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 '비이성적 과열'…30년전 일본 닮았다
상태바
中 소비 '비이성적 과열'…30년전 일본 닮았다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1.13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산·증시 거품 빠진후 고가품 사재기…일본 거품붕괴 직전과 데자뷰

 

“빈센트 반 고호의 명작 「해바라기」를 경매장에서 한국돈으로 570억원에 사들였다. 최고가였다. 뉴욕의 상징적 건물인 록펠러 센터를 매입하고, 헐리웃 최고의 영화사인 컬럼비아사를 인수했다.”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1980년대말 일본경제의 버블이 꺼지기 직전의 유명한 스토리다. 1987년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팔렸던 반 고호의 작품은 어느날 도쿄 신쥬쿠의 야스다화재라는 보험회사 건물에 걸렸다. 2차 대전에서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군의 참전으로 패배했던 일본은 하와이의 레조트 시설을 거의 사들였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침공으로 2등 국가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휩싸였다.

고도성장으로 벌어들인 엔화자금은 국내 부동산 시장으로, 주식시장으로 가다가 마침내 미술품 시장으로 옮겨 탔고, 해외 부동산 시장으로 건너갔다.

그 무렵 예일대 교수인 폴 케네디는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경제발전으로 무섭게 추격해오는 일본이 미국을 제낄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일본 경제는 곧 무너졌다. 버블이 붕괴된 것이다.

▲ 캐럿당 가격으로 역대 최고가에 낙찰된 희귀한 '블루문 다이아몬드'최상급의 12캐럿짜리 청색 다이아몬드가 11일 스위스 경매 시장에서 중국인 수집가에게 4천860만 스위스프랑(4천840만달러, 한화 약 560억원)에 팔려 캐럿당 가격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중국인들의 고가품 싹쓸이, 비이성적 과열 조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인류 역사에 수많은 거품이 생겼다가 터졌다. 17세기에 튤립 뿌리 하나가 호화주택 3채의 가격에 거래됐다가 하루아침에 가라앉는 경험을 했고, 2차대전의 패전을 경제로 복수하겠다던 일본경제의 거품도 무너졌다. 21세기초 닷컴 버블이 그랬고,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그것이다.

요즘 일본경제의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데자뷰(deja vu)다. 그모습은 중국의 소비 광기에서 보인다. 중국인들의 소비에서 일종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중국 신리이(新理益)그룹의 류이쳰(劉益謙) 회장 부부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1억7,400만 달러(1,972억원)에 낙찰했다. 역대 미술품 경매사상 두 번째 높은 가격이다. 그는 택시 운전사 출신으로 기업을 해서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다. 상하이에서 2개의 미술관을 운영 중인 류이첸·왕웨이 부부는 지난 4월에도 송나라 왕조 꽃병을 1,470만 달러(약 170억원)에 사들이며 꽃병 경매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들은 좋은 미술품을 사서 중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올초에도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온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2,990만 달러(약 345억원)에 사들인바 있다.

중국 부동산 갑부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도 1990년대부터 미술품을 매입했다. 그는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왕 회장은 피카소의 1950년 작품 ‘클로드와 비둘기’를 당시 예상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2,820만달러(약 326억원)에 매입해 큰 손임을 과시했다.

또 최상급 판정을 받은 희귀한 대형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중국인 큰손 수집가에 의해 2천850만달러(약 330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10일 크리스티 제네바지점에서 진행된 보석 경매에서 16.8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가 이 같은 가격에 팔렸다고 밝혔다.

중국은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을 사들였다. 이 호텔은 각국 정상들이 묵는 숙소로도 유명하다.

중국인들의 명품 매입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사실. 명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구매가 대중화되는 분위기다.

▲ '누워있는 나부' 열띤 경매 /AFP=연합뉴스
소비로 버티는 중국경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쇼핑이벤트 '광군제'(光棍節)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24시간 동안 16조5천억원 어치의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11일에 열려 '쌍(雙)11' 행사로 불린 이벤트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톈마오(天猫·T몰)가 주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탈리아의 명품 자라, 영국의 버버리등 전세계 명품 제조회사들이 총 집결했다. 이번 행사에서 나타난 폭발적 매출은 중국 소비자의 힘을 전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소비 충동구매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매출의 68%가 모바일에서 나왔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누르기만 하면 된다. 인터넷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에서 군중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이 이번엔 소비 대국으로 커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작년 같은달에 비해 11% 증가해, 증가폭이 9월(10.9%)에 비해 소폭 확대됐다. 제조업의 각종 지수가 가라앉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동방항공의 지난달 승객 수송도 작년 같은달에 비해 1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소비 열기를 뒷받침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맥킨지가 최근 중국 소비자 1천2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올해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며, 84%는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가라앉고 있는 중국 경제를 소비가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제조업은 위기…중국경제 디플레 조짐

하지만 이 소비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하고 있다. 고도성장과 무역 흑자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중국의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중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제조업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소비가 마냥 지속할수 없는 여건이다.

광군제 행사를 주도한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도 중국경제가 당분간 어려울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이 "향후 5개월에서 15개월까지가 중국에는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낙관했다. "현재 중국 중산층은 3억명이며 앞으로 15년 안에 5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고품질 제품,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의 지난 10월 산업생산은 작년 같은달에 비해 5.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9월 증가 폭보다 0.1%포인트 위축된 것이며, 이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국이 지난해 11월 이후 기본 금리를 6차례나 인하하고, 인프라에도 잇따라 투자했지만 제조업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제품 가격 하락이 생산의 위축과 투자의 둔화를 초래해 경기를 더욱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생산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반영하는 발전량도 감소폭이 3.2%로 9월보다 커졌다.

석탄의 국내 가격은 1년 반 만에 20% 감소했다. 10월의 도매 물가는 5.9% 하락해 4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 수준을 밑돌았다. 과잉 생산이나 설비 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철강과 시멘트 산업도 생산량이 전년 수준을 계속 밑돌고 있다.

10월 소비자 물가는 1.3% 상승했다. 공식적인 디플레이션 상태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상정한 3%의 인플레이션율 목표는 크게 밑돌고 있다.

가격이 회복되고 있는 주택 시장도 경기를 부양하는 힘이 약하다. 미분양 주택 재고가 부담으로 남은 탓에 1~10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2% 증가에 그쳤다. 이는 1~9월의 성장률보다 0.6% 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20~30%의 증가율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중국으로서는 제로(0)나 다름없는 성적이다.

 

기업 사이드는 심각하다. 민영 기업의 경우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져 앞으로 수년간 대량 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 개혁에 나섰지만 중국 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민영기업은 수출 감소세와 내수 부진, 원가 상승 등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 제조업의 중심지인 저장(浙江)성, 푸젠(福建)성, 광둥(廣東)성에 있는 무수한 민영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민영기업은 정부의 정책 금융이나 은행의 융자를 얻기 어려워 기술과 경영 혁신, 신제품 개발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인터넷 작가인 류(劉)씨는 민영 기업 위기가 2008∼2009년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내수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면서 이미 저장성과 광둥성에서 많은 민영기업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 남부 지방에선 토지 사용료와 임금 상승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외국 자본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