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그리고 세르쥬 갱스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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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그리고 세르쥬 갱스부르
  • 김이나 에디터
  • 승인 2018.04.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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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Javanaise로 소환된 프랑스 음유시인을 추모하며

1990년에서 1991년으로 넘어가는 그 때, 두 계절동안 파리에 잠시 살았었다. TV와 라디오, 신문으로만 뉴스를 접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 지하철 앞 키오스크에서 파는 신문 1면에 한 아티스트의 부고가 실려있었다. 가수이자 작곡가, 배우인 세르쥬 갱스부르, 심장마비로 사망.

갱스부르는 1991년 3월 2일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파리 전체가 멈추었고, 장례식에 참석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갱스부르는 우리의 보들레르이며, 우리의 아폴리네르입니다. 그는 음악의 위상을 예술의 수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라고 조의를 표했다.1

TV 출연 때마다 그의 손에는 늘 담배가 들려 있었다. 그것도 필터 없는 담배 지딴 Gitane.

지딴은 필터없는 담배다. 필터가 없어 더 독하다고도 알려져 있으나 파리를 떠올려주는 담배기도 하다. 지딴은 집시여인이란 뜻.

지금도 그가 즐기던 지딴을 입에 문 많은 추모객들이 갱스부르의 묘지를 찾는다고 한다.

 

▲ Serge Gainsbourg in 1978. Photograph: P. Ullmann/Getty Image

 

프랑스를 대표하던 마초 예술가 갱스부르. 그는 우악스럽고, 면도하지 않은 얼굴로 줄담배를 피워대는, 색욕에 찬 남성상이었다. 자유로운 영혼 갱스부르의 이름 역시 독특하다. 본명은 ‘루시앙 긴스부르’였으나 평소 존경해왔던 18세기 영국의 풍경화가 토마스 게인즈버러 (Thomas Gainsborough)에서 성을 가져왔고, 세르쥬는 세르게이라는 러시아의 전형적인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2

내게 갱스부르는 그의 부인  제인 버킨이 부른 관능적인 노래 ‘Je t’aime,moi non plus’ 와  ‘Yesterday,Yes a day’ 를 작곡한 작곡가였고 그의 딸 샬롯 갱스부르가 대를 이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일뿐 어느 새 잊혀진 파리지엥이었다.

그런데 최근 어느 영화를 통해 그를 다시 만나게 됬다.

 

세르쥬 갱스부르의 La Javanaise

 

▲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스틸 컷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ost 중에 수록된 ‘La javanaise’.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OST의 위용. 역시 명곡들의 향연이다. 그 중 세르쥬 갱스부르 작사 작곡의 이 곡은 영국의 첨단 녹음 기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세르주 갱스부르가 1963년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녹음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50년대 말과 60년대 초, 몇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판매가 매우 저조했다. 그가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다른 가수들을 위해 곡을 써주는 작곡가로 활동하고 난 후부터였다.  재즈 싱어였던 줄리엣 그레코와 한 팀을 이루어 1959년 자신의 곡들을 EP로 발표한 것이 그의 음악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파리의 생 제르맹 데 프레의 보헤미안 스타일 카페의 단골로, 그 곳에서 장 콕토, 마일즈 데이비스와 어울려 시간을 보내곤 했던 그레코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가공할 만한 존재였다. 갱스부르가 그레코와 첫 대면을 했을 때, 그는 너무도 수줍었던 나머지 말도 제대로 못했었다. 'La javanaise'는 갱스부르가 작곡가로서 보여준, 첫 명작3 으로, 쥴리엣 그레코에 의해 히트를 거둔다.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해요

 

영화 중의 괴생명체와 일라이자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 노래 La javanaise.


J'avoue j'en ai bavé pas vous mon amour  / 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당신은 어때요 나의 사랑

Avant d'avoir eu vent de vous mon amour  / 우리가 서로 만나기 전까지 말이에요 나의 사랑

Ne vous déplaise  En dansant la Javanaise  / 그대만 괜찮다면 함께 자바 춤을 추며

Nous nous aimions  Le temps d'une chanson  / 우리 서로를 사랑하기로 해요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nous nous aimions le temps d”une chanson...

반복되는 후렴.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사랑하자는 귀여운 고백이다.

거침없이 살았던 남자. 수많은 여성을 사랑했고 표현 또한 직설적이었던 남자.

하지만 La Javanaise의 갱스부르는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수줍은 한 남자일 뿐이다.

 

그대만 괜찮다면 함께 자바 춤을 추며
우리 서로를 사랑하기로 해요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의 거침없는 삶에 어울리지 않는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가사. 게다가 동의를 구하는 애틋함까지.  

수줍은 사랑이 그려진 노래. 그래서 영화 속 일라이자의 순수한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 노래. 이 노래를 선곡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그에 의해 파리의 애연가 갱스부르는 21세기의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아주 수줍게 말이다.

 

▲ 파리 몽파르나스에 있는 세르쥬 갱스부르의 묘지 / pixabay

    註 : 1. 나무 위키   2.3죽기전에 꼭 들어야 할 팝송 1001 /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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