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까지 나섰는데…일산·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 '찻잔 속 태풍'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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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까지 나섰는데…일산·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 '찻잔 속 태풍' 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2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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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 일신신도시 현장방문
특별법 발표 후에도 집값 낙폭 여전
시장 반응 냉담 "영향 제한적일 수도"
대표적 1기 신도시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노후계획도시 주민의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특별법 등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제정된 지 한 달여가 흐른 지난 21일 1기 신도시(성남 분당·군포 산본·고양 일산·부천 중동·안양 평촌) 중 먼저 일산신도시 재건축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고양시 노후 아파트단지의 개선 지원을 약속했다.

원 장관은 노후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인 일산 백송마을에서 강촌·백마마을, 후곡마을, 문촌·강선마을 등을 점검하며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재건축 쉬워진다…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안은 '택지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이 지난 100만㎡이상 택지'를 기준으로 한다. 통상 노후 판단 기준인 30년보다 무려 10년이나 짧다.

100만㎡는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2만5000명, 주택 1만호 내외가 거주할 수 있는 수도권 내 행정동 한 개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특히 인접·연접한 지구까지 합해 100만㎡를 넘으면 자격을 부여하기로 해 노후지구가 인접해 있으면 어디든 재건축이 가능하다. 

특별법은 이같은 시간적, 지정적 요건 이외에도 재건축의 또 하나의 걸림돌인 안전진단 기준도 대폭 완화한다.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지정권자인 시장·군수가 직접 나서 기존보다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물론 면제까지 가능하다.

면적도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가능하게 했고, 리모델링의 경우 세대수를 기존 15%에서 20% 안팎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파격적인 특례를 도입했다. 

결국 특별법을 통해 인접 지역이 공유해 함께 재건축을 신청할 수 있고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 주민과 소통해 재건축을 이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여기에 추진 과정 또한 한결 수월해진다. 시장의 예상보다 파격적이다. 

원 장관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데 일부러 늦출 이유가 없다"며 "재건축 준비가 되는 대로 어느 한 단지 빠짐없이 같이 질서 있게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점검을 계기로 노후계획도시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노후계획도시 정비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성요 국토도부시실장은 "특별법은 지역주민과 지자체장의 개발의지에 따라 정비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전국 어떤 곳이라도 100㎡이하의 택지지구라도 노후도시와 연계해 통합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찾아 노후계획도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사진제공=고양시청

특별법 한 달, 미동 없는 시장

원 장관까지 직접 지역 주민과 만나 특별법의 조속한 시행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특별법 발표 직후인 지난달 17일 잠시 낙폭을 줄였지만 일주일여 만인 지난달 24일 다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군포시 아파트값의 경우 3월 둘째주 0.64% 하락하며 수도권에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군포시의 하락률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0.26%를 크게 웃돈다. 

특별법 제정으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일산과 분당의 경우도 특별법 발표 이후 거래량은 다소 증가했지만 실거래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경기부동산포털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42건으로 1월 124건 대비 118건 늘었다. 이 중 특별법 발표 이후 체결된 거래는 전체 매매거래의 약 70% 수준인 170건을 차지했다. 고양시 일산과 서구 및 동구 역시 지난달 299건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1월의 194건보다 100건 이상 많은 매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실거래가는 오히려 내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이매삼성' 전용면적 127㎡는 지난 4일 10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동일 면적이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한 달도 안 돼 1억5000만원이 하락했다.

2021년 기록한 최고가 17억원보다 무려 7억원이 낮다. 일산도 마찬가지다.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14단지청구' 전용 101㎡의 경우 지난 2일 최고가(8억8000만원)과 비교해 3억4000만원 떨어진 5억76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특별법 발표 직후 분당, 일산 일부 단지에 문의가 늘면서 가격 하락이 주춤했으나 이후 다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면서 1기 신도시들 가격이 약세로 돌아섰다"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의 변경도 예상돼 실제 구역지정이나 선도지구 등 지정까지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지난달 7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발의가 미뤄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 분당신도시 모습. 사진제공=성남시청

특별법 '찻잔 속 태풍' 우려도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견인할 만한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 재건축을 추진하다 관련 규제에 막혀 지지부진하는 지역은 이미 재건축 재추진이 예상되고 있어 시장 영향력이 크지 않는데다 고금리 또한 여전해 부동산시장이 쉽게 되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특별법을 활용해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용적률 완화의 경우 기부채납 규모를 키우게 돼 재개발 주체별로 이견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재건축부담금도 문제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의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여당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머물러 있다. 재초환 수위가 높을 수록 재건축 사업자의 부담이 커진다.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초과이익에 대한 환수 논의 등 신도시 재정비사업의 장애요인이 여전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이 존치된다면 특별법 정책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기준금리 상단의 불확실성, 국내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정책으로 상쇄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성남 분당구와 일산의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아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특별법이 당장 호재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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