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부흥운동 숨결 남아있는 부안 우금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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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부흥운동 숨결 남아있는 부안 우금산성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5.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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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지에 이어 남문지도 발견돼…부흥군의 최후 거점

 

백제의 마지막 구원투수는 무왕(武王)의 조카이자 의자왕(義慈王)과 사촌 동생인 복신(福信)이었다.

서기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자왕이 항복하자, 복신은 병사를 거느리고 승려 도침(道琛)과 함께 주류성(周留城)을 거점으로 백제부흥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부흥운동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자왕의 아들로 일본에 볼모로 가 있던 부여풍(扶餘豊)을 맞아 왕으로 세웠다.

왕족이 거병을 하자 백제 유민들은 구심점을 찾아 모여들었다. 복신은 백제 유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 한때 멸망전 수도였던 사비성까지 쳐들어 가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사비성이 포위되자 당나라는 유인궤(劉仁軌)를 급히 파견해 되찾았다. 복신은 전세가 불리하게 되자 임존성(任存城)으로 퇴진했다. 복신을 중심으로 하는 백제 부흥군은 옹산성, 사정성, ·진현성 등을 공격해 탈환하고 신라군이 금강 상류를 통해 내려 보내는 군량 수송로를 차단하기도 했다.

 

▲ 우금산성 물금바위 /문화재청

 

그러면 복신이 거병한 주류성은 어디일까.

역사학자들은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개암사 뒷산에 있는 우금산성(禹金山城)을 주류성으로 비정한다.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멸했을 때 주력군을 부여와 공주 등지에 배치했기 때문에 부안 지역엔 지배력이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파악된다.

우금산성은 돌로 쌓은 석성(石城)이다. 우금바위와 개암사 저수지까지의 능선 밑으로 산성을 쌓았는데, 남쪽으로 통한 계곡 입구에 남문을 설치하고, 양쪽 능선을 따라 동서로 연장되어 있다. 다듬은 돌과 자연석을 적절히 섞어가며, 우금바위에서 그 길이가 남쪽으로 563m, 서쪽으로 675m, 동쪽과 북쪽을 합하여 총 3,960m 길이의 성벽을 쌓았다. 전라북도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곳에서 복신은 나당연합군의 김유신, 소정방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패배했다. 백제 부흥군으로썬 최후의 항거 거점이었다.

개암사 뒤 산길로 30분쯤 올라가면 울금바위를 만난다. 이 바위 꼭대기에서 보면 드넓은 호남평야와 서해가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인다.

 

▲ 우금산성 남문지 현장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재)전북문화재연구원은 우금산성 발굴조사에서 남문지(南門址)와 남문지에 인접한 성벽구조 등을 확인했다. 남문지는 산성 내에 지형이 가장 낮은 계곡부에 있으며, 성 내부로 드나들기 가장 편리한 곳에 축조되어 정문 기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성내 건물지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거의 붕괴되어 본래의 모습을 찾긴 어렵지만, 초석이 확인되었으며 이를 기준으로 볼 때 문지 통로부의 형태는 대략 긴 사각형(長方形)으로 추정된다. 통로부의 규모는 조사구역 북쪽에서 확인된 주춧돌(礎石)과 남성벽 외벽 지대석(地臺石)을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추정길이는 780㎝, 주춧돌의 간격을 기준으로 한 추정너비는 480㎝이다.

앞서 발굴에서 우금산성 동쪽구간에서 동문지(東門址)와 등성시설(登城施設, 계단), 성벽구조 등을 확인한 바 있다.

 

▲ 우금산성 위치 /네이버 지도

 

그러면 복신의 백제부흥운동은 왜 실패했을까. 우선 부흥군의 병력과 무기가 나당연합군에 크게 미약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역사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내분이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

복신은 함께 거병한 승려 도침을 죽이고, 임금으로 세운 부여풍까지 제거하려 했다. 왕족 출신인 복신 스스로 임금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아챈 부여 풍이 선수를 쳐 부하들을 이끌고 가서 복신을 죽였다. 내분은 외적보다 더 무섭다. 결국 복신의 백제 부흥운동은 지도부 분열로 좌절되고 말았다.

백제부흥군은 실패했다. 그들이 죽어 간 곳에선 돌 무더기가 나오고, 다량의 기와와 청자와 분청사기 조각이 출토되어 성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 우금산성 동문지와 등성시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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