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HMM' 인수전 뛰어든 현대차그룹 노림수는...성공시 '글로비스'가치 수직상승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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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HMM' 인수전 뛰어든 현대차그룹 노림수는...성공시 '글로비스'가치 수직상승 전망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29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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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몸값 최소 4조원~최대 11조원 예상
HMM인수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지렛대 역할 기대
몸값만 최소 4조원에서 최대 11조원으로 예상되는 HMM이 매물로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몸값만 최소 4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HMM의 매각이 현실로 다가왔다. HMM은 과거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을 모태로 한다. 2016년 해운업이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결국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이후 현대상선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이뤄진 채권단의 정책 자금으로 회생에 성공했다. 이후 사명도 HMM으로 변경했다. 현재 HMM은 국내 최대 국적 선사로 거듭났으며 지난해 영업이익 9조945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을 53.5%를 달성했다. 

HMM 지분 20.69%와 19.96%를 보유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HMM 인수 후보군으로는 현대차그룹과 HD현대, CJ, 포스코, SM 등이다. 

HMM 매각 관건은

HMM 매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몸값이다. 업계와 시장에선 HMM의 매각가를 최소 4조원에서 최대 11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가뜩이나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수 조원대 자금을 움직여 HMM을 인수한다는 건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을 위한 자문단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해운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해운 운임 지수가 최근 하락하고 있어 일각에선 정부가 매각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부의 매각 의지는 확고하다. 

매각 대금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단연 영구채 문제다. HMM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상대로 모두 6차례에 걸쳐 모두 2조68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을 상대로 조기상환청구권이나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에 대한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모두 5억3600만주의 신주가 발생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HMM 주식 총량을 훌쩍 뛰어 넘는다. 또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도 74%까지 치솟는다. 인수 후보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영구채 발행 이후 5년이 지나면 원금을 갚을 수 있는 조기상황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상황은 다소 달라진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11조407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같은 기간 차입금 역시 3조8778억원으로 2021년 말 5조8197억원과 비교해 2조원 가까이 줄였다. HMM의 차입금은 ▲유동성장기부채 ▲장기차입금 ▲사채 ▲리스부채로 구성되며 이 중 가장 덩치가 큰 게 리스부채다. HMM은 지난해 리스부채를 1조8000억원 이상 줄였다. HMM 관계자는 "2021년 발주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금융을 조기 상환하면서 리스부채가 감소했다"면서 "각종 비용 절감과 라인 효율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MM은 곳간에 쌓아둔 현금을 하루빨리 상환해 이자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한다. 최윤성 HMM 전략·재무총괄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돌아오는 영구채의 스텝업 시기를 실질적인 만기로 보고 있다"며 "조기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스텝업은 통상 만기가 30년인 영구채 발행 이후 5년 이하 경과 시점에서 금리를 대폭 올려주는 조항이다. 

업계에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영구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매각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매각이 성공하기 위해선 인수 대상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은 성공적인 지분 매각을 위해선 CB와 BW의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영구채 해결 없이 원매자를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가 HMM 인수로 기업가치를 키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 된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글로비스, HMM 인수로 기업가치 상승할까

유력한 인수 후보군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중 해운업을 하는 현대글로비스를 내세워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라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때문에 현대글로비스가 HMM 인수를 통해 가치를 증대시켜 사업적 시너지는 물론 지배구조 개편의 추진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안의 핵심 계열사는 단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핵심 부품·투자사업을 존속법인으로 만들고 모듈과 AS부품사업을 떼내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하려 했다. 하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과 글로벌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 및 글래스루이스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두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주주친화 정책, 이사회 개선, ESG 경영 강화 등을 적극 추진했지만 5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지배구조 재편에 대해선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선 그룹의 주력사인 현대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 절실하다. 정 회장 편에서 보면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부담을 낮추면서도 지배력을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정 회장이 1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를 높여 지배구조 개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 또는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식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단시간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단연 대규모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다. 비록 초반 자금부담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단시간에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정 회장의 지배력 확보라는 당면 과제가 맞물려 현대차그룹이 HMM 인수전에 등판할 것이라는 배경이 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크게 물류, 유통, 해운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해운업을 하고 있는 만큼 HMM 인수로 시너지가 가능하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대글로비스 사업부문 중 CKD 부품 및 상품판매를 하는 유통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94%로 가장 크다. 그 다음은 물류로 35.12%다. 

해운은 16.94%로 그 비중이 가장 적다. 하지만 HMM을 인수하면 전체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 자동차운반 외에 컨테이너선 역량을 눈부시게 강화해 단숨에 '해운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 또 HMM을 인수하면 현대글로비스의 몸집 역시 급격히 커진다. 

현대글로비스와 HMM의 작년 실적을 단순 합칠 경우 매출은 45조5646억원, 영업이익은 11조7500억원이다. HMM의 지난해 매출은 18조5827억원, 영업이익은 9조9551억원이다.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26조9818억원, 영업이익은 1조7985억원이다. 만약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품는다면 단순 계산으로 매출은 대략 68%, 영업이익은 약 153%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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