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③…한국 무슬림의 성지, 이슬람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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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③…한국 무슬림의 성지, 이슬람 거리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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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모스크를 중심으로 할랄 식당, 슈퍼, 서점, 옷가게 등 400개 즐비

 

이태원의 이슬람 거리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 역에서 300m 정도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이슬람 중앙회 이슬람 성원이 나타나고, 그 주변에 40여개의 무슬림 상가가 밀집해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주변은 달동네다.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돼 어지럽다.

이슬람 거리의 구간은 400m 정도 남짓하다. 이슬람 율법에 맞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아랍어로 된 간판이 눈에 띤다. 무슬림 복장의 청년들도 보인다.

 

▲ 이태원의 이슬람 중앙회 이슬람 성원 /사진=김인영

 

우리나라에 이슬람은 기독교보다 일찍 들어왔다. 시간의 간격은 1,000년이 넘는다.

이슬람과의 접촉은 통일신라 시대부터로 파악된다. 처용이 아랍인이라는 학설도 있고, 경주 괘릉에는 서역인의 얼굴상도 있다.

당대에 이슬람은 회교(回敎), 또는 회회교(回回敎)라고 불리웠다. 중국인들이 위구르인들을 회회인(回回人)이라 불렀고, 그들이 믿는 이슬람교를 회교(回敎) 또는 회회교(回回敎)라 해 우리도 그렇게 불렀다.

고려초 팔관회에 회회교도가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신라 말기에 회교신자들이 이미 이 땅에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고려시대엔 수도 개경의 외황인 벽란도에 아랍상인이 왕래했고, 고려 가요 ‘쌍화점’에 ‘회회(回回) 아비‘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슬람을 믿는 서역인들이 고려에 들어와 있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조선초기에도 회교도는 있었다. 「세종실록」에 “회회교(回回敎)의 사문(沙門) 도로(都老)에게 쌀 5석을 내려 주었다”(세종 4년)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세종 9년(1427년)에 예조는 “대조회(大朝會) 때 회회도(回回徒)의 기도하는 의식을 폐지함이 마땅하다”고 건의했다.

조선조가 통치 이념으로 유교를 강화하면서 회교를 탄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성리학의 조선이 민간신앙으로 뿌리내린 불교를 완전히 소거하지 못했지만, 뿌리가 약한 이슬람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조선사회는 그동안 오랫동안 이슬람과 단절되어 있다가 1920년대 소련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투르크계 무슬림들이 볼셰비키 혁명을 피해 만주를 거쳐 조선으로 들어온다. 당시 볼셰비키 혁명에 반대해 백군 편을 들었던 일제는 이들의 조선 정착을 도왔다. 하지만 이들도 일제의 패망과 함께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 이태원 이슬람 성원내 이슬람 학교 /사진=김인영

 

현대 한국 무슬림의 단초는 6·25 때 참전한 터키군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들은 한국을 형제국가로 생각했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을 인도적으로 지원했다. 이때 두명의 무슬림 개종자가 생겼고, 1955년 이들이 중심이 되어 이슬람협회가 결성되었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무슬림 교도가 생겨난 것은 1970년대 중동건설 근로자들이 귀국하면서였다. 1975년 석유 위기 이후 중동과의 관계 개선을 하는 과정에서 아랍권 고위인사들이 한국의 이슬람 발전ㅇ[ 관심을 표명했고, 한국 정부도 친아랍정책으로 이슬람의 발전을 지원했다.

이런 정책적 흐름에서 생겨난 것이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이다. 1975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6·25때 터키군이 기도하던 장소였던 한남동 부지를 무슬림들에게 주었다. 그곳에 최초의 모스크가 지어졌다. 그후 부산에 두 번째 모스크가, 경기도 광주에 세 번째 모스크가 세워졌다.

 

▲ 한국 무슬림들의 기도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사이트

 

한국의 무슬림교도는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일보(“불편한 시선, 불안한 공존… 한국에 무슬림 20만” 2015. 1. 24)의 보도를 인용해 보자.

 

“국내 체류하는 해외이주 무슬림은 14만3,500명으로, 전체 외국인(175만6,000명) 10명 중 1명 꼴이다. 불법체류 무슬림(2만1,000여명)과 한국인 무슬림 3만5,000명을 포함하면 국내 무슬림은 모두 20만 명에 달한다. 문화부가 이슬람교를 아직 ‘기타종교’로 분류할 만큼 타종교에 비해서는 적은 숫자이다. 그러나 한국이슬람교중앙연합회가 조직된 1965년 3,700명에서 50년 만에 5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이 있는 경기에 가장 많은 3만3,300여명(30.5%)이 거주하고, 경남(14.4%) 서울(8.9%) 인천(6.6%) 등 공단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 이슬람 성원(聖院)은 서울중앙성원을 비롯해 전국에 15개가 운영되고 있고, 크고 작은 기도소는 60여개에 이른다.”

 

이태원 이슬람 거리는 이슬람 성원, 즉 모스크를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 있다. 할랄 식당은 물론 서점, 옷가게에는 무슬림은 물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서울에서 한국인과 무슬림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무슬림 교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위치는 미미하다. 카톨릭 성당과 기독교 교회는 서울 중심가에 으리으리하게 위용을 자랑하는데 비해, 이슬람 성원은 달동네에 자동차 진입구외 인도가 구별되지 않은 채 비좁게 서있는 모습에서 한국 이슬람의 위상을 본다.

 

▲ 이태원의 이슬람 중앙회 이슬람 성원 /사진=김인영
▲ 이태원 이슬람거리 풍경 /사진=김인영
▲ 이태원 이슬람거리 풍경 /사진=김인영
▲ 이태원 이슬람거리 풍경 /사진=김인영
▲ 이태원 이슬람거리 풍경 /사진=김인영
▲ 이태원 이슬람거리 풍경 /사진=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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