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사외이사는 외풍막이용?...'귀하신 몸'된 검사 출신 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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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사외이사는 외풍막이용?...'귀하신 몸'된 검사 출신 전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2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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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등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영입 가속
사법리스크 등 외풍 막는 바람막이 전락 우려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영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대주주와 무관한 사람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 및 전횡을 막는 사외이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국가 권력기관, 특히 검찰 출신을 노골적으로 영입해 기업을 향한 정부의 칼바람을 막는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귀하신 몸' 된 검찰 출신 전관

삼성SDS는 지난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제42대 검찰총장 출신인 문 전 총장은 국내에서 디지털 포렌식 기술 도입을 주장해 온 '특별수사·디지털 과학수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사외이다 후보도 있다. 오는 24일과 27일 주총을 앞두고 있는 HL만도와 한화시스템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낸 강남일·구본선 변호사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한진그룹은 23일 열린 주총에서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대검찰청 형사부 부장을 지낸 구본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6일 부산곧으검찰청 차장검사, 국정원 2차장을 지낸 최윤수 전 차장을 사외이사로 확정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으나 올해 1월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유통가도 검찰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 나섰다. 이마트는 이상호 전 대전지검장을, 광주신세계는 이건리 전 창원지검장, 오리온은 노승권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추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지주사도 예외는 아니다. ㈜LG는 조성욱 전 대전고검장을 ㈜한화는 권익환 전 남부지검장의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요 대기업에 이미 상당수 검찰 출신 이사진이 포진하고 있다. ㈜두산에는 윤웅걸 전 전주지방검찰청(~2025년 3월)이, LS에는 정동민 전 서울서부지검장(~2024년 3월)이, HD현대에는 황윤성 전 춘천지검 검사장(~2024년 3월)이 각각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곳 이상의 기업에 사외이사로 몸담고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도 있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과 수원지검 검사장을 지낸 차경환 전 검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현대건설기계와 오는 29일 열리는 롯데케미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자리했거나 선임을 앞두고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 이동열 전 검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현대위아와 오는 30일 열리는 대한전선 주총서 각각 사외이사 자리에 올랐거나 선임을 기다리고 있다. 구본선 전 대검찰청 형사부 부장 역시 한화시스템과 한진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거나 선임을 확정했다. 

지난해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조사한 결과 국내 30대 기업의 사외이사들의 약 30%는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 중 40% 가량은 법원 및 검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명망 있는 관료를 영입해 정부와 소통 창구로 삼는 것은 오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 출신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혹시 모를 사법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이 아니냐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 출신 사외이사가 재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풍 막는 바람막이 된 사외이사

외부전문가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도록 규정한 사외이사제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1998년부터 상장회사에 대해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회사경영과 무관한 사람으로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자리다. 제3자의 시각에서 회사경영 상태를 감시하고 대주주의 독주와 전횡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외이사 제도가 점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을 감시하기보다는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 등 '외풍'을 막기 위한 바람막이 역할로 변질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검찰 등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선임이 크게 늘면서 대통령과 이력이 닿아 정관계 인맥을 쌓으려는 의도로 비치면서 사외이사 제도가 로비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검사장 출신이 퇴직 후 기업에 사외이사로 가면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유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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