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현대가도 굴복한 '부동산PF의 늪'…위기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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凡현대가도 굴복한 '부동산PF의 늪'…위기론 '솔솔'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31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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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3세 경영 중견 건설사 HN 법정관리 신청
고금리·원자잿값 상승·부동산 경기 침체 악재 겹쳐
부동산 PF발 경제 위기론 솔솔…브릿지론 차환 핵심
정대선 HN Inc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범(凡)현대가(家)이자 연매출 3000억원에 달하는 중견 건설사 HNInc(에이치엔아이엔씨·이하 HN)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로 채무 상황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2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현재 HN의 최대주주는 현대가 3세 정대선 사장으로 지분 81%를 보유하고 있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대중에 친숙하며 고(故) 정몽우 회장의 3남이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다.

회생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법원이 기업회생을 결정하기 전까지 모든 채권은 동결되며 채권단은 임의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회사의 공익 가치 여부, 제3자 인수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보전 처분을 결정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채무 상환 여부도 판가름난다. 

HN, 현대가 지원 아닌 부도 택한 까닭

HN은 시스템통합(SI), IT 아웃소싱, IT 컨설팅 및 솔루션 등 종합 IT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2년 아파트 브랜드 '현대썬앤빌'을 론칭하며 주택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아파트 브랜드 '헤리엇'을 추가 론칭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 5년 간 매출액을 살펴보면 ▲2021년 2837억원, ▲2020년 2480억원 ▲2019년 2581억원 ▲2018년 2760억원 ▲2017년 2636억원 등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택사업 진출 후 현대가와 마찰을 빚었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가의 경우 '현대'라는 브랜드 사용에 너그러운 편이지만 정 사장이 건설업을 시작하면서 소송전을 불사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다. HN은 결국 재판에서 패배했고 2021년 1월 기업명을 기존 현대BS&C에서 지금의 HN Inc로 변경했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도화선이 된 건 지난해 8월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에 분양한 테라스하우스 속초 헤리엇 THE228 미분양이다. 모두 214가구 모집에 무려 119가구가 미달됐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HN이 떠안았다. 악재는 계속됐다. 같은해 10월 입주 예정이던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주상복합건물 '동탄역 헤리엇' 역시 입주가 미뤄졌다. 가깟스로 올 초 입주가 재개됐지만 부실 시공 의혹이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HN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건설사업 부문을 존속회사로 하고 IT 부문을 신설 자회사로 한 HNiX(에이치엔아이엑스)를 물적분할했다. 물적 분할 후 신설 자회사의 지분 일부를 외부 투자자와 범현대가 기업에 넘기면서 재무 건전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불거진 원자재 수급차질과 건설 노조파업 등으로 주택사업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의 대대적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수요까지 급감하면서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결국 자금 마련에 실패한 HN은 부도 위기로 내몰렸다.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 시공 현장. 사진=연합뉴스

부동산PF '경제위기 뇌관' 되나

건설·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부동산 PF발(發) 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를 제외한 전 금융권(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증권사, 보험사, 캐피털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46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1년 말의 4838억원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중소 건설사들이 대출 원리금을 대거 연체하기 시작한 탓으로 풀이 된다. 대출 연체 잔액은 금융당국이 향후 부실 발생 추이를 가늠하기 위해 보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이 3638억원으로 가장 많다. 연체율 역시 8.2%로 가장 높다. 그 뒤를 저축은행 약 3000억원(연체율 2.4%), 캐피탈사 2902억원(1.2%), 보험사 1767억원(0.39%), 은행 115억원(0.03%) 순으로 이었다. 이 중 보험사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45조4906억원으로 가장 크며 연체율 역시 수년간 수백억원 수준이던 게 최근 1000억원대로 급속하게 불어났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추산을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행이 추산한 비은행권 부동산 PF 대출 위험 노출액 규모는 115조5000억원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카드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4.33배, 저축은행과 보험사는 2배 넘게 뛰었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부실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시장 '큰 손'으로 통하는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말 기준 건설·부동산 기업에 시행한 대출 잔핵은 3년 새 2배 이상 뛰며 56조원을 넘어섰다. 새마을금고는 지역 금고와 공동대처를 위해 '부동산 PF 대주단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선제적 위험관리에 들어갔다. 

부동산 PF발 위기론이 커지는 가운데 위기의 핵심으로 브릿지론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핵심은 브릿지론

부동산 PF 중 가장 약한 고리는 '브릿지론'이라는 지적이다. 브릿지론은 본 PF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로 일종의 '급전'이다. 돈이 필요한 시점과 조달이 가능한 시점 사이의 간극을 '다리(브릿지)'처럼 이어주는 '융자(론)'다. 

브릿지론은 착공과 동시에 본 PF로 전환해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높은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주택 시장 경기 침체 등 복합위기가 겹치면서 차환 연장 또는 본 PF로 전환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하는 여신전문금융사의 PF 대출이 여신전문금융사의 유동성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은 고위험 사업장 관련 PF 대출 비중이 다른 업권에 비해 높으며 이 같은 부실 우려로 수신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상무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현재 익스포저(노출)가 가장 큰 곳은 보험과 은행이지만 제일 우려되는 곳은 증권과 캐피탈, 저축은행"이라면서 "세 업종이 부동산 개발사업 중 가장 위험한 브릿지론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부동산 PF 불안 가능성에 대비하고 선제적으로 정책대응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PF 위기 대응에 정책금융 28조4000억원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정부 관계기관은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단위로 대출현황, 사업진행상황 등을 통합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신속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중소·중견건설사에 모두 18조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부동산 PF 사업장에는 대출확대,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 등으로 9조6000억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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