릿대 가격을 향해 돌진하던 국제유가가 갑작스레 방향을 틀게 된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자릿대 유가 눈 앞에 두고 하루 만에 5% 급락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자릿대 유가는 머지 않은 듯 했다. 

지난달 28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장 중 배럴당 95달러를 나란히 돌파했다. 9월 한 달 간 WTI 가격은 8.6% 급등하며 지난 6월 이후 월간 기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세자릿대 유가를 목전에 두고 이같은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10월 이후 단 3거래일 동안 WTI는 7.2% 급락, 9월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특히 4일의 급락세는 더욱 주목됐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일대비 5.01달러(5.61%) 내린 배럴당 84.2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낙폭이며, 종가는 지난 8월31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5.6% 급락해 배럴당 85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급락세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미 국채금리의 급등세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다. 

최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6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 국채금리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치솟는 국채금리는 경제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 국채 금리가 16년래 최고치로 급상승한 것은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을 위협하고 있다"며 "주가 하락과 달러 강세가 동반된 대출비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1년간 미국과 세계 경제는 크게 둔화될 수 있고, 금융시장 붕괴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의 오름세에 연동해 주택담보대출 또한 큰 폭으로 올랐다. 

WSJ에 따르면, 대출 기관 중 많은 곳들이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의 금리를 7.5%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23년래 최고 수준이다. 차입비용이 높아지면 소비가 줄어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은 7월 하순부터 시작된 금융여건의 긴축이 지속된다면 향후 1년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미 국채금리 급등에 경기 둔화 우려 확산

경제에 대한 우려는 원유 수요 둔화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밤 휘발유 재고가 예상외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원유 수요 둔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유가를 더욱 끌어내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648만1000배럴 증가한 2억2698만4000배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가 30만배럴 증가를 예상했으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모닝스타 분석가인 스테판 엘리스는 "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석유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JP모건은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수요 파괴가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원자재 전략팀장은 "유가 상승에 따라 미국과 유럽, 일부 신흥국에서 수요 억제가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가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를 이끌었지만, 유가 급등으로 중국이 지난 8월과 9월 국내 재고를 활용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도 3분기 들어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흐름.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흐름.

주요 산유국, 기존 감산 규모 유지...유가 하락에 영향  

주요 산유국들이 기존 산유량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기로 한 점 또한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는 4일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를 열고 기존의 산유량 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연말까지 기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번 OPEC+ JMMC 회의에 앞서 일부 분석가들은 주요 산유국이 추가적인 감산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WSJ은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비회원국들의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OPEC 산유국들은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감산을 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예상과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추가적인 감산 계획을 밝히지 않고 기존의 감산 계획을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급축소에 대한 부담이 해소된 점이 유가를 하락세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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