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험, 서울 이야기](73) 서울시청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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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서울 이야기](73) 서울시청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5.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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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강대호 칼럼니스트] 서울시청과 덕수궁은 한 세트로 묶이는 풍경입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궁과 화강암으로 건축한 근대건축물은 서울이 겪은 오래고도 지난한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만약 지난 주말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을 보셨다면 극 중 1962년도를 맞이하는 장면에서 과거 영상이 흘러나온 걸 기억하실 겁니다. 이 영상은 서울시청 일대를 비춰주었는데 아마도 덕수궁의 대한문 즈음에서 촬영한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과 다른 점 느끼신 분 혹시 있나요? 

오늘날 덕수궁 외벽은 돌담인데 영상 속 덕수궁은 돌담 대신 철책담, 즉 철창살로 만든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 한동안은 그랬습니다. 

1961년 10월경의 신문 기사들을 종합하면, 당시 (나중에 세종로로 이름이 바뀌는) 태평로 확장 공사를 위해 덕수궁의 담장을 6m 정도 안쪽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길가에서 덕수궁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철망으로 된 담장을 세우기로 한 거였습니다. 그해 말경의 기사들을 보면 중간에 대리석 기둥을 세운 철책담이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세종로 확장 공사와 덕수궁 돌담 복원공사. 1961년 서울시에서 덕수궁의 돌담을 허물고 철책을 세웠으나, 문화재청의 반발과 여론 등으로 다시 돌담으로 복원했다. 덕수궁 대한문이 도로 위에 돌출돼 있다. 대한문은 1970년 8월에 안쪽으로 옮겼다. 사진제공=서울역사아카이브

덕수궁 철책담이 다시 돌담으로 바뀐 건 1968년이었습니다. 그해 2월경 신문 기사들을 보면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세종로 확장 공사를 위해 덕수궁의 담장을 16m 안쪽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담장을 다시 돌담으로 만들기로 했는데 8월경에 완공되었고요. 

이때만 해도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은 원래 자리에 두었습니다. 서울시청 측은 담장을 옮길 때 대한문도 함께 옮기려 했지만 ‘문화재보존위원회’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문은 한동안 도로 쪽으로 돌출돼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0년 8월 20일 대한문 이전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대한문은 기존 자리에서 27m 안쪽으로 옮긴 거였습니다. 담장은 22m 정도 안쪽으로 옮긴 거고요.

덕수궁 돌담. 세종로 확장 과정에서 안쪽으로 22m가량 옮긴 것이다. 사진=강대호

서울시청 앞 병풍처럼 서 있는 호텔

서울시청 앞 광장은 무척 넓습니다.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이 열리고 평소에도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그런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답답하다고 느낀 적 없나요? 

저는 그랬는데요, 시야가 막혔다는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서울시청 맞은편의 커다란 호텔 때문이었습니다. 건물 모양도 안쪽으로 살짝 휘어 병풍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 자리에 호텔이 없었다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남산을 조망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물론 다른 건물들이 시야를 막았겠지만요.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플라자호텔이 있던 자리와 소공동 일대에는 차이나타운이 있었습니다. 명동 일대도 유명했지만, 수표교 근방과 서소문 근처 그리고 소공동 일대에도 화교들이 운영하는 각종 매장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반도에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이주한 건 1880년대부터입니다. 당시 일본이 조선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는데 청나라도 조선에 대한 연고권을 강화하기 위해 백성들을 이주시킨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광복 이후에도 중국 내전을 피해 산둥성 등지에서 중국인들이 대거 이주했습니다. 소공동의 화교들이 주로 산둥성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소공동의 차이나타운 인근은 슬럼가였다고 합니다. 중국인 상가 주변으로 판잣집들이 들어섰었는데 당시 서울시청에서 보면 바로 맞은편에 판자촌이 있었다고 하네요. 지금의 플라자호텔 일대입니다. 그랬던 차이나타운과 판자촌이 사라진 배경이 있었습니다. 1966년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방한의 나비효과였습니다.

