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로봇' 거리 누빈다…삼성·LG전자·현대차는 이미 '로봇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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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로봇' 거리 누빈다…삼성·LG전자·현대차는 이미 '로봇시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2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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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로봇 산업 관련 규제 혁신 나서
다음 달 첨단로봇 산업젼략 1.0. 발표 계획
LG전자, 생활 밀착형 로봇 사업 가속
삼성전자, 로봇 플랫폼 구축 나서
현대차그룹, 입는 로봇·AI·자율주행 등 적극
가까운 미래 서빙을 하고 있는 AI 로봇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사진제공=LG CNS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주행을 허용하는 근거가 될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지능형 로봇법)'이 20일 국회 입법의 첫 관문을 넘었다. 규제로 성장이 막혀있던 국내 자율로봇 산업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은 오는 23일 예정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로봇산업 발전을 가로막던 규제 장벽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재계 역시 발빠르게 '로봇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로봇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올해를 로봇 사업 가속화 원년으로 삼고 연내 신제품 출시도 예고하고 있어 향후 로봇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로보티즈의 자율주행 배송로봇 '일개미'가 경기 가평 소재 캠핑장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로보티즈

거리 누비는 자율주행 로봇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 로봇은 자동차에 해당해 실외 인도나 횡단보도 통행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관련 업계는 실증특례를 받아도 배달 로봇 1대당 1명의 현장요원의 동행이 필요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해 왔다. 

지능형 로봇법은 '차마'로 분류된 자율주행 로봇 중에서도 보도 통행 허용 대상 로봇 범위를 특정하고 도로교통법상 보도 통행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실외이동로봇의 정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보도 통행 허용의 핵심 전제조건인 로봇의 안전성을 인증하기 위해 법정 인증체계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로봇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비해 손해를 담보할 수 있는 안전보장사업 실시 여건도 담았다. 

이 밖에도 로봇이 도시공원에서 통행할 수 있도록 공원 내 출입 가능한 동력장치 무게 제한(30kg 미만)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연내 로봇을 활용한 배송사업이 가능하도록 택배와 소화물 배송대행 운송수단에 로봇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로봇을 건설과 해양, 소방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먼저 수중 청소로봇이 유출된 기름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양오염방제업 등록기준을 개정한다. 소화기를 탑재한 순찰로봇이 소화설비로 허용될 수 있도록 소방제품 신기술 및 신제품 심의도 추진한다. 이송·수확 등에 활용 중인 농업용 로봇이 신기술 적용 농업기계로 신청·선정될 수 있도록 관련 점검 기준도 연내 마련한다. 

정부는 규제혁신과 함께 첨단로봇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고 산업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다음 달 중 '첨단로봇 산업전략 1.0'(가칭)을 발표할 계획이다. 

LG전자의 '클로아 가이드'가 도슨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LG전자

로봇 선두주자 LG전자

국내 주요 기업 중 로봇 산업 첫 주자는 LG전자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200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출시했으며 ▲자율주행 ▲센서 ▲인공지능(AI) ▲카메라 등 로봇 간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 역량을 축적해 오고 있다. 또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 중이기도 하다. 최근 특허청에 전기식 튀김기계 로봇인 '튀봇' 상표를 출원했다. 통상 상표 출원은 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만큼 '튀봇'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018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인수했다. 이후 2021년 기존 로봇사업센터를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로 편입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 로봇 서비스는 '클로이'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클로이 가이드 봇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화물 운반 로봇 클로이 서브봇 2종(서랍형·선반형) ▲비대면 방역 로봇 클로이 UV-C봇 ▲자율주행 기반 물류 로봇 클로이 캐리봇 ▲클로이 잔디깎기봇 ▲클로이 셰프봇 ▲클로이 바리스타봇 등 모두 7종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클로이 셰프봇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에 국수를 만들고 있으며 '클로이 바리스타봇'은 LG유플러스 강남 복합문화공간과 LG트윈타워, LG전자 베스트샵 등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 일본과 미국 프랜차이즈 식당과 마트 등에 클로이 서브봇을 공급했다. 이후 일본 최대 쇼핑몰인 아온몰 나리타 지점과 도키점에 클로이 가이드봇을 납품했다. 현재 일본 가라츠시 내 병원에서도 클로이 UV-C봇이 시범운영 중이다. 

