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70달러 하회한 유가...추가 하락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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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70달러 하회한 유가...추가 하락 가능성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5.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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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러, 이견 확대에 OPEC+ 불확실성 증대
부채한도 협상 난항 또한 경기침체 우려로 연결돼
"추가 하락시 배럴당 66달러가 다음 지지선"
30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내달 4일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정례회의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한 우려가 유가를 하락세로 이끈 직접적 원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요인과 동시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크로 변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유가의 향후 흐름에 관심이 집중된다. 

WTI, 4주만에 배럴당 70달러 하회

3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일대비 3.21달러(4.42%) 내린 배럴당 69.4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를 하회한 것은 지난 4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처음이다. 

주요 해외 언론들은 유가가 급락한 대표적인 이유로 내달 4일 예정된 OPEC+ 회의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이견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앞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지난주 한 포럼에 참석해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며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석유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이미 한 달 전에 자발적 감산을 단행한 만큼 이번 정례회의에서 새로운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WSJ은 지난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감산을 이어갈 것임을 다짐했으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사우디가 이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고 언급했다. 

OPEC+를 이끄는 두 축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OPEC+ 국가들 간 동맹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고, 이것이 유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데일리FX는 "OPEC+ 국가들 간 내분으로 인해 6월4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많은 회원국들이 감산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2023년 하반기 석유 시장을 공급과잉으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예고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시점(6월5일)이 OPEC+ 정례회의(6월4일)와 근접하다는 점 또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미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한 합의를 이뤄냈으나,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옐런 장관이 예고한 디폴트 가능 시점까지 불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의회 통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OPEC+ 정례회의 이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원유에는 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스버디의 석유 분석 헤드인 패트릭 드 한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석유 수요를 억제하는 깊은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점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필 플린 역시 "부채한도를 둘러싼 드라마가 계속되고 있다"며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시장은 계속 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침체도 유가 하락 요인

최근 유가가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석유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부진이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발표된 중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18.4%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상하이 도시 봉쇄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미미한 증가세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전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소매판매가 8%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중국 내수 시장이 여전히 부진함을 시사했다. 

청년 실업률 역시 20%를 넘어서면서 전반적인 중국 경제에 깔린 먹구름을 드러냈다. 

WSJ은 이를 언급하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과거처럼 연간 6~8% 성장하는 대신 2~3%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말한다"며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는 중국 경제에 대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미 경제는 비교적 견조하지만, 최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60%로, 동결 확률(40%)을 웃돌고 있다. 

데일리FX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은 석유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면서 "비록 미 경제가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더 걱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중기적으로는 경제나 위험자산에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 볼 때 현 수준에서 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한다면 배럴당 66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매체는 "현재 유가는 69.40달러 부근의 중요한 지지선을 맴돌고 있다"며 "만일 여기서 추가적으로 하락한다면 배럴당 66달러 수준으로 단기적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초기 저항선은 배럴당 74.0달러"라며 "이를 돌파할 경우 배럴당 76.5달러로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며, 그 다음에는 200일 이동평균선 대비 다소 낮은 배럴당 79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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