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先 WTO 제소 취하 요구한 일본의 오만함과 한국 정부의 무기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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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先 WTO 제소 취하 요구한 일본의 오만함과 한국 정부의 무기력함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3.06 16:43
  • 댓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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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과거를 반성하는 일본의 사죄가 먼저다.

일본 주요 언론이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2019년 단행한 대(對) 한국 반도체 수출규제와 관련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면 거의 동시에 수출 규제를 해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6일 한국 정부는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재원을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면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해 미래 세대에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피해자 추모 및 교육·조사·연구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국이 해결하라'는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외교 참사'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사죄가 아닌 지지를 받고자 노력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줄곧 일본과 관계 개선을 서둘러왔다. 이 과정에서 강제동원 등 민감한 과거사 문제들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지리 않고 피해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시간에 쫓기듯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해 지난 십수년간 노력해 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쓰비시중공업이나 일본제철과 같은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나 출연 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 기업의 출연조차 없는 말그대로 일본을 면책시켜주기 위해 한국 정부가 구슬땀을 흘리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서 기념촬영하는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사진=연합뉴스<br>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서 기념촬영하는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사진=연합뉴스

물론 한·일 협력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역사 문제를 졸속으로 덮고 피해자는 물론 여론의 반발을 초래하는 밀어부치기식 한일관계 청산은 한일 양국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마저 있다. 일제 강제동원피해자들은 '일본 피고 기업이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하고 상징적 액수라도 재원 조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 원칙 위에서 일본과 대등하게 맞서야 한다. 일본 역시 가혹했던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달 중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찾아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일본 언론은 한일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과거 무라야마 담화 및 한·일 공동선언에 담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전한다.

기시다 총리는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앞으로 역사 교육 등을 통해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끝났다'는 종전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피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배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외교적 행보를 걷길 바란다. 경제나 안보협력 등에만 속도를 내는 식으로는 한일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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