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삼성컨스피러시」, 골격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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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삼성컨스피러시」, 골격은 맞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2.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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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적 논리에 산만한 느낌…기술개발과 지배구조의 중요성 지적

 

김진명의 소설은 일정한 패턴을 갖는다. 일단 누군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죽음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멀리서 전문가가 난해한 구조를 설명해준다. 적대국의 국가권력이 개입한다. 여기에 한국 국수주의가 개입된다. 결국 진실이 밝혀지고 대한민국이 승리한다.

2012년작 「삼성컨스피러시」도 이 패턴이다. 이준우라는 기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의 친구인 정의림 기자가 동료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배후를 찾아 나선다. 그때 북학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난다.

이어 프랑스 정보총책임자 제라르 장군이 등장하고, 이탈리아에서 과학자 영입활동을 하는 바이스로이라는 유태인이 나타난다. 미국 백악관과 CIA가 등장해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을 동원해 삼성전자를 집어삼키는 일에 나선다.

정의의 대명사 정의림 기자와 대한민국 수호에 나선 북학인이 마침내 삼성전자를 먹으려는 국제음모(conspiracy)를 차단한다.

 

소설은 흥미롭게 구성되었다. 삼성전자의 두가지 가장 취약한 점을 소재로 소설화했다. 그 두가지는 과학기술과 지배구조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이다. 이 삼성전자를 무너뜨릴 수단은 김진명이 간파한 두가지다. 이 두가지를 놓고 국제음모가 전개된다.

첫째, 기술전쟁이다. 삼성의 경쟁자 인텔이 나노 반도체 개발에 성공해 D램 위주의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다. 나노 반도체로는 첨단 무기를 개발할수 있다. 나노 반도체로 슈퍼컴퓨터를 만들어 원자폭탄에 장착하면 가공할만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

미국 정보당국이 이 기술을 독점하기 위해 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를 손아귀에 넣기로 작정한다.

둘째,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삼성전자의 주주는 60% 이상 외국인 주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뉴욕 월가가가 컨트롤하면 경영권을 빼앗을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 개입한다. 삼성전자가 인텔의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미국 최고수뇌부는 월가 총수들을 불러놓고 삼성전자 주가 조작을 통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다.

 

김진명의 「삼성컨스피러시」는 반전에서 논리적 부족함을 드러낸다. 어느날 갑자기 북학인이 외국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한국인 학자들을 동원해 이건희 회장에게 붙여주고 생물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한다. 투자자들이 회개해서 미국 CIA의 요청을 무시하게 된다. 김진명이 전개한 이 논리가 가능한가.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마지막 부분의 극적 반전이 이상하게 전개되면서 소설은 허무하게 끝난다. 뒤끝이 찜찜하다. 시원한 배설의 쾌감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나타나 월가 뱅커들을 설득하니 그들이 순순히 받아들여 회개한다고? 그런 사람들이 왜 CIA의 앞잡이가 되어 삼성전자를 공격했단 말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참 흥미롭게 읽다가 마지막부분에서 역시 김진명은 뻥이 심하구나, 하고 말았다.

소설은 좀 산만하다. 뚱딴지 같이 박정희의 스위스 비자금 계좌가 나오고 스위스 은행, 프랑스 정보당국이 개입하는 장면은 왜 들어갔을까. 그 돈으로 해외에 파견된 우리 과학자들을 국내로 들여올수 있다는 발상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소설은 초반에 한참 다른데를 돌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제자리로 돌아 오긴 했는데, 맥없이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김진명이 삼성전자의 중요한 두가지를 찾아내 소설의 소재로 삼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삼성전자가 어느 순간 경쟁사에 비해 기술개발에 뒤처지거나 경영진이 국내외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줄 경우 경영위기에 처할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기술 개발을 해야 하고, 주주에 대한 서비스를 지속해야 한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하지만 김진명은 소설에서 삼성전자가 두가지 포인트에서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제시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대한민국의 편견도 문제다. 김진명은 머리말에서 한국 사회에서 이공계가 홀대 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어느 때부터인가 눈에 띄게 과학기술 투자에 소홀해지고 있다"면서 "제3세력의 어떤 음모인가가 개입한다면 삼성전자는 순식간에 외국 기업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애플의 대규모 소송이 시작됐는데, 이 전쟁의 와중에서 삼성전자의 경영권 탈취가 검토됐거나 검토되고 있음은 확실하다"면서 "대하소설 '고구려' 집필 와중에 잠시 외도를 감행한 것은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 책표지 / 출판사

 

< 소설에서 배운 재미있는 소재 하나>

 

360을 둘로 나누라는 바이스로이의 수수께끼.

답은 216과 144.

360은 216과 144로 나누어 지는데, 수메르인들이 만든 방법이다. 이 내용이 성서에 녹아 들어가 있다고 한다. 성서에는 216을 ‘악마의 수’로 기술하고, 144를 ‘구원의 수’로 규정한다.

666은 성서에서 악마의 수인데, 6x6x6=216이라는 것이다.

성서 요한게시록에는 144가 구원의 숫자로 나와 있고, 최후의 심판때 구원을 받를 사람은 144, 혹은 그 10배로 나타난다.

격암 남사고가 쓴 「격암유록」과 성경 요한게시록에 똑같은 논리가 있다고 한다.

성경에는 최후의 심판때 구원을 받는 사람의 숫자는 12개 지파에서 1만2천명씩 모두 14만4천명이라고 했다. 격암유록에도 12명의 신인이 각각 1만2천명씩 거느리고 나와 그 수는 모두 12만4천명이라는 문장이 있다는 것이다.

또 요한게시록에는 “천사가 천상의 도성을 금으로 만든 자로 세어보니 144스타디온이었다는 말이 있고, 격암유록에도 ”이 것을 재니 144척의 고성이다. 충신 의사가 이 성에 들어간다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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