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자금유출보다 자금유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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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역전…자금유출보다 자금유입 가능성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3.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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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호조가 우리경제에 도움…경제 펀더멘털 유지가 중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또 인상했다. 그 결과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 기준금리의 역전현상이 생겼다. 오랫동안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았지만, 이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한미 금리역전은 10년만의 일이다.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은 물의 방향과 달리 금리가 낮은 곳에서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미 금리 역전이 자금유출의 여건이 될수 있지만, 글로벌 자금 이동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금리가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 경기 확장속도, 금융시장의 개방정도, 경제의 미래 등등 다양한 요소들이 자금 이탈의 결정요인이다. 보다 결정적인 요소는 환율이다. 금리보다 환율이 외환 이동에 더 큰 변수가 된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금리 이외의 요인들에서 자금이탈을 걱정할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한미 금리 역전현상이 생기자 덜컥 자금유출을 걱정하는 것은 20년전 IMF 위기의 공포 때문이다. 당시 미국이 10년 경기호황으로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자 아시아에 유입되었던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을 비롯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면서 환율을 버티려 하다가 외환 고갈이 발생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변동환율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돈이 빠져 나가도 환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면 자본이 빠져나가는 원심력을 상쇄할수 있다.

거꾸로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경기가 호조세를 유지하고 기업수익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 호조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에서 수익을 내고자 들어올 여건이 마련되었다.

정부는 22일 아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 가운데 85%는 주식시장에 잠겨 있는데, 주식자금은 국내 경기와 기업 실적 전망에 좌우된다. 채권시장에 투자된 나머지 15%는 중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금리 갭에 의한 아비트리지(arbitrage)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이런 평가에 동의한다.

 

미국 연준(Fed)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따라서 미국의 연금기금 금리가 1.25~1.50%에서 1.50~1.75%로 올라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로 미국 기준금리보다 0~0.25% 포인트 낮다.

기준금리가 실세금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기관, 금융기관, 기업들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미국 채권에 대해 가산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의 실세금리는 미국보다 높다.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해야 하는 미국 경제의 호조를 반겨야 한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미국 실물경기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다. 미국 경제의 소비 투자 고용 지표가 견고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조치로 기업들이 활력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 경제의 호조를 뒷받침한다. 세계 실물경제의 호조는 반도체 호황을 가져왔고, 그 덕분에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기실, 지난해 이후 세계경제 호조는 미국 경제의 회복에 기인한다. 2년전만 해도 유럽이 비틀거리고 중국경제가 가라앉았지만 미국 경제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계경제가 반등하고 여타 경제권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를 우리는 걱정해야 한다. 그 상황이 되면 미국 경제가 후퇴하고 세계경제가 기우뚱하며, 대외충격에 약한 우리경제도 힘들게 된다.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위키피디아

 

미국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달 취임한 제롬 파월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처음 주재하면서 단행된 것이라는 점에 관심을 모은다. 전임 재닛 옐런 의장이 다섯 번 금리를 인상한 이후 신임 파월 의장이 그 기조를 이어 여섯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전임 옐런 의장은 트럼프 정권 이후 자신의 연임 여부로 인해 금리 인상을 주저했지만, 파월은 트럼프가 임명한 만큼 자신있게 금리 조작을 통해 경기 과열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도 문제다. 경기 과열은 그 후유증으로 오는 불황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경기의 온도를 완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연준은 올해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 성장전망치도 2.1%에서 2.4%로 올렸다. 실업률도 현재의 4.1%에서 3.8%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9%로 2%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올해 3차례의 금리인상을 예상한다. 우리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적절한 수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중앙은행이 미국 금리인상 페이스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 우리 경제에 금리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부분은 가계부채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오히려 가계 부담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은행창구 조절이라는 미시적 규제를 동원하면 될 뿐, 거시 장치인 금리로 조절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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