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망스럽지만 영향은 일시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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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망스럽지만 영향은 일시적일 것
  •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 승인 2024.05.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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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지난 2일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됐고, 투자자들은 실망했다.

2월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전반적인 방향성이 발표된 이후에는 지주, 자동차, 금융 등 그 동안 실적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고 여겨지던 업종에서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해당 업종 종목들의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투자자들이 실망한 이유는 간단하다. 예견됐던 바이긴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 기업들의 행동을 강제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 기사들 역시 이번 발표에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구체화되지 않아 실망감이 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일부 증시 전문가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강제력 없는 조치에 대한 실망감

실제로 투자자들이 ‘수십 년간 현재의 기조를 이어 온, 그래서 현재까지도 저평가되어 있는, 나아가 그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져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기업들이 이 정도의 가이드라인에 반응할까’ 라는 의문을 갖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다. 정말 기업들은 이런 정도의 가이드라인 하에서 자율적으로 일반 주주들을 위해 행동에 나설까?

하지만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이 이슈로 증시가 크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지난 2월 이후 저평가 주식들의 상승과 함께 올랐던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배율은 다시 1배 아래로 내려온 상황이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가를 크게 끌어 올린 상태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많은 비판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책 방향은 기업과 투자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제 자리를 찾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들은 특별한 강제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합리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과거보다 주주환원과 일반주주와의 소통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투자자들은 이런 노력을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비교, 판단하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금 단계 정도에서 마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구체적인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마련될 것이란 얘기다. 특히 대표적인 인센티브는 기업 이익 중 주주환원에 사용된 부분에 대한 세액 공제나 배당 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적용, 나아가 글로벌 스탠다드와 밸류체인의 변화를 반영한 법인세나 상속세율의 합리적 조정 등일 텐데,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감안하면 이미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내용들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필자는 이번 정부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부터 가계로의 소득 이전이 노동소득뿐 아니라 자본소득의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기업들의 가치가 시장에서 적절하게 평가되고, 일반주주에 대한 환원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적어도 이번 정부 하에서는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노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높아진 눈높이

기업과 정부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인 입장으로 이 사안들을 검토하고 실행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다. 이미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다양한 해외 주식 투자에 대규모로 나서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의 거버넌스 체계와 주주환원율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점차 맞춰질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일부 기업들, 특히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나 소규모 지분만을 가지고도 회사의 유일한 주인이라 인식하는 대주주가 있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바뀌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은 해외 투자라는 더 넓은 대안이 있고, 합리적 비교 판단이 가능해진 투자자의 관심으로부터 점차 멀어질 것이며, 자본조달 비용이 올라가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경쟁력 훼손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와 달리 불투명한 거버넌스가 유지되고, 따라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능력이 보증되지 않는 기업의 의사 결정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의사 결정에 비해 실패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즉,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비록 직접적인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합리적 기업이라면 가이드라인에 부합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고, 이러한 행동이 누적되면 기업 가치 역시 과거보다는 한단계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지난 2일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망과 이에 따른 증시 하락은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

 

●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이후 SK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 지식서비스 부문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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