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파리 협정 탈퇴는 경제적 이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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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파리 협정 탈퇴는 경제적 이득 때문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6.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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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일자리 확보, 에너지산업 육성 등이 배경…불공정성에 이의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숨어 있다. 제조업과 에너지산업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파리 협약이 공장이 밀집해 있는 중국과 인도에 이롭게 짜여 있고, 미국에는 불리하게 되어 있는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의 돈으로 미국의 산업이 쇠퇴하는 것을 보고 있을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펴는 경향이 강하다. 트럼프가 하는 것이 죄다 잘못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조치가 미국내 가난한 노동자와 쇠락해가는 공업지대(러스트 벨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면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 숨어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 경제도 제조업이 강한 구조인 만큼, 굳이 유럽 위주로 구성돼 있는 협약을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 /그래픽=김송현

 

① 파리 협약의 불공정성

 

2005년 12월에 마련된 파리 협약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매년 1,0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중국, 인도 등 다량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는 나라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2025년까지다. 미국은 이 돈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댄다. 우리나라도 OECD 가입국가인 만큼 일정 비율은 내야 할 것이다.

이 협약에 따라 세계 탄소배출 2위 국가인 미국은 탄소 저감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석탄 광산을 폐쇄하고, 석탄을 때는 공장에서 다른 에너지원을 써야 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13년 후인 2030년부터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양해를 받았다. 13년동안 중국은 석탄을 마구 태워 공장을 돌려도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인도는 국제적 자금 지원을 받는다. 매년 수십억 달러를 받아 탄소 저감 시설에 투입하도록 되어 있다.

트럼프는 이 점을 강조했다. 당장 피츠버그의 탄광을 폐쇄해야 할 입장인데, 미국에서 폐쇄된 석탄 생산량만큼 중국에서 증산하면 지구의 탄소 배출량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는 논리다. MIT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약으로 CO2 배출량이 오히려 매년 0.2% 늘어난다고 한다. 파리협약 지지자들이 잘못된 통계를 가지고 국제 조약을 만들었다는 게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② 일자리 보전

 

파리협약을 따르게 되면 미국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 이하로 떨어 뜨려야 하는데, 현재의 배출량 기준으로 할 때 26~28% 감소시키는 조건이다. 이 조건을 따르려면 2020년까지 30조 달러의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2025년까지 270만개의 일자리를 잃게 되며, 제조업에서만 44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트럼프는 주장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타격이 크며, 미국의 제조업이 생산감축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 종이산업은 12%, 시멘트 23%, 철강 38%, 석탄 86%, 천연가스 31%씩 각각 생산을 감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GDP 감소 효과도 3조 달러에 이르고, 미국인 가정에 5,000 달러의 소득이 줄게 된다는 주장이다.

 

③ 에너지 산업 보호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지지한 사람중 하나인 바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다. 그는 석유 재벌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이고, 석유제벌인 코흐 가문도 공화당의 재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에너지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을수 없다.

미국은 세계적인 자원보유국이다. 자국 에너지산업을 규제하고, 다른 나라 에너지 산업을 키우는 국제조약을 찬성할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난한 노동자 수백만명이 그곳에서 일한다. 그런데 파리협약이 그들의 일자리를 뺏고 산업도 쇠퇴시킨다는 것이다.

인도는 2020년까지 석탄 생산을 배로 늘리도록 허용되어 있다. 그 사이에 미국 에너지 산업은 규제에 묶여 생산시설을 폐쇄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진영의 주장이다.

 

④ 주권상실

 

트럼프는 외국의 지도자들이 밀어붙인 조약에 의해 미국인들이 손실을 볼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미국의 주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파리 협약은 미국에 아주 가혹한 드라콘(고대 아테네의 법률가)식 조약이라고 트럼프는 강조했다. 그는 “나는 파리 시민이 아니라, 피츠버그 시민을 대표해 선출됐다”고 말했다. 피츠버그는 한때 미국 철강·석탄산업의 중심지였지만, 쇠퇴하고 있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의 말인즉, 프랑스와 독일의 유럽인들이 미국 제조업을 망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뜻이다. 환경보호에 쓸 돈을 미국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쓰겠다는 취지다.

트럼프의 관점에서 볼 때, 파리 협약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인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환경법을 다시 뜯어고쳐야 하는 문제를 부딪치게 된다. 그는 “어디까지 미국의 위신이 떨어져야 하는가, 미국이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에 의해 조롱을 받을수 없다”며, 파리 협약이 미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⑤ American First의 표현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 협약을 탈퇴하겠다는 것은 트럼프가 공약한 미국제일주의(American First)를 실천하는 대표적 행위로 간주된다. 그의 파리 탈퇴는 국가경제자문위등 많은 전략가의 자문을 얻어 결정되었다. 트럼프의 이론적 배경은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 이론을 믿지 않는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EPA) 청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데다 지난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각종 기후변화 협정을 '중국의 사기극'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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