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27년만 '의대 증원'이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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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27년만 '의대 증원'이 불안한 이유
  • 양현우 기자
  • 승인 2024.05.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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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우 기자
양현우 기자

[오피니언뉴스=양현우 기자]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증원이 결정났다. 정부가 주장하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의사수 부족, 환자의 병원 접근성 강화 등 문제가 해결 될지 의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올해 제2차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전국 39개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포함하면 내년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결정났다. 차의과대의 경우 지난 20일 학교 측이 학칙을 개정해 정원을 40명 늘려 2025학년도부터 80명을 모집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을 늘리기로 하고,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서울지역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로 배분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의대 교육의 질 저하 우려가 일자 정부는 각 대학이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자율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학들은 올해 입시에서 증원분 2000명 가운데 1509명만 모집하기로 하고,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의대 증원분을 반영해 '변경사항'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아직 각 대학이 누리집에 수시 모집요강을 공고하지 않은 만큼, 각 대학의 정시·수시모집 비율, 지역인재전형 등 세부적인 내용은 이 달 30일 발표하기로 했다.

의사들이 병원 건물을 드나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쏠림 막지 못하는 지방의대 증원

정부가 지방 의사인력 확충 방안으로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방 의대 정원 미달, 수도권 쏠림 등 지방 의사인력 확충 효과는 미지수다.

지난 23일 한국의학교육학회가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개최한 ‘제40차 의학교육 학술대회‘에서 박경혜 연세원주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는 “강원도 내 인재들로만 30%를 채우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후보 학생들이 끝번으로 갈 때까지 연락을 해도 못 채운 적도 있다”고 정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60% 수준으로 높이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누구든 수도권을 좋아하며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수도권을 가고 남은 학생들이 지방을 지원할텐데 30%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 수능 커트라인을 상당히 낮춰야 가능 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획일적인 정책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27년 만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24일 시민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인근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br>
24일 의대 입학정원이 27년 만에 증원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희철 계명의대 학장은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대부분 젊은 의사들은 지방에 남으려 하지 않는다”며 “교육이나 문화 인프라가 구축돼야 지방에 남기에 지방과 수도권은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의 ‘지방대육성법 이후 지역인재의 입학 및 취업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까지 지방 대학을 나와 수도권으로 유입된 의약계열 졸업생은 매년 36~38% 선으로 집계됐다. 교육계열(19~21%), 자연계열(24~28%), 인문계열(19~24%)보다 높은 수준으로 의대생이 다른 학과보다 졸업 이후에 수도권으로 더 많이 몰린다고 해석된다.

증원한 인원이 필수의료로 간다는 착각

지난 10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4∼2023년 지역별·전공과목별 전공의 지원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산부인과·외과 등 비인기 필수과목 전공의 지원율은 62.5%(877명 정원에 548명 지원)로 2014년 84.4%(881명 정원에 744명 지원)보다 11.9%포인트 떨어졌다.

신현영 의원이 재구성한 비인기 필수과목 전공의 지원 현황. 사진=신현영 의원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14년 수도권 지원율 119%에서 2023년 36%로 83%p 감소했고, 비수도권 지원율은 100%에서 5.6%로 94.4%p 줄었다. 

산부인과는 2014년 수도권 지원율 95.6%에서 2023년 89.2%로 6.4%p 감소, 비수도권 지원율은 2014년 81.6%에서 2023년 50.9%로 30.7%p 감소했다.

외과는 2014년 수도권 지원율 69.1%에서 2023년 77.0%로 7.9%p 증가했지만 정원이 2014년 178명 에서 2023명 148명으로 30명이 줄었다. 비수도권 지원율은 41.8%에서 1.5%p 감소한 40.3% 다.

특히 비수도권 지원율을 보면 2014년 71.8%에서 올해 45.5%로 급감했다.

신현영 의원이 재구성한 인기과목 전공의 지원 현황. 사진=신현영 의원 

피부과의 수도권 지원율은 2014년 146.2%에서 2023년 176.1%로 29.9%p증가했고, 비수도권 지원율도 2014년보다 8.3%p 증가한 125.0%다. 안과의 수도권 지원율은 2023년 228.3%로 2014년 136.8%보다 91.5%p 증가했고, 비수도권 지원율 역시 2023년 46.2%p 증가한 156.8%다.

성형외과의 2023년 수도권 지원율은 172.3%, 비수도권 지원율은 138.5%로 2014년 보다 각각 27.9%p, 7.2%p 증가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증원을 해도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목으로 간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필수의료과에 지원하도록 강제하는 법 장치가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해도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이 난이도가 있는 수술을 기피하고 업무 강도가 낮은 과를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는 전(前)정부의 국정 어젠다이기도 했지만, 실패했던 의대 증원을 힘으로 밀어붙여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확장을 위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일리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의대 정원 확대가 당장은 필수적이지 않은 진료과만 확대시키고 지역 의원보다 수도권에 의원 밀도만 가중 시킨다면 역사는 어떻게 이 일을 평가할 지 생각해 볼 일이다. 결과는 생각한대로 항시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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