교육기관에서도 로봇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북지역 초·중·고교에 디지털 교육용으로 클로이 가이드봇이 공급되기도 했다. 

로봇 사업은 호실적을 내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가 2018년 7월 인수한 자회사 로보스타는 지난해 전년 대비 0.54% 증가한 매출 1432억4022만원,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700.88% 늘어난 17억9425만원을 거뒀다. 로보스타는 산업용 로봇 분양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곳으로 반송 로봇, 스카라 로봇, 수직 다관절 로봇 등을 생산해 판매한다. LG전자는 현재 로보티즈 지분 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LG전자는 로봇 관련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옛 SG로보틱스)에 3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티즈에 90억원을 투입했다. 또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도 각각 10억원과 3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종히 삼성전자 DX부문장이 21일 "로봇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로봇 플랫폼 만든다는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21일 "로봇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면서 "삼성리서치(DX부문 선행연구소)에 많은 엔지니어가 모여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봇사업팀에서도 올해 출시될 'EX1'이라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로봇 분야에서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21일 열린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첫 2족 보행 로봇인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가 2011년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99%(285만4136주)를 확보했다.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 전량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하는 등 회사 인수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 부회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가능성에 대해 "워낙 보안 사항"이라면서 "조금씩 성사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연내 인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저희 목표지만 상대방 입장도 있기에 같이 잘 맞춰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1년 미래 먹거리로 로봇과 AI를 낙점하고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시 '로봇사업화 TF(태스크포스)'를 꾸리기도 했으며 해당 TF는 지난해 로봇사업팀으로 격상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CES 2022'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로봇에 적극적인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2018년 차량 전동화·스마트카·로봇·AI 등을 신사업으로 지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사재 2490억원을 투자해 2021년 로봇 공학계 선두주자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 로봇부품 기업의 지분 투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투자 규모와 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기업은 로봇 부품용 감속기 분야에서 선두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만큼 로봇 사업 경쟁력 강화로 풀이된다. 감속기는 전기모터 동력 사용에 빠질 수 없는 필수 부품으로 로봇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20~40%로 가장 높다. 국내 고정밀 감속기 대부분은 일본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5510억원을 투입해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로봇 AI 연구소(BD-AI)'를 중심으로 로봇 관련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의료용 신상 로봇 '엑스블'을 선보이며 헬스케어 시장 선점에 나설 예정이다. 엑스블은 장애가 있는 사용자의 하지 근육 재건이나 관절 운동 회복 등 재활을 돕는 로봇이다. 엑스블을 포함해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산업용 또는 의료용 입는 로봇은 벡스(VEX), 첵스(CEX), 멕스(MEX) 등이다. 벡스와 첵스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제출 등 자동차와 중공업, 조선, 물류 유통 분야에서 사용 중이다. 기아의 경우 일부 현장에서 벡스와 첵스를 투입해 운용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미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공장 등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벡스는 상반신 부담을 줄여주는 로봇으로 구명조끼처럼 착용하면 팔을 들고 일해야 하는 근로자의 힘을 보조한다. 또 근로자의 목과 어깨 부담도 덜어낸다. 벡스를 입을 경우 6kg의 근력이 더해지며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첵스는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무릎관절 보조 로봇으로 1.8kg으로 가볍지만 최대 150kg의 체중을 버틴다. 첵스를 착용하면 허리 및 하반신 근육의 활성도가 약 40% 줄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 멕스는 하반신 마비 환자의 이동을 지원하는 의료용 로봇으로 외골격처럼 근육의 움직임을 보조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진행 중이다. 이들 로봇의 개발은 현대차그룹이 담당하고 있으며 상용화와 양산은 현대로템이 맡고 있다. 이외에도 농업 분야로도 입는 로봇 진출을 추진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배송로봇 상용화에도 나선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 수원 주상복합단지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등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우재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력부족과 임금상승, 다품종 소량생산, 생산성 증대, 품질 강화를 위해 로봇 활용이 선택 아닌 필수인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며 "전문 서비스·협동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다수의 레퍼런스를 보유한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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