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와타나베 부인, 이번엔 터키 리라화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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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와타나베 부인, 이번엔 터키 리라화 폭격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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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매 투매에 하루에 5% 폭락…일본 투자자의 집단성이 빚은 참사

 

일본 와타나베 부인들이 또 글로벌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이번엔 터키 리라화다.

터키 리라회는 23일 5%나 폭락했다.

리라화 환율은 영국 그리니치 기준시(GMT) 기준으로 전날 1달러당 4.6746에서 이날 4.8500까지 올랐고, 장중 한때 4.9290까지 치솟았다.

이날 리라화 폭락은 일본 도쿄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의 일반투자자인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들이 도쿄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리라화를 내다 던졌다. 거래물량이 가장 적은 시간에 대량의 대량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리라화는 도쿄시장 개장초에 3%나 폭락했다. 덩달아 신흥시장의 위험 통화로 간주되는 남아프라카 공화국의 랜드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동반 하락했다.

 

▲ /그래픽=김현민

 

일본 와타나베 부인들이 리라화를 한꺼번에 매도한 것은 전날 리라화가 1달러당 24달러로 떨어져 손절매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의 개미투자자들은 그동안 터키 국채가 연 14%의 금리를 준다는 매력에 빠져 터키 금융자산에 대량 투자했다. 터키의 인플레이션이나 성장률, 재정 적자 등은 따지지 않았다.

일본은 제로금리이기 때문에 봉급쟁이들이 국내에서 돈놀이를 해보아야 이문이 약하다. 그들은 해외에 나간다. 외환시장이 가장 만만하다. 와타나베들은 올들어 리라화에 많은 베팅을 걸었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터키 리라화 매수 거래(long position)는 지난해 12월에 26만7,000건이었는데, 최근 32만3,500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올들어 리라화는 하락기조를 걸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는데다 신흥국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리라화가 가장 큰 타격을 보았다. 리라화는 올들어 20% 가까이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

그러자 와타나베들이 한꺼번에 리라화에서 탈출한 것이다. 한마디로 터지고 빠진 것이다.

일본의 개미투자자들이 리라화에서 탈출한 배경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발언의 영향이 컸다. 그는 지난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통화정책에서 영향을 발휘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고금리가 인플레의 원인이며, 금리가 낮을수록 인플레가 낮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대선·총선을 앞둔 정치적 발언이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금리를 낮추겠다고 했으니, 통화 값이 폭락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더 이상 리라화를 믿을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와타나베 부인은 외환 시장에 참여하는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용어다. 일본에선 한국의 김·이·박씨처럼 와타나베가 가장 흔한 성(姓)의 하나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보내면서 제로금리가 오래 지속됐고, 이를 견디지 못한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에 눈을 돌렸다. 재테크의 상당수가 일본인 주부였다. 그래서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러다가 초단기 외환 매매에 참여하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로 용어의 개념이 바뀌었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2016년 1월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를 팔아제끼면서 랜드화가 하루에 9%나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도쿄의 새벽이 밝아온 오전 7시, 외환시장이 열리면서 일본 개미군단이 랜드화를 대량 매각했다. 사자는 주문이 씨가 말랐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날 터키 리라화 폭락이 2년전 랜드화 폭락과 유사하다고 진단한다.

일본인 투자가들은 민족성 때문에 집단성이 강하다. 집단으로 한 곳에 투자하다가 손해를 볼 것 같으면 한꺼번에 빠져나온다. 그러다가 집단으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2년전 랜드화에서 그랬고, 지금 터리 리라화에서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월에도 일본 개미군단이 스위스 중앙은행이 유로존 금융위기에 대비해 도입했던 최저환율제를 전격 폐지하면서 스위스 프랑화가 30%나 치솟았다. 그 바람에 일본 개미투자자들이 고배를 마셨다.

 

(P.S.) 터키 중앙은행은 23일 금융시장이 폐장한 직후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시장 단기금리를 13.5%에서 16.5%로 3.0% 포인트 인상했다 . 중앙은행의 금리결정 정례회의는 한달 후에 있을 예정이었으나, 이날 현지 리라화가 폭락함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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