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신용잔고 급증...‘빚 투자' 정당하나 원칙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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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신용잔고 급증...‘빚 투자' 정당하나 원칙 지켜야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6.0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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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금융투자협회가 5월 30일 기준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9조 7567억원으로, 작년 9월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거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때문에 융자 규모의 증감은 단기 주가 상승을 노린 공격적 투자의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따라서 융자 잔액이 증가해 과거 고점 수준까지 달했다는 것은 현재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지표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거나 적어졌다는 객관적 정보를 담은 지표인 동시에 시장이 투기로 과열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해석되곤 한다.

주가 전망이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자금 사용 비용을 내면서까지 빚을 내 투자를 한다는 것은 과도한 확신을 바탕으로 한 결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주가가 이러한 과도한 확신을 반영하고 있다면 원래 자기가 가져야 할 가치보다 과도하게 비싸게 거래되고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앞으로는 제 가치를 향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빚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이러한 시각과 해석의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빚’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주식시장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자기 능력(자금 보유 규모)은 없는데, 남의 돈을 꿔서 투기적인 자산(주식)에 투자하는 데 대해 고운 시선을 갖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과거 주가 급락기에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도 융자를 갚을 수 없는 경우, 즉 ‘깡통계좌’가 속출한 경험, 그리고 그 와중에 반대매매로 주가가 더욱 급락하면서 증시 자체의 변동성이 커졌던 경험은 이러한 시각에 더욱 힘을 실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신용거래는 주식을 사고 싶은데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융통해 줌으로써, 자본 규모가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을 완화하고, 시장 전체의 거래를 활발하게 만드는 순기능이 있다.

적절하고 공평한 시스템이 구축된 상황에서의 공매도 역시 마찬가지다. 나에게 없는 ‘돈’을 빌릴 수 있는 것과 나에게 없는 ‘자산’을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은 그렇지 않은 시스템에 비해 많은 사람들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그 결과 적절한 시장 가격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점은 마치 부동산 시장에서 자기 자본이 모자란 사람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나름의 순기능을 갖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을 막고 자신이 보유한 현금 만으로 주택을 살 수 있게 통제하면 어떻게 될까? 돈이 많은 사람만 주택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적절한 주택을 매수해 자금 조달 비용 이상으로 자산의 가치가 오른다면, 나아가 설사 주택의 가치가 오르지 않더라도 대출의 만기까지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면, 이러한 시스템은 자기 자본 규모가 작은 사람도 저축의 결과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자기 집을 마련하도록 도와준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오랜 기간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자금을 빌려주는 주체(주로 금융기관)가 빌려 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유동성 위험에 빠지고, 이것이 전체 금융시스템과 나아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려면 빌려줄 때 적절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러한 기준이 이미 장기간에 걸쳐 체계화된 것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나 지난 몇 년 간 우리나라를 괴롭히고 있는 부동산 PF 문제는 이러한 기준에도 허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신용거래’가 갖는 장점을 생각할 때 융자를 통한 자산 매입은 관리의 대상이지 금지의 대상이 아니다. 즉, ‘빚’으로 하는 자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적절하게 이용할 경우 자신이 보유한 자금 만으로는 절대로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빚 투자'때 지켜야할 원칙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빚’으로 하는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일단 ‘빚’으로 하는 투자는 원리금을 돌려줘야 할 시점이라는 제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매수 시점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자산을 매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클 경우에만 실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손절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전에 정해 놓은 특정한 수준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졌을 경우 매도를 통해 전체 손실 규모를 통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장기적으로 해당 자산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경우에도 손절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 자본 투자의 경우와 달리 매도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제약되기 때문이다. 또한 빚을 낸 투자가 손실을 입어 자산을 매도하는 것만으로는 빚을 갚지 못할 경우도 피해야 한다. 즉, 자기 자본으로 갚을 수 있는 규모만큼만 빚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을 빌려 주는 금융기관들 역시 빌리는 투자자들의 상황을 적절하게 판단하고, 합당한 수준의 담보를 취득해 위험을 통제한다. 투자자들의 위험은 곧 금융기관의 위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 스스로 원칙을 세우고 통제하는 일이다. 자산 시장에서 가격 변동은 예측이 어렵고, 때때로 팔 수 없는 유동성 위험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빚을 이용한 투자를 터부시할 이유는 없다. 주식시장에서도 빚을 이용한 투자는 정당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떠 안게 되는 위험을 적절하게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이후 SK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지식서비스 부문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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