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표현의 자유와 기호의 해석' 논란 넘쳤던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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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표현의 자유와 기호의 해석' 논란 넘쳤던 총선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4.13 09: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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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이번 총선은 기호의 향연이었다. 여느 선거와 비교해 다양한 기호와 그 해석이 흘러넘쳤던 기호 확대 해석의 선거철이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기호는 ‘어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쓰이는 부호, 문자, 표지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거에 쓰이는 기호는 입후보한 정당과 후보자를 구분하기 위해 쓰인다. 주로 숫자가 쓰이는데 지방선거 등 후보자가 많을 때는 숫자와 함께 문자 기호가 추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숫자 기호와 함께 정당을 상징하는 색상이 중요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운동선수의 유니폼처럼 같은 팀인 걸 나타내는 이미지, 즉 기호였다. 

지금의 여당을 상징하는 보수 진영이 빨간색을, 야당을 상징하는 진보 진영이 파란색을 쓴 건 2012년의 19대 총선부터였다. 바로 그 전 선거인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나 친박연합 등 보수 진영이 파란색 계열의 색깔을 썼다. 당시 진보 진영은 초록색을 썼는데 문민정부 시절부터 써온 색상이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5공 시절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파란색을 썼다. 당시 야당은 빨간색 계열을 썼다. 그러니까 지금의 여당과 야당을, 혹은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을 상징하는 색깔이 지금의 색상으로 쓰인 지는 이제 12년 정도 되었다.

관련 자료에서 보듯, 이들 색깔은 진영별로 고정된 게 아니었다. 따라서 자기네의 고유한 색상, 즉 자기 진영이 전유(專有)한 색깔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않았었다. 그저 경쟁 정당과 다르게 보이려는 수단으로 색깔을 정하고 그 색상에 맞춰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총선과 상관없어 보이는 곳에 쓰인 색깔과 숫자까지 깡그리 총선과 연결해 해석하게 된 것.

기호 확대 해석이 성행한 22대 총선

지난 3월 9일 이번 총선에서의 기호 확대 해석 조짐을 알리는 신호가 켜졌다. 프로축구 충남아산FC 개막전 현장에서 충남도지사와 아산시장이 홈팀이 선택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시축을 한 게 논란이 되었다.

해당 도지사와 시장은 여당 소속이고 빨간색은 22대 총선에서 여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그래서 일종의 선거 운동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축구단 측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파란색 때문에 벌어진 논란도 있었다. 2월 27일 MBC 뉴스 일기예보 화면에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내는 숫자 ‘1’이 커다란 파란색으로 등장했다. 야당의 상징색과 선거 기호가 아니냐는 논란이 터져 나왔다. 

결국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MBC 측에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놓았다. 선방위는 MBC가 야당에 유리하게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MBC 측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러한 사례들은 기호학에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현대 ‘기호학’의 기초를 다진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記標, Signifier)와 기의(記意, Signified)의 결합 관계 속에서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표는 문자나 그림 등 외형적 이미지를 의미하고, 기의는 이러한 이미지에 담겨 있는 의미 혹은 의도라 할 수 있다. 

즉, 선거에 동원되는 숫자 기호나 색깔 기호는 숫자나 색상 자체가 아니었다. 이들 숫자나 색깔로 상징되는 정당이나 진영, 혹은 이들이 송신하는 메시지 그 자체였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이러한 기호의 쓰임새가 예전보다 확대되었고, 그 해석의 범위까지 더욱 크게 확대되었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게 MBC <복면가왕> 논란이었다. 총선 바로 전 일요일인 지난 7일에 방영 예정이던 <복면가왕>이 결방되었다. 원래는 <복면가왕> 9주년 특집이 예정되었었는데 한 주 연기된 것.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특집은 만화영화 ‘은하철도999’ 주제곡을 부르는 등 9주년의 9를 강조한 선곡과 연출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결방 사유는 숫자 ‘9’ 때문이었다. 이 숫자가 특정 정당의 기호라 혹시라도 총선 관련한 논란이 있을까 봐 선제적으로 대응한 거였다. MBC는 일기예보에 내보낸 숫자와 색상 때문에 ‘선방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어서 민감하게 생각한, 혹은 위축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방송사뿐 아니라 연예인들 또한 이번 총선 기간에 의상 색상 선택을 예전보다 더욱 세심히 신경 써야 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연예인의 의상 색상 선택이 진영 논란으로

지난 2일 방영된 MBN <한일가왕전> 1회는 한국과 일본의 출연진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나라별로 통일된 색상의 무대의상을 입고 입장했다. 한국 가수들은 빨간색 의상을, 일본 가수들은 파란색 의상을. 그래서 실시간 커뮤니티에 색깔 논란이 잠시 일었었다. 한국 팀에 여당 색깔 옷을, 일본 팀에 야당 색깔 옷을 입혔다면서.

아마도 제작진의 의도는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띤 노래 경연이라 축구 등에서 선택한 두 나라의 국가대표 유니폼 색상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 대부분도 그렇게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이 논란은 잠시 일었다가 공론화되지 않고 사라졌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색깔 때문에 벌어진 짧은 촌극이었다. 하지만 배우 김규리 씨의 경우에는 논란으로 확대됐다. 사전투표를 마친 김규리 씨가 인증샷을 SNS에 올렸는데 일부 매체에서 ‘파란색’으로 보이는 의상을 입어 ‘논란’이라고 보도한 것. 이에 대해 김규리 씨는 “도대체 무슨 옷 입어야 욕을 안 먹느냐”고 SNS에 항변했다.

반면 코요테 멤버 신지 씨는 논란을 피해서 이슈가 되었다. 운동을 마친 그녀는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렸는데 흑백 처리한 사진이었다. 신지는 “경험에 의한 논란 차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중들은 감성적 대응이라며 호응했다. 일부는 원색적 세상에서 ‘회색주의자’만이 살길이라는 취지의 농담을 하기도 했다.

22대 총선 기간에 벌어진 기호 해석과 관련한 논란에서 유추해 보자면 오늘날을 사는 한국인들은 기호를 마치 ‘우상’처럼 섬기는 거 같다. 혹은 ‘부적’처럼 여기거나. 

그래서일까. 내가 섬기는 기호와 그 궤가 다르게 보이는 걸 굳이 찾아내 좌표를 찍고는 적대시한다. 흡사 부정한 기운을 내쫓는다는 이유로 ‘무속인’이 굿을 벌이듯이.

이런 면에서 개그맨 곽범 씨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총선 맞춤형 패션으로 다양한 색상이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방송에 나온 것.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국가임을 내세우곤 하는데 ‘표현의 자유’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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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2024-04-12 20:48:23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