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美 경제]② 불안감 키운 옐런의 '오락가락' 발언...리스크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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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美 경제]② 불안감 키운 옐런의 '오락가락' 발언...리스크는 여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3.24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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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광범위한 예금보장 어려움 뜻해
중소형 은행 파산 이슈 연장 가능성..미 경제에도 악영향 
재닛 옐런 장관은 23일 하원 청문회에서 "필요할 경우 은행 시스템에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재닛 옐런 장관은 23일 하원 청문회에서 "필요할 경우 은행 시스템에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시장에 혼란을 준 것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할 지 여부에 온 관심을 쏟았으나, 정작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 소식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도 아닌 옐런 재무장관의 발언이었다. 

은행권에 대한 포괄적인 예금 보장과 관련해 옐런 장관은 22일 기존의 전액 예금 보장 가능성을 뒤집는 발언을 했고, 이는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23일 옐런 장관은 전날의 발언에서 또다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소형 은행의 지원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은행들의 건전성 문제를 재차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미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옐런 "광범위한 예금 보장 고려 안해...필요시 추가 조처"

옐런 재무장관의 오락가락 발언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소형 금융기관들이 전파 우려가 있는 예금 인출 사태를 겪는다면 비슷하게 행동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실리콘밸리뱅크(SVB)나 시그니처은행과 마찬가지로 제 3의 은행에 대해서도 예금 전액 보장 조처를 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2일 상원 세출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옐런 장관은 "예금에 대한 포괄적 보험이나 보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 기존의 발언을 완전히 뒤집는 듯한 말을 했고, 이는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23일 하원 청문회에서 다시 한번 바뀌었다. 옐런 장관은 "필요할 경우 은행 시스템에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전날 발언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줬다. 

옐런 장관의 오락가락 발언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중소형 지역은행에 대해서는 필요시 예금의 전액 보장이 가능하나, 대형 은행이나 의회 승인이 필요한 광범위한 예금 보장은 고려하지 않음을 뜻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예금자보험 보장 한도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일시적으로 상향조정된 후 2010년 영구적 상향조정됐다. 

문제는 소액 소매예금의 경우 25만달러는 충분히 보장이 가능한 금액이지만, 기업이나 대형 기관의 예금은 대부분 그 이상이어서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은행 예금의 43%가 비보장 상태다. 

도드 프랭크법에서는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 FDIC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회 3분의 2 이상 동의 하에 재무장관이 미 예금자보험 25만달러 상한선을 일시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무너진 SVB와 시그니처뱅크의 경우 이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적용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도드 프랭크법은 광범위한 25만달러 보장 한도 해제의 경우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현재 하원의 다수당은 공화당으로, 공화당은 전액 예금 보장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CNBC는 "지금까지 소수의 민주당원들만이 SVB 붕괴 이후 의회가 모든 예금에 대해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있다"며 "반면 공화당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예금자보험 보장 한도의 해제 혹은 상향 조정 방안이 공화당이 우세인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 지 예상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다음주 예정된 청문회에서 예금 보장 한도 상향 방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옐런 장관 또한 이를 염두에 두고, 의회 승인이 필요한 예금 보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중소형 지역은행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조처에 나설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불확실성은 시장에 불안감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은행에 대한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는 두려움을 되살렸다"며 "공화당의 반대 하에 확장적인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냉엄한 정치 현실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미 지역은행 파산 이슈 불가피할 듯

문제는 예금 보장 한도 상향 조정이 어렵다면 지역 은행들의 파산 이슈가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재무 건전성이 떨어지는 지역은행들의 파산 이슈는 불가피하다"며 "미국 내 은행권 리스크 전이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 경제 전반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자산 규모가 2500억달러 미만인 대출 기관의 경우 미 상업 및 산업 대출의 약 50%, 주거용 부동산 대출의 60%,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80%, 소비자 대출의 45%를 차지한다"면서 "전액 예금 보호가 없다면 전체 은행의 대출 총량은 2.5% 감소할 전망이며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약 마이너스(-)0.25%포인트 하락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은행 규제 강화 가능성...경기 저점 통과 시기 늦출 듯

미 중소형 은행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또한 미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VB 파산 이후 미 은행 건전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오는 5월1일 공개될 예정이다. 6월 중에는 미 상업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중소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소은행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해당 은행들의 대출 태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향 대출의 40%는 중소 은행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SVB 은행 사태가 중소은행의 건전성 우려 문제로 신재생 에너지 등 중소형 성장주 모멘텀이 악화된 배경으로 작용했는데 이런 추세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매크로 관점에서는 금리 인상 종료에도 중소기업 대출 악화로 투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2분기 말로 예상됐던 경기 저점 통과 구간 지연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파이퍼 샌들러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벤슨 더럼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약 35%로 보고 있는데, 은행들의 재정 상황에 더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것은 60% 이상으로 상승한다"며 "사태가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예측은 상당히 광범위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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