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범죄도시4’, 자기복제의 진부함 넘어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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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범죄도시4’, 자기복제의 진부함 넘어 진화해야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4.05.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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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배우, 바로 ‘마동석’이다. 작품 타이틀을 ‘마동석의 범죄도시’라고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네 번째 시리즈도 예외 없이 관객몰이에 흥행하면서 믿고 보는 브랜드임을 입증하고 있다.

전편들에 비해 이번 편 관객 평점이 가장 낮지만 꼭 봐야하는 영화쯤 된 듯하다. ‘범죄도시4’의 상영점유율이 80%를 넘는 스크린 독식에 다른 작품에 대한 선택권을 잃은 관객들이 어쩔 수 없이 이 작품을 본다고 해석하기에는 현재의 영화 관람료, 킬링 타임용으로 지출하기에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이는 온전히 영화 ‘범죄도시’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범죄도시4’는 웨이팅을 감수하고서라도 줄 서 먹는 맛집 수준의 영화는 아니다. 2017년 개봉한 1편이 ‘범죄액션느와르’ 찐 맛집이었다면 사업 성공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화에 돌입, 2022년부터 매해 한편씩 개봉한 작품들은 점차 느와르 장르를 걷어내고 코믹함을 배가시켜 작품의 무게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맛집을 기대했는데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대개 그러하듯 평타 수준의 익숙한 맛, 아쉽게도 그 이상은 아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긴 했는데, 만족감은 크지 않다.

타격감 높아진 액션

‘범죄도시4’는 액션영화답게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액션만큼은 자기복제의 한계에 갇혀있지 않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특히 백창기(김무열 분)의 단검 액션이 인상적인데, 특수부대 출신의 킬러답게 빠르고 절제된 액션으로 앱 개발자를 살해하는 오프닝 장면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시리즈마다 빌런과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의 대결은 작품을 관통하는 클라이막스다. 결국엔 마석도가 이기게 되는 뻔한 결말을 알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관객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느냐가 액션영화로서 범죄도시 성공의 관건일 터. 비행기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2대 1의 싸움, 칼 없이 싸우던 백창기가 단검을 손에 쥐며 마석도의 핵주먹을 압도하려는 순간, 심장은 쫄깃해진다. 고난도의 액션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김무열과 매번 복싱 액션을 빌드업하고 있는 배우 마동석의 액션연기에 대한 진심, 무술감독 출신답게 정교한 액션연출로 이전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선보인 허명행 감독의 노력이 시너지를 발휘한다.

하지만 액션에 치중한 나머지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완벽하게 예상 가능한 구성은 실망스럽다. 주인공의 무식함에서 기인한 유머코드와 얕은 말장난, 반전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1차원적 스토리 전개가 그렇다. 전작들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석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죽은 동료의 아내가 운영하는 고깃집을 자주 찾아가 도움을 주고, 범죄피해자의 어머니가 남긴 유서를 가슴에 품고 악을 처단하려 애쓴다.

다만 마석도의 고뇌에 가슴 찡함 한 스푼이 아쉽다. 피해자 어머니와 마석도를 연결하는 특별한 인연이 더해졌다면 수사에 대한 절박함이 한층 더 깊이있게 와 닿았을 텐데, 필요한 서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 또한 카메오로 출연한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어색한 연기는 의도적으로 배치한 장면일지라도 그 순간 영화가 콩트가 돼버리는 우를 범하고 만다. 조력자 장이수(박지환 분)의 코믹 연기가 충분히 빛을 발하지 않는가.

'범죄도시4' 스틸컷.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성글게 짜인 서사

지난 3편에 이어 이번에도 빌런은 두 명. 전편에 주성철(이준혁 분)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 분)가 있었다면 이번엔 백창기와 장동철(이동휘 분)이다. 그런데 2인 구도가 효과적이지 않다. 전편도 그랬지만 백창기와 장동철도 1편의 장첸(윤계상 분), 2편의 강해상(손석구 분) 캐릭터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한다. IT천재 장동철은 천재적인 빌런의 모습보다는 촐랑거리는 부유한 양아치에 가까워 보이고, 강렬한 액션을 구사함에도 백창기는 섬뜩한 공포감을 유발시키지 못한다. 악인과 그보다 더 악인의 양분된 구도이다 보니 절대 악인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호쾌한 액션만으로 성글게 짜인 내러티브의 틈이 메워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기대할 수 없는 공권력의 한계를 넘어 마석도의 불주먹으로 나쁜 놈은 무조건 쓸어버리는 권선징악의 결말, 영화가 주는 통쾌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후 시리즈는 예상 가능한 범주에 그대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관객은 액션 뿐 아니라 유머 코드, 캐릭터를 비롯한 서사 모두 세련되게 변주되고 진화한 프랜차이즈 찐 맛집 ‘범죄도시’가 되기를 원한다. 자기복제의 진부함, 그 유통기한은 ‘범죄도시4’까지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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