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CS와 다르다는데...그래도 우려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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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CS와 다르다는데...그래도 우려하는 이유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3.2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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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도이체방크는 탄탄...제2의 CS 아니다"
유럽은행에 대한 우려 확산은 투자심리에 타격
은행권 대출 경색 등으로 경기침체 심화 가능성 높아져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도이체방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도이체방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실리콘밸리뱅크(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이 무너지고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인수되는 등 은행권 파장이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주식시장에서 한 때 14% 이상 급락하면서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다. 월가는 물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까지 도이체방크의 건전성을 강조하며 사태를 진화하고 나섰으나, 은행권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여부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레딧서 촉발된 도이체방크 우려 

최근 CS가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AT1)이 상각 처리된 점이 이번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의 계기가 됐다. 

AT1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하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코코본드라고도 부른다. 

은행에 위기가 발생하면 AT1을 자본으로 전환해 대차대조표를 강화한다. 통상 AT1는 주식에 비해 선순위로 여겨진다. 

이번 CS가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는 CS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되지만, AT1 채권을 보유한 이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AT1 채권 170억달러가 전액 상각 처리된 탓이다.   

스위스의 규제당국인 FINMA는 "CS가 발행한 AT1 상품은 트리거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특히 정부 지원을 받게 될 경우 전액 상각되도록 계약에 명시되어 있다"며 이번 상각 조치가 정당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AT1 비중이 높은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미 투자자들의 커뮤니티인 레딧의 주식토론방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주가가 타격을 입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핵심 자기자본(CET1) 대비 AT1 비중은 17.7%로, 유럽은행의 평균(16%)보다 높은 수준이다. 

월가 "도이체방크, 제2의 CS 아냐"

월가에서는 도이체방크는 CS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CNBC는 "분석가들은 도이체방크는 제 2의 CS가 아니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이 1조3370억유로에 달하는 독일 최대 은행으로, 10분기 연속 이익을 내고 탄탄한 자본과 지불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은행이라는 것. 특히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 30곳 중 하나로 규제당국이 더욱 면밀히 관찰하는 은행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159% 증가한 54억달러의 연간 순이익을 달성했는데, 이는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다. CS가 지난해 80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점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수익성의 핵심 척도인 유형 자기자본 수익률은 9.4%를 기록했으며, 은행의 핵심 자기자본(CET1) 비율은 13.4%로 강력한 자본 버퍼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스튜어트 그레이엄은 "확실히 도이체방크는 제 2의 CS가 아니다"면서 "이 은행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수익성이 높고 자본 비율이 높으며 일부 미국 지역은행보다 금리 위험이 낮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또한 "도이체방크는 수익성이 높은 은행"이라고 강조하는 등 은행권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은행권 파장 불가피...경기침체 가능성 

도이체방크가 은행권 우려를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을 낮추지만, 은행권과 관련한 이슈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유럽은행에 대한 우려가 CS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가 SVB나 CS와는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투자심리가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은행권 우려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귀결은 은행권의 대출태도 경색과 이로 인한 경기침체 심화"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중국의 리오프닝, 물가상승 압력 둔화를 비롯해 견조한 미국 고용지표 등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는 것. 일각에서는 아예 경기침체가 없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을 정도였으나, 예상치 못한 은행권 파장은 기존의 전망의 경로를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미 중소은행의 뱅크런은 진화되는 분위기지만 중소형 은행 의존도가 높았던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당분간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보다 금융 안정을 우선시하게 될텐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플레 이슈 장기화를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과정이라면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예상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나마 미 정책 결정자들의 긍정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중소형 은행권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 불안정 출연시 전액 예금자 보호 확대를 할 수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 미 은행은 탄탄하기에 위기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3월 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나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다는 명확한 신호가 존재한다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미 정책 결정자들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최근 미 중소형 은행권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 등 최악으로 치닫을 지 모른다는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주면서 증시에 하방 경직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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