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컬쳐 프리즘] 인어공주가 못 생겨 문제일까
상태바
[김헌식의 컬쳐 프리즘] 인어공주가 못 생겨 문제일까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승인 2023.05.24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블랙 스완(Black Swan)은 이제 너무 평범해졌다. 백조 즉, 스완은 하얀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검은색도 있었으니 기존의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는 놀라울 만했다. 백조도 그러한데 인어공주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인어는 실제가 아닌 상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어의 특정 캐릭터가 오랫동안 상상이 현실인 듯 여겨져 왔다고 한다면 변화에서 받게 되는 그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막상 블랙 스완이 인어공주에 나타나니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디즈니의 2023 ‘인어공주’의 아리엘 역으로 할리 베일리(Halle Bailey)가 낙점되었기 때문이다. 대개 인어공주라면 떠올리는 이미지와 너무 다르기에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에 대해서 문제 삼았다. 확연하게 인지할 수 있는 것은 할리 베일리가 흑인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캐스팅에 대해서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적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서 단지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적에는 기존의 인어공주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심이 작용할 수 있다. 사실상 특정 콘텐츠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은 팬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 확장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캐릭터의 변경은 지적재산권이 제작사에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자의적인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팬심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과정을 준수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으로 자칫 불매운동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디즈니가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은 나름의 전략이 있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과 그 경영 마케팅의 관점에서 유색인종의 비율이 늘어났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수용이 일정한 브랜드 가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이런 캐스팅 자체를 인권이나 사회적 가치적인 부정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아니 디즈니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 

영화 '인어공주'는 블랙 와싱?

일부에서는 ‘화이트 와싱’(Whitewashing)에 이어 ‘블랙 와싱’(black washing)이라는 개념도 적용한다. 유색인종의 캐릭터를 백인 캐릭터를 차지하는 것이 화이트 와싱이라면 백인 캐릭터를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것을 블랙 와싱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꼭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못 박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인어공주의 기원이 유럽이란 견해에 따른다면 블랙 와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랙 스완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꼭 적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디에선가 흑인 인어는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상상에 관객들이 동의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정 이미지에 고착이 될 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진다. 워낙 익숙한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지적 제한성을 가진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도 처음에는 흉물이라고 외면받았다. 

백인 남성은 그대로인데 흑은 여성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착취적 관점이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백인이 우월한 권력자이고 사회적 입지가 더 우위에 있다면 그럴 수 있다. 더구나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연장선이라면 답습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연구결과를 보면 평균적으로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보다 아시아 여성을 더 선호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는 이상향에 더 가까울 수 있는 셈이다. 이 자체를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면 침묵할 수밖에 없다.

영화 '인어공주'. 사진=AP/연합뉴스

요컨대, 두 가지 관점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 흑인 배우의 캐스팅보다 중요한 것은 그 캐릭터 자체가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단지 외모가 아름다우냐 추하냐를 따지는 점과는 다르다. 지금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월등한 미모, 이른바 여신급 외모보다는 평범한 외모의 배우들이 주인공에 등극하고 있으므로 중요한 것은 그 캐릭터에 얼마나 동일시와 감정이입을 통해서 공감을 나눌 수 있는가이다.

또한, 흑인 캐릭터라고 해도 그 캐릭터의 정체성과 특징이 누구의 관점인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아름다움은 백인 등 다른 인종이 아니라 흑인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이어야 한다. 물론 디즈니의 경우 콘텐츠의 완성도는 높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은 캐릭터로 팬심을 갖거나 강화한다는 점이다.

더 많은 다양성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적용할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른바 갑(甲)과 을(乙)의 싸움에서 병정(丙丁)에 해당하는 이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인 캐릭터는 인어공주가 될 수 없을까. 더 나아가 아름다운 아시아인을 디즈니는 과연 구현할 수 있을까.

사실상 흑인 인어공주는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유색인종 캐릭터가 나와야 하고 그 캐릭터는 아시아에도 당연히 해당하여야 한다. 그렇게 많은 캐릭터가 다양하게 창작이 되어 수용적 관점으로 창작이 될 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란은 없을 것이다. 

많은 댓글에 ‘핵심은 흑인 캐스팅이 아니라 얼굴이 못생긴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못 생기고 잘 생기고는 현대 콘텐츠의 몰입에서 부차적인 문제이다. 인어공주가 반드시 잘생기거나 미인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얼마든지 루저형 콘텐츠는 있다. 애니메이션 ‘슈렉’은 이를 멋진 반전으로 새로운 콘텐츠의 대안을 마련해준 바가 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반드시 외모 때문만이라면 인류는 멸종했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사랑은 달라진다. 그것을 어린이 때문에 어떻게 접하는가에 따라 문화적 인식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흑인 인어공주는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책학을 전공한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다. 1990년대 말부터 K 컬쳐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해왔으며, 문화 현상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