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vs 메타…'XR 삼국지'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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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vs 메타…'XR 삼국지' 시대 열린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5.19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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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D 2900억원에 美마이크로 OLED 기업 인수
XR 시장 공략…연내 XR 디바이스 출시 가능성도
애플 다음 달 WWDC서 MR 헤드셋 공개
'삼성+구글+퀄컴' 삼각동맹 vs 애플 vs 메타 경쟁 가속
지난해 크리스마스 거리에서 XR 기기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재 메타가 주도하고 있는 XR시장에 삼성과 애플이 참전하면서 격변이 예상된다. 이른 바 'XR 삼국지'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업 이매진을 인수해 확장현실(XR)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애플은 오는 6월 열리는 애플 세계 개발자회의(WWDC)에서 신형 혼합현실(MR) 기기를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 현재 글로벌 XR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는 메타다. 

삼성디스플레이, 美마이크로 OLED 기업 인수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OLED기업 이매진(eMagin)'에 2억1800만 달러(약 2900억원)를 투자해 이매진 주식 모두를 인수하는 최종 인수계약서를 지난 18일 체결했다. 이매진은 미국 내 유일한 OLED 제조업체로 마이크로 OLED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XR 기기 생산에 필수적인 타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이렉트 패터닝 기술을 활용하면 백색 OLED 디스플레이보다 낮은 전력에 더 밝은 휘도를 제공할 수 있어 IT 기기의 부피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은 늘릴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인수는 XR 디스플레이 등 시장 수요 증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XR 기기는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매진의 기술을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XR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오는 6월 WWDC서 XR 기기를 공개한다. 사진=연합뉴스

7년 공들인 애플, XR 기기 공개

애플이 7년을 공들여 준비한 XR 헤드셋이 오는 6월 WWDC에서 공개된다. 2017년 증강현실(AR) 기반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지 7년 만이다. 제품의 이름은 '리얼리티 프로'다. 현실을 뜻하는 리얼리티에 애플의 고급 제품에 붙이는 프로를 추가했다. XR을 구현하는 고급 기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헤드셋을 구동하는 운영체제는 xrOS라고 불린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섞어놓은 XR을 구현하는 운영체제라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애플은 소비자 출시를 앞두고 6월에 열릴 개발자 이벤트에서 XR 헤드셋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기능 정보를 외부 개발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드웨어를 먼저 공개한 뒤 이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나, 오피스 프로그램 등을 개발자들이 먼저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그리는 XR은 현실 세계를 눈으로 보면서 그 위에 가상의 이미지와 정보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때문에 애플의 XR 기기는 실제 현실의 모습과 가상의 이미지를 조합하기에 기술적으로 더 구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사진 왼쪽부터)이 지난 3월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3사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XR 동맹' 강화…삼성 XR 기기 연내 출시 가능성도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XR 시장 진출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말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2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가 요즘 화두"라며 "삼성전자도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메타버스와 로봇을 신성장 사업으로 꼽고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지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언급했다.

전환점은 올해 2월에 있었던 갤럭시 언팩'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과 구글, 퀄컴은 XR 동맹을 선언하고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XR 생태계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진행 중인 개방형 파트너십을 XR 디바이스에도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디바이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같은 소프트웨어, 퀄컴은 XR 플랫폼 전용 칩셋 등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구체적으로 구글은 XR 특화 안드로이드 OS를, 삼성전자는 XR 기기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갤럭시 글래스' 상표를 출원했으며 지난달 특허청에 '갤럭시 스페이스' 상표도 등록해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건 한 회사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큰 의미에서 XR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XR 기기를 이르면 올해 안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점친다. 삼성 XR 기기는 고글이나 안경, 헤드셋 형태의 신제품이 유력하며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와 호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기로 영상 통화와 게임 등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XR 동맹을 통해 그동안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센싱 전용 반도체와 XR 전용 플랫폼을 보완했다"면서 "이르면 올해 말 삼성 XR 기기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CES 2023'에서 XR 기기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XR 삼국지 시대 열려

2014년 삼성전자는 메타(옛 페이스북) 자회사 VR 기업 오큘러스와 협업해 헤드셋 제품 '기어VR'을 출시했다. 이어 2018년 '오디세이 플러스'를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두 제품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직 XR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점과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 등 기기 성능 부족이 흥행 참패의 요인으로 꼽힌다. 두 번의 실패를 겪은 삼성전자는 새로운 XR 기기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현재 XR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기업은 메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XR 시장 미성숙으로 경쟁 업체들이 손을 놓을 때도 투자를 지속했다. 2020년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가성비 높은 VR 기기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출시 반년 만에 1000만대 판매고를 올렸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2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하반기 차세대 헤드셋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이 제품은 모든 헤드셋의 기술 기준을 확립하고 궁극적으로 AR 안경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제품은 현재 휴대폰보다 더 나은 소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향후 몇 년 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과 애플 그리고 메타 이외에도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샤오미는 최근 열린 'MWC 2023'에서 무선 AR안경 '디스커버리 에디션'을 공개했으며 TCL은 'CES 2023'에서 AR 글래스 '레이네오 X2'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오포는 지난해 세계 최대 XR 기술전시회 'AWE 2022'에서 AR 글래스 '에어 클래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본의 소니는 내년 중 플레이스테이션에 활용할 VR헤드셋 'VR2'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적 VR 기기와 게임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가올 XR 시장에서 한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면서 XR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세계 XR 관련 시장 규모는 2025년 540조원에서 2030년 1700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XR 기기 역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1100만대였던 글로벌 XR 기기 출하량이 2025년 1억5000만대, 2030년 10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출하량은 1800만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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