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여행③…‘학문의 신’ 모신 텐만구(天満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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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여행③…‘학문의 신’ 모신 텐만구(天満宮)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2.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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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시대 학자 모셔…자녀 합격 기원하는 부모들이 찾는 곳

 

벌써 5년이 지났다. 2013년 3월 2일, 일본 후쿠오카(福岡)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엔 봄기운이 완연했다. 여행 가이더는 일본에서 ‘학문의 신’이라 일컫는 분을 모시는 신사(神社)로 우리 일행을 데려갔다.

서울을 떠날 땐 꽃샘추위가 닥쳐와 두터운 겨울옷을 입었는데, 위도가 낮은 후쿠오카는 벌써 벚꽃이 봉우리를 틔우고 있었다. 성급한 놈은 꽃망울을 터트렸다.

 

▲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 天満宮) /사진=김인영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일본인들은 이렇게 신사까지 지어놓고 모실까.

후쿠오카현 다자이후(太宰府)시에 있다고 하여, 신사의 이름은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 天満宮)이다. 궁궐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신사는 정원처럼 아기자기하게 잘 가꾸어졌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 곳을 찾아 합격기원을 한다. 신사 앞마당에는 부모들이 자녀가 잘되길 기원하거나, 자녀들이 스스로 합격을 기원하며 패찰과 쪽지, 조롱박을 주렁주렁 달아 놓은 걸대들이 즐비하다. 이 곳에는 해마다 일본 전국에서 700만 명 정도의 참배자가 방문한다고 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대단한 나라다.

 

▲ 합격을 기원하는 패찰들 /사진=김인영
▲ 합격 기원하는 조롱박과 쪽지들 /사진=김인영

 

이 신사에 모신 인물은 학자이자 시인, 정치가인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真)다. 845년에 태어나 903년에 세상을 떴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신라 말기의 최치원(崔致遠, 857년 ~ 미상)과 동시대 인물이다.

부친은 당대의 유명한 학자였고, 그 영향으로 미치자네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가까이 했다고 한다. 18세에 과거시험에 합격해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그의 문장은 황족과 귀족들이 칭송했다.

886년 지금 가가와현(香川県)에 해당하는 사누키의 수령이 되었고, 이후 우다(宇多) 천황의 총애를 받아 참의(參義)로 발탁되었으며 국가의 주요 의식과 인사를 담당하는 식부(式部)가 되었다.

미치자네는 우다 천황의 우대신으로 ‘간표의 치세(寬平の治)’라 불리는 정치적 안정기를 이끌었다. 그는 딸을 황자의 아내로 보내며 권세가 최고에 올랐다.

권세가 높으면 질투하는 세력이 커지는 법이다. 901년 정적들의 참소로 좌천되어 다자이후로 좌천되어, 2년후인 903년에 그곳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을 때 유해를 소달구지에 싣고 가던 중 소가 엎드려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곳에 유해를 매장했다.

그가 사망한뒤 그의 정적들이 연이어 사망했다. 미치자네를 참소한 사람들이 급서하거나 궁중에 벼락이 떨어지는 등 재난이 잇따랐다. 사람들은 이를 미치자네의 원령이 저주를 내린 것이라고 믿었다. 이에 미치자네를 무서운 벼락신으로 인식해 천신(天神)으로 삼았고 미치자네의 저주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무덤에 신사를 건립했으니, 바로 이 곳의 텐만구(天満宮)다. 일본인들은 그를 생전에 뛰어났던 문학성을 연관시켜 ‘학문의 신’으로 모셨다.

 

▲ 신사의 이모저모 /사진=김인영

 

그가 일본에서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그는 중국 전래의 학문을 배우고 익힐지라도 일본 고유의 정신인 ‘야마토 다마시이(大和魂)’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 화혼한재(和魂漢才)의 정신을 지켰다는 사실에 있다. 일본 고유의 야마토 정신은 훗날 일본 근대화론의 구심점이 되었다.

 

▲ 신사의 이모저모 /사진=김인영

 

다자이후 텐만구는 교토(京都)의 기타노 텐만구(北野 天満宮)와 함께 전국 덴만구(天満宮)의 총본산이다.

경내에는 스가와라가 교토에서 좌천되어 이 곳에 왔을 때 교토에서 날라 왔다는 매화나무 외 196종 6,000그루 정도의 매화나무가 식재되어 있어 매화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본전(本殿)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 신사의 이모저모 /사진=김인영

 

우리나라는 왜 당대 중국에서 학문으로 이름을 떨친 최치원을 모시는 사당이 없을까. 최치원은 신라가 망하기 직전에 활약을 했지만, 나라가 없어지면서 후세들이 그를 챙기지 못한 것 같다.

 

▲ 입구 /사진=김인영
▲ 황소상. 황소 머리를 만지면 복이 온다고 한다. /사진=김인영
▲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 天満宮) /사진=김인영
▲ 신사의 이모저모 /사진=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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