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실효성 논란]② 상장사 90% "ESG 공시 부담"…정부 "선진화 방안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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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실효성 논란]② 상장사 90% "ESG 공시 부담"…정부 "선진화 방안 찾겠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2.01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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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30년 코스피 상장사 전체 ESG 의무 공시 추진
상장기업 10곳 중 9곳 "ESG 공시 부담스럽다"
재계 "ESG 의무공시 신중히 접근해야"
고승범 금융위원장 "기업부담 최소화하겠다"

 

정부가 ESG 의무공시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재계는 기업 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기업에 불확실성의 시대, 새로운 성공 전략을 요구했고, '성장중심' 경영에서 '지속가능' 경영으로 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를 해치는 의사결정(Governance)을 해서는 안 된다’는 ESG가 화두로 떠올랐다. ESG는 지속가능 경영 성과를 비교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공통의 지표이며, 기업 간 비교를 통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활용된다. 불확실성에 대한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ESG 경영', 우리 재계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지난해 12월16일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실시한 'ESG 정보 공개 의무화 관련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6%가 "환경정보, 정보보호 개별 법률에서 ESG 정보 공개 의무화가 추진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9곳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제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재계는 정부 부처별로 환경과 정보보호, 재무제표 등 각 분야에서 ESG 공시 의무 법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의 이행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는 ESG 공시와 관련해 선진화된 방안이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기업들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등 ESG 공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국제적으로 제대로 된 공시 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ESG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정부는 2025년부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동시에 금융 당국은 재무제표에 ESG 관련 정보를 함께 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 ESG 의무공시 추진하는 이유

정부는 기업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재계의 항변에도 왜 ESG 의무공시 추진을 강행하는 걸까. 

지난해 10월25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사의 ESG 직접투자 현황(2021년 6월말 기준)에 따르면 주식 2조6000억원, 채권 67조7000억원으로 금융사 전체(은행, 보험, 증권) 자산규모 5588조7000억원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ESG 펀드설정 현황도 2조원 수준으로 전체 펀드 설정 규모인 753조8000억원의 0.3% 수준이다. 

유 의원은 "세계적 금융투자사와 각국 연기금 등에 비해 우리 금융기관은 ESG 투자에 소극적"이라면서 "이런 태도는 아직 기후변화 이행 리스트에 대한 건전성 규제나 감독 체계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ESG 관련 사항을 재무제표에 정식 기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사에 국제협약보다 더 큰 영향력과 강제성을 부여하는 게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이고 재무제표 공시가 이뤄질 경우 투자 유인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2025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환경 관련 기회, 위기요인 및 대응계획과 노사관계, 양성평등 등 사회이슈 관련 개선 노력 등 지속가능경영 관련 사항을 담은 보고서다. 

매년 100여개사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2019년 기준 거래소에 이를 공시한 회사는 20개사에 불과하다. 정부는 먼저 자율공시를 활성하고 단계적으로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대한 공시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ESG 재무제표 도입도 병행한다. 

재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ESG 공시 관련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ESG 공시 의무화는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부담 가중·신중하게 접근해야"

재계는 정부의 ESG 공시 강화 추세에 "기업 부담만 늘어난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2조원 이상의 자산총액을 보유한 주권상장법인은 매년 환경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환경경영 추진체계, 자원·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물질 배출저감 목표와 실적 등 주요 정보를 알려야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ESG 공시 의무화를 중심으로 한 ESG 규제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통일 기준이 마련되고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제적으로 ESG 공시를 법률로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기업 부담과 향후 불필요한 전환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국외 투자자들의 요구로 이미 ESG 공시를 하거나 준비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아직 남 이야기처럼 느껴져 준비 상황이 더디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같은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 사례 등을 볼 때 공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인 틀을 정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예정대로라면 기업들이 ESG와 관련한 공시 보고서를 세 권 내야 한다. 기업의 ESG 전략은 짜임새 있게 구성돼야 효과적인데 이 경우 체계적 ESG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ESG 의무 공시 강화와 관련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금융위 "중복공시 부담 줄일 것"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7일 열린 '글로벌 기준에 따른 ESG 공시 확산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여러 부처가 개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는 기업들이 중복적인 공시 부담을 갖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 위원장은 "향후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국제 규범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 및 관계기관이 함께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잉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자국 총회)에서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설립 및 국제적으로 단일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에 참가 197개국이 합의한 바 있다. ESG 공시를 위한 글로벌 합의를 통해 신설 될 ISSB의 설립 및 운영 방안은 올 2분기 초안 발표 후 하반기 확정될 예정이다.

참가 197개국는 IFRS(국제회계기준)이 투자자나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재무적 활동을 파악할 수 있듯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 및 대응방안을 파악할 수 있는 국제 표준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고 위원장은 "ISSB 설립과 국제 표준화 발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ESG 공시 확산이 예상된다"며 ▲국제 ESG 공시 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게 선진화하고 ▲ESG 공시제도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며 ▲기업 및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 ESG 참여를 독려하는 등 세 가지 측면의 노력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ISSB가 제시할 글로벌 요구 수준에 부응하고 지속적으로 ESG 정보공시 제도를 보완 개선화되 우리의 경제 상황과 산업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면서 "ISSB에 한국 인사 추천, 정부 재정지원 등 우리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자율공시 참여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참여 확대로 ESG 관련 정보와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ESG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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