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채권시장 패닉…이탈렉시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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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채권시장 패닉…이탈렉시트 우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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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총선 가능성, EU 탈퇴 묻는 국민투표 성격…탈퇴시 EU 존폐 기로

 

29일 이탈리아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채권투자자들은 “일단 팔고보자, 상황은 나중에 알아 보겠다”는 분위기다. 일종의 묻지마 팔자다. 채권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다.

이탈리아 채권 시장은 대형 재앙을 앞두었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2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순간적으로 100bp 올라 1.91%까지 갔다가 조금 진정돼 1.70%에서 거래를 형성하고 있다. 10년물 채권은 22bp 오른 2.91%에 거래된다. 유로화가 흔들리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 /이탈리아 채권 수익률 추이

 

발단은 이탈리아 정치 상황이다.

3월초 실시된 총선에서 탈정치, 탈부패를 주장하는 오성운동(5-Star Movement)이 제1당이 되고, 극우 세력인 동맹과 연립정권을 수립해 정치초보자인 법학자 주세페 콘테를 총리로 지명했다. 콘테 총리는 재정경제장관 후보로 파울로 사보나를 지명했는데, 그는 EU 탈퇴론자였다.

이에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사보나의 지명을 거부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대통령에게 총리가 지명한 각료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화가 난 콘테 총리는 나흘만에 총리 자리를 내놓고 물러났고, 오성운동과 동맹은 더 이상 연정 출범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종의 정치적 사보타지다. 오성운동은 이탈리아의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와 그의 지지자들이 만든 정당으로 기존의 부패한 정치권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조직이다. 이 정당은 급속하게 이탈리아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제1당이 되었고, 극우정당과 연정을 시도하다가 기성 정치권력의 마지막 보루인 대통령에 의해 좌절된 것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28일 IMF 관료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를 임시 내각의 총리로 지명했다. 이탈리아에선 의회가 총리와 내각 지명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이 다음 총선까지 국정을 이끌어갈 임시 총리와 내각을 지명한다.

임시 총리로 지명된 코타렐리는 EU 지지자다. 결국 이번 정치싸움으로 이탈리아의 EU 탈퇴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1당인 오성운동이 다시 내각을 구성하지 않는 한, 9월 총선이 불가피하다. 다가올 총선은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이탈렉시트(Italia+exit)라고 부른다.

다음 총선에서 EU 탈퇴를 지지하는 정당이 다수를 차지해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하면 영국의 탈퇴(브렉시트)보다 더 큰 파장이 일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EU에 가입해 있었지만 다른 통화를 쓴데 비해, 이탈리아는 유로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의 탈퇴는 유럽 공동통화에 큰 위기가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

극우정당인 동맹의 당수 마테오 살비니는 “이탈리아는 독일과 프랑스가 지배하는 EU의 노예이며, 금융시장의 반격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EU 회원국 가운데 독일, 프랑스에 이어 3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EU에 있어서, 영국보다 이탈리아의 탈퇴가 두렵고, 만일 이탈리아가 탈퇴하면 EU의 근본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앞을 내다보지 않고 이탈리아 국채를 묻지마 팔자식을 내던진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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