서울시청과 플라자호텔. 시청에서 남산 방향의 시야를 호텔이 막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강대호

미국 대통령 방한이 촉진한 도심 재개발

1966년 10월 31일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는 언제나 범정부적인 환영 행사가 대규모로 펼쳐졌습니다. 존슨 대통령 환영이 특히 성대했다고 합니다.

김포공항부터 서울시청 앞까지 환영인파가 동원되었고 시청 앞 광장에는 30만 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이 운집했습니다. 당시 신문 기사들을 종합하면, 정부가 세운 계획은 학생 100만, 시민 166만, 공무원 20만 명 등 275만 명을 동원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원활한 동원을 위해 당일 오후 학교와 관공서는 물론 주요 회사들이 임시로 휴무했다고 하네요.

환영 행사가 펼쳐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외신 기자 천여 명도 모였습니다. 행사 장면은 위성 생중계로 세계 각국에 전송되었고요. 그런데 카메라가 서울시청 입구의 단상으로만 향하지는 않았습니다. 시청 주변은 물론 멀리 남산 일대까지 화면에 담았습니다. 거기에는 1960년대 중반 서울의 속살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서울시청 건너편의 판자촌과 남대문 일대와 남산자락에 들어선 판자촌이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로 전송된 겁니다. 당시에는 한국은행이나 신세계백화점이 그나마 고층이라 시청 앞에서 남산까지 시야가 확 뚫려 있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당시 높은 양반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가난한 한국의 모습을 아무런 제지 없이 세상에 알리게 된 거였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 존슨 대통령의 환영 행사가 시청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역사아카이브

정작 남한에 사는 한국인 대부분은 이 장면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당시 텔레비전 보급률은 낮았으니까요. 반면 해외에 사는 교포들은 고국의 모습이 나온다고 해서 텔레비전 앞에 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본 건 조국의 빈곤이었습니다. 

그 시절 서울시 고위공무원이었던 고 손정목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남긴 기록을 보면 당시 재외교포들이 청와대 민원비서관실에 항의 편지를 많이 보냈다고 합니다. 미국은 거의 모든 지역의 교민회에서 보냈었는데 1968년까지 이어졌다고 하네요. 

해외에 사는 교민들에게 조국의 빈곤함은 창피하고 항의할 일이었나 봅니다. 이 땅에 사는 이들에게는 몸으로 겪어야 했던 현실이었지만요.

소공동의 식당가. 과거 이 일대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많았다. 사진=강대호

서울 도심부 재개발사업 제1호

손정목 교수는 존슨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 도심 재개발을 마음먹었을 것이라고 그의 여러 저술에서 밝혔습니다. 그 시절 서울시장들의 행적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된다면서요.

결국 서울시청 앞 광장 건너편의 차이나타운과 판자촌은 1971년 12월경에 철거되었습니다. 원래는 그곳에 화교회관을 세우기로 서울시 측과 화교 단체가 협의 중이었습니다. 해외 화상들이 건축 자금을 모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화교회관은 없던 일이 되었고 그 자리에 호텔이 들어섰습니다. 이 일로 대만과 한국은 외교 마찰이 생길 뻔했습니다. 

당시의 개발 계획과 땅 매입 과정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에 관해 손정목 교수와 여러 연구자가 다양한 저술로 남겼습니다.

플라자호텔. 사진=강대호

한편, 1973년 7월 한국화약은 일본의 마루베니상사와 호텔 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그해 12월부터 호텔 건축 공사에 들어가 1976년 9월에 준공했습니다. 그렇게 플라자호텔은 1976년 10월 1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플라자호텔은 존슨 대통령 환영 행사 때 전 세계로 전송된 빈곤한 서울의 풍경이 있던 그 자리에 들어섰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청 앞에 우뚝 선 병풍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호텔 일대는 1970년대에 ‘서울 도심부 재개발 소공 제1지구’에 속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플라자호텔은 서울 도심부 재개발사업 제1호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서울시청 인근 특급호텔들의 변천사를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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