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탄력성이 만들어낸 놀라운 미국 실업률…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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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력성이 만들어낸 놀라운 미국 실업률…3.8%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6.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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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의 병자였던 미국 경제, 레이건 노동 개혁 이후 경쟁력 회복

 

미국의 5월 실업률이 3.8%로 떨어졌다. 2018년 4월 이후 18년만에 최저치로, 거대한 경제규모로 보면 경이로운 수치다.

미국 내에선 실업률이 4% 이하로 떨어져 완전고용(full employment)에 이른 게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완전고용이란 자발적 실업자, 취업대기자 등을 빼면 일자리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용된 상태를 말한다.

경제의 규모가 큰 미국 경제의 실업률이 한국 실업률(4월 4.1%)보다 낮다.

미국의 실업률이 이처럼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가 호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노동시스템이 탄력적이기 때문에 호황이 왔을 때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다. 학국처럼 호황이 왔어도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과 비교된다.

 

미국의 탄력적 노동구조는 40년전 로널드 레이건의 노동 개혁에서 그 덕을 본 것이다.

1970년대 미국 경제는 세계의 병자로 취급되었다. 베트남전 패전으로 미국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졌고, 실업률은 10%를 오르내렸다. 그 무렵 일본의 실업률은 2.5%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항공사 파업에 단호하게 대처하며 노동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노동 탄력성을 도입해 기업 수익이 나빠지면 해고를 자유롭게 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 /그래픽=김현민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기업들은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근로자들은 언제라도 해고되면 일자리를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정리해고에 대한 불감증이 생겼다. 미국에선 실업자에 대한 복지혜택이 적으므로, 실직자들이 임시직이라도 빨리 취직하려고 한다. 하지만 직장이 없어도 여유있는 삶을 보장하는 유럽에선 굳이 일자리를 찾으려고 애 쓸 필요가 없다.

산업 혁명 이래 노동과 자본은 대립과 투쟁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이른바 계급투쟁 이론이고, 그 논리가 상당부분 역사를 지배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세기말 거대한 국제금융자본이 세계를 단일시장화하면서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재정립시키고, 노동시장의 변화를 요구했다.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보장된 나라는 실물경제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국제시장에서 주도권을 쥔데 비해 그렇지 못한 나라는 낙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1980년대 일본과 독일에 밀려났던 미국경제가 1990년대에 이어 2010년대에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들의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인력 감축)을 들 수 있다. 1990년대초 IBM은 전체 직원의 35%인 2만2,000명, GM은 9만9,000명(29%), 보잉은 6만명(35%), AT&T는 12만명(30%)을 잘라냈다. 구석구석에서 군살을 뺀 미국 기업들은 일본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그후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실업률은 낮아졌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의 실업률을 내려가고 일본의 실업률은 상승해 1998년 11월에는 두나라 실업률 곡선은 한 지점(4.4%)에서 만났다. 일본이 실업률 통계를 낸지 4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후 일본의 실업률은 더 올라갔고, 미국 실업률은 내려갔다. 미국을 실업자의 천국이라며 놀려대던 일본 경제인들의 코가 쑥 빠지게 됐다. 미국과 일본 두 나라의 실업률 역전은 고용 시스템의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다.

 

미국의 노동제도는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탄력적이다. 1980년대 일본이 초호황을 구가할 때 기업들의 종신고용제를 채택했고, 유럽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사회복지제도를 시행했다. 1990년대 미국 기업들은 고용의 유연성 제도를 확대했다.

미국 기업들은 낡은 산업, 수익성이 떨어지는 산업에서 인력을 수시로 방출하지만,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굴뚝산업에서 배출된 실업인력들을 수용한다.

20세기에 수준 높은 복지제도를 만들어 미국인들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던 유럽인들도 서서히 미국의 탄력적인 노동구조를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미국에서 성공한 노동시장의 탄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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