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낮아진 생산성과 증시의 상대적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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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낮아진 생산성과 증시의 상대적 부진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5.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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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며칠 전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실 중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중장기 심층 연구 보고서로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활동 분석 및 평가’가 그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은 연구개발 (R&D) 지출이나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에서 오랜 기간 글로벌 상위권을 차지해 왔지만, 2001년~2010년 중 연평균 6.1%에 달했던 기업 생산성 증가율은 그 다음 10년인 2011년~2020년 중 0.5%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 마디로 양적으로 눈에 보이는 수치는 나무랄 데 없으나, 실제로 그러한 양적 지원이 실제 기업들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사실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 이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요인들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대체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데 따른 마이너스 효과를 상쇄할 만큼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아 2040년대부터는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려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의 하나로서 기업의 혁신활동 부진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몇가지 이유

기업의 혁신활동이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한국은행이 밝힌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기초연구 지출 비중이 줄었다.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데, 이 비중이 줄며 생산성을 끌어 올릴 ‘진짜’ 혁신도 줄어들었다.

둘째, 벤처캐피탈의 기능 부족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M&A나 IPO 시장이 발전되어야 혁신 실적이 좋아지고, 그러려면 벤처캐피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셋째, 혁신 창업가 육성 여건 미비로 혁신 신생기업 진입이 감소했다. 교육 시스템상 ‘똑똑한 이단아’가 혁신창업가로 자라나는 사회 여건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실증 분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내용들이지만, 굳이 실증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일리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말 이 정도 분석에서 끝내도 될까? 한국은행이 밝힌 세 가지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기초연구 지출을 늘리고 벤처캐피탈을 키우고 혁신창업가로 자랄 ‘똑똑한 이단아’를 늘리면 생산성증가율 하락 현상을 되돌릴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접근이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되어 왔고, 항상 같은 대책을 반복해 왔으며, 그 결과가 지난 10년 간의 생산성증가율 하락이었다는 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상당히 회의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답을 얻기 위해서는 위의 세 가지 이유를 만들어 낸 근본적인 원인들을 밝히고 바꿔 나가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구 지출을 생각해 보자. 왜 기초연구 지출 비중이 줄어들었을까?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단기 성과주의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기초연구투자는 당장에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나아가 당장 비용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이 없을 경우 확대되기 어렵다. 게다가 단기 성과주의와 이에 맞춰진 성과 보상 시스템은 기업 내 기초연구 업무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체계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기초연구보다 당장 돈이 되는 업무에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벤처캐피탈 문제는 어떤가? 여기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기본적으로 주식시장 자체가 이러한 기업과 벤처캐피탈 시장을 키울만큼 선진적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성장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과 기업, 그리고 이를 둘러싼 경제 환경에 대한 분석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능력보다는 딜 소싱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더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좋은 기업의 발굴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설사 좋지 않아도 단기에 이목이 집중되며 돈이 되면 좋고,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주로 기업 거버넌스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역시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똑똑한 이단아’ 로 표현된 우수 인력의 수급의 경우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똑똑한 이과생은 거의 대부분 의대에 집중된다. 1등부터 시작해 전국의 의대 정원이 차고 나면 그 다음 우리나라 최고의 이과나 공대에 지원하는 현상이 수십년 째 이어지는 상황, 초등학교때부터 의대를 보내기 위해 큰 돈을 들여 과외를 시키는 부모가 좋은 부모로 여겨지는 문화에서 ‘똑똑한 이단아’가 많이 나타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물론 국내에는 지금도 많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하고 기업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기업들의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우수 인력이 기존 기업이나 창업 기업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그 만큼의 수를 우리 교육 시스템이 발굴해 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똑똑한 이단아' 키우는데 적극 나서야

이렇게 보면 지난 10년간 지속되어 온 생산성증가율의 저하 현상은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의 문화는 여전히 단기 성과에 급급하고, 기업의 거버넌스나 증시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시각은 증시 선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문화는 ‘똑똑한 이단아’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0여년간 강화된 ‘부’에 대한 이중적 시각과 노동·자본에 대한 경직적 시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 기업의 혁신과 공룡이 될만한 창업 기업의 등장 모두 쉽지 않은 구조란 얘기다. 그리고 당연히 증시는 이러한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거나 반영할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내용과 달리 우리 기업과 창업시장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다수의 산업에서 세계 일류의 좋은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위기 시 보여줬던 국민과 기업의 저력도 우리의 안전판이다. 다행스럽고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어느 측면에서는 인구보다 더 중요한 생산성과 같은 지표가 흔들린다는 점은 이러한 기업들이 점차 줄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증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떠나고 싶거나, 적어도 비중을 줄이고 싶은 국가가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리고 지난 몇 년 간 나타나고 있는 우리 증시의 상대적 부진이 혹시 이러한 요인들을 배경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이후 SK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지식서비스 부문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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