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일 칼럼] 민희진의 주술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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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 민희진의 주술 경영 
  • 전형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5.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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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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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 칼럼니스트] 세종대왕은 점(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본래 복자(卜者, 점쟁이)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헤아리기 어려운 것은, 복자들이 모두 말하기를 ‘7, 8월에 액(厄이) 있다’고 하더니, 7월에 이르러 병이 발생하였다. 복자가 또 이르기를 ‘금년에도 역시 액이 있다’하므로, 연희궁으로 이어(移御, 임금의 거처를 옮기는 것)하여 이를 피하려 했으나 ‧‧‧ 7월에 또 질병을 얻었으니, 복자의 말이 허망하지 않은 것 같다.”  

세종은 또 “대제학 변계량을 불러 명하기를 유순도와 더불어 세자의 배필을 점쳐서 알리라 하였다. 변계량이 사주를 볼 줄 알았고, 순도는 비록 유학에 종사하는 자이나 순전히 음양 술수와 의술로 진출한 자였다” 

또 이런 기록도 있다. “세종이 어떤 일을 점쳐 보려고 점술가 지화에게 사람을 보냈더니 집에 없었다. 동네를 찾아보니 지화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교만한 말투로 ‘오늘은 술에 취해 점칠 수가 없다’하는지라 그대로 아뢰니 임금이 크게 노하여 의금부에 잡아다가 문초하고 귀양 보냈다. (‘세종실록’)  

‘난중일기’에 따르면,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4년 9월 28일 장문포 해전 전날 이순신은 복점(卜占)을 쳤다. 이 해전에서 결국 왜선 두 척을 격침했다. 이순신은 그전 7월 13일에도 아들 면의 병세가 걱정돼 일종의 윷점 같은 척자점(擲字占)을 친 기록이 나온다. 

“군왕을 만나보는 것과 같다(如見君王)는 괘가 나왔다. 매우 길하다. 다시 쳐보니, 밤에 등불을 얻은 것과 같다(如夜得燈)는 괘가 나왔다. 두 괘가 모두 길하여 마음이 조금 놓였다.”  

미래를 알기 위해 점에 의지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무지했던 동양 전통 사회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현대에서도 점에 대한 의존도는 더 했으면 했지, 과거에 비해 전혀 모자라지 않는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생전 장제스 대만 총통은 유명 역술가인 웨이첸리와 개인 문제는 물론 국가 중대사까지 상의했으며 그를 국사(國師)로 대접했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도 모리스 바세라는 점성술사에게 오랜 기간 의존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바세의 지난 2000년 한 주간지 인터뷰로 밝혀졌다. 

프랑스 여성 점성술사인 엘리자베스 테내시는 회고록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걸프전 등을 비롯 국민투표 날짜를 상의했으며 독일 헬무트 콜 총리 등 다른 정치인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뮌헨올림픽 테러 이후 미국 내 테러를 예견하는 점성술사의 말을 듣고 헨리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대책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은 백악관 테이프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1981년 대통령의 암살 시도 사건 이후 남편의 일정과 안전을 조앤 퀴글리라는 점성술사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이는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도널드 리건이 퀴글리가 비선 실세임을 폭로해 알려졌다. 퀴글리는 나중에 출판한 책에서 “하루 3시간에서 10시간까지 레이건 부부와 국정 중대사를 놓고 의논했다”고 폭로했다. ‘뉴욕 포스트‘는 지난 2021년 10월 “레이건의 아내 낸시는 어떻게 점성술사가 대통령직을 장악하게 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중차대한 일을 결정할 때 불안감을 해소하고 확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정치인만이 역술인에게 자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무 2패, 조 4위 월드컵 29위라는 처참한 성적을 나타냈다. 당시 프랑스 축구 연맹은 선수단 전원을 비행기 이코노미석으로 귀국시켜 그 분노와 실망을 표현했다. 

1998년 월드컵 우승을 한 프랑스 축구팀은 ‘아트 사커(Art Soccer)’를 선보이던 팀이라 당시 월드컵 탈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런데 패배 이유가 바로 감독의 점성술 때문으로 드러났다. 당시 도메네크 감독은 ‘생일이 전갈자리에 해당하는 선수는 절대 뽑지 않았으며, 별자리의 궁합에 따라 선수들을 운용했다’는 것이 청문회에서 밝혀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는 반드시 빨간색 셔츠를 입는다. 이는 태국계 어머니의 점성술사 조언에 따른 것이다.  

최근 BTS 소속사 하이브(HYBE)는 경영권 분쟁 중인 계열사 어도어(ADOR)의 민희진 대표가 무속인에 의존한 ‘주술 경영’을 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가 무속인과 나눈 장문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딱 3년 만에(민 대표가 설립할 신규 레이블을) 기업합병되듯 가져오는 거야, 딱 3년 안에 모든 것을 해낼 거임” 이 밖에도 민 대표는 스톡옵션 및 합작회사, 신규 레이블 설립 방안 등을 무속인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이브의 바람과는 달리 민 대표의 ‘주술 경영’은 언론의 주목이나 여론의 비난을 피하고 있다. 민 대표의 욕설까지 포함한 당당한 기자회견에 법적 문제를 떠나 오히려 대중들의 동정과 지지를 받는 실정이다. 심지어 민 대표가 ‘가부장적인 직장에 맞서는 젊은 여성’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에는 손바닥에 ‘임금 왕(王)’을 쓰고 당선 후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데 역술인이 관여한 정황이 나타났어도 대중은 개인이 무속인에게 자문하는 것이 무슨 큰 문제냐고 여기는 듯하다. 

더구나 민 대표는 어쨌든 회사를 크게 성공시켰다. 

● 주로 경제부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명리학(命理學) 전공인 철학박사이다. 현재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일간지에 ‘전형일의 사주이야기’ 등 칼럼을 각종 매체에 기고 중이다. 현재도 세상 이치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리 인문학’과 ‘사주팔자 30문 30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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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 2024-05-09 07:41:42
결국 결과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