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공룡 등에 노조 결성 바람 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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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공룡 등에 노조 결성 바람 부는 이유"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5.0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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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아마존의 한 창고에서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동조합' 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미국 뉴욕 아마존의 한 창고에서 크리스 스몰스 '아마존 노동조합' 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아마존과 애플 등 미국 정보기술(IT) 공룡들에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누려온 미국의 아마존 물류창고와 애플의 소매점 애플스토어에서 노조 조직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의 최대 아마존 창고인 'JFK8'에서는 지난달 1일 노조 설립 투표가 가결돼 미국의 아마존 사업장으로는 처음으로 노조가 조직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럽의 일부 아마존 사업장에는 노조가 이미 만들어졌지만 미국에서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제도적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앨라배마주 배서머 등 다른 아마존 창고 3∼4곳에서도 노조 설립이 추진중이다. 미국 내 아마존 시설은 1000여개에 달해 노조 조직화가 대세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지만 활동이 확산하는 것은 사실이다.

스태튼아일랜드 창고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한 전·현직 아마존 직원들의 모임인 '아마존 노동조합'(ALU) 측은 100개가 넘는 다른 아마존 시설의 직원들로부터 노조 결성에 관한 문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스토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 있는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노조 결성에 찬성하는 동료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애틀랜타 인근 컴벌랜드몰의 애플스토어에서 노조를 추진하는 직원들이 직원들의 지지 서명을 확보해 투표 신청 서류를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출했다.

이달 3일 메릴랜드주 볼트모어 인근 타우슨몰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노조를 결성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WP는 타우슨몰 애플스토어의 노조 설립 드라이브가 미국에서 새롭게 부활한 노동운동의 최신 사례라면서 "팬데믹이 초래한 격변이 많은 미국인에게 그들의 직업과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가 아마존, 애플, 스타벅스처럼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온 사업장에 노조 조직화 바람이 불게 했다는 것이다.

노조 설립 활성화의 동력으로는 먼저 숙련된 노동인력의 부족이 꼽힌다. 미국에선 팬데믹의 그늘에서 벗어나 경제 정상화에 가속페달을 밟는 와중에 많은 일터에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노동자가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팬데믹 기간 불가피하게 했던 재택근무나 휴직을 통해 사람들이 가족이나 삶의 다른 가치를 자각하게 된 점도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요구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타우슨몰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회사의 업무 일정 시스템이 개별 매장에 재량권을 거의 주지 않아 직원들이 일과 삶의 다른 가치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고 불평한다고 WP는 전했다.

아마존과 애플이 팬데믹 기간 외려 특수를 누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급여는 충분히 오르지 않았다는 불만도 잠재 요인이다.

일례로 애플은 최근 1분기 매출액으로는 사상 최고인 973억달러(약 123조8000억원)를 벌었다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8.6% 증가한 것이자 5년 전에 견줘 거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사람들은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경영학 교수 아이반 바런케이는 최근 노조 조직화는 단순한 임금과 수당 문제를 넘어선 이슈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런케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점 같다"면서 수천 명의 직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 때로는 그들과 거의 소통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또 타우슨몰 애플스토어의 한 직원은 "팬데믹이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대학을 졸업한 노동자가 늘어난 점을 노동운동 활성화의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질 좋은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도소매업 종업원이나 물류 배송 등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업종을 선택하게 된 대학 졸업자들이 아마존, 스타벅스 등에서 노조 조직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조가 많이 조직되면 회사가 급여·수당·근무 여건 등과 관련한 규정을 바꾸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결성 노력이 실제 결실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난관이 많다. 노조 선거가 치러진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의 또 다른 아마존 창고에서는 2일 노조 설립이 부결됐다.

더 많은 직원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노조 결성이 무산된 것이다. 이 사업장의 일부 직원들은 이미 회사가 제공하는 급여나 수당에 만족하며, 노조는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뉴저지의 한 아마존 창고에선 노조 설립 투표를 치르기로 했다가 노조 추진 측이 갑자기 이를 철회했다.

애플은 직원들에게 이미 좋은 수준의 급여·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우리는 의료보험과 학비 지원, 출산 휴가, 유급 육아·돌봄 휴직, 연례 주식 지급 등을 포함해 매우 강력한 보상과 수당을 정규직·임시직 직원들에게 제공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아마존 역시 노조가 있었다면 요구할 수준의 급여를 이미 주고 있다며 노조를 거치지 않고 회사가 개별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효율적인 방편이라며 '무노조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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