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공장 역할, 21세기엔 도시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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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공장 역할, 21세기엔 도시가 수행”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7.05.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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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구축으로 4.0 인프라 확보하고 새로운 일자리까지 창출

 

스마트시티가 4.0 시대의 출발점인 이유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2017년 05월호

 

저명한 경제학자인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은 최근 출간된 책에서 20세기에 공장이 하던 역할을 21세기엔 도시가 수행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금까지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공장에서 나왔던 것과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이 사라지고 도시가 가치 창출의 가장 큰 원천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공장이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경제활동과 고용 측면에서 공장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들고 그 자리를 도시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앞으로 도시정책이 곧 새로운 산업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 노동 4.0, 디지털 정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위 ‘4.0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어느 한두 개의 요인으로 그 성공을 점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전략적 출발점을 찾다 보면 스마트시티가 그 문을 여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4.0 시대는 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획기적으로 확장한다. 현재 도시화에 대한 전망은 주로 인구를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UN은 2009년 50%에 머문 도시화율이 2050년에는 7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도시의 기능에서 일어날 것이다. 인구의 도시화뿐 아니라 제조업·농업의 도시화 등 많은 기능들이 도시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 안에서 1인 제조업이 증가하고, 멀리 떨어진 스마트농장을 도시에서 운영하는 시대가 된다. 동시에 도시의 외연도 확장돼 비도시 지역도 구조와 기능 면에서 도시의 모습을 띠게 된다. 한마디로 4.0 시대는 도시가 직간접적으로 거의 모든 지역을 대표하는 시대다. 따라서 도시를 지능화하는 것이 세상을 지능화하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갖는다.

 

둘째,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시티를 구축함으로써 4.0 시대의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다. 과거 산업화가 전력, 도로, 항구 등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됐듯이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4.0 시대도 새로운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한다. 특히 지능기술은 기존의 기술들에 비해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자동차는 세계 어디에서나 달릴 수 있지만, 무인자동차는 정밀지도 등 플랫폼이 잘 갖춰진 곳에서만 달릴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데이터분석, 인공지능, 로봇 등 각종 지능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필요한 공통요소들을 플랫폼 방식으로 구축해놓은 도시이기 때문에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 자체가 4.0 시대의 인프라를 만드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셋째, 스마트시티는 4.0 시대의 가치를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수요 창출을 촉진한다. 지능기술 같은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이용자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우버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가 확산되려면 많은 이용자의 경험이 쌓여 어느 정도의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리빙랩(Living Lab) 같은 개방형 혁신시스템이 각광을 받는 것도 기술과 서비스 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이용자 경험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 건강, 환경, 안전, 교육 등 생활밀착형 지능형 서비스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사람들의 경험을 확산하고 초기 시장 창출을 앞당길 수 있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은 불가피하게 생산과정에서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역사적으로 농업 부문에서의 고용이 급격히 감소했듯이 앞으로 산업(제조업) 부문에서의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전추세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남은 인력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인데, 스마트시티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1인 경제(gig economy), 1인 제조업 등 새로운 경제활동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기술과 서비스 혁신을 위한 유연한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다 손쉽고 효과적으로 새로운 경제활동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달리 말해 스마트시티를 먼저 구축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사람들을 새로운 사회서비스 분야로 이동시키는 전략이 가능하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스마트시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행스러운 점은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시티 발전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경직적 규제가 많고 분야 간 칸막이와 기득권이 공고한 한국에서 스마트시티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4.0 시대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한다면 조만간 손에 잡히는 미래경제를 마주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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