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5)+9=33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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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5)+9=33의 정치학
  • 김현민
  • 승인 2018.02.0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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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유승민의 뺄셈 정치 성공여부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

 

정치는 결국 숫자다. 국회에서 법안을 의결할 때 과반수를 넘어야 하고, 집권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땐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이 결정권을 갖는다. 선거에서 1표만 더 얻어도 당선된다. 어떤 선거이든, 후보자는 한표를 구하기 위해 무던히도 뛴다.

그런데 정치인은 숫자로 말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숫자를 과감하게 무시할땐 더 큰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바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이 그런 장면을 노출하고 있다. 빼고 더하고 하면 의석수가 줄어드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속셈이 궁금하다. 큰 판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5일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 15명이 탈당했다. 탈당하는 의원들은 조배숙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민평당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 위원장은 이날 탈당 의원 명단을 발표했다. 가나다 순으로 보면, 박지원 유성엽 김광수 김경진 김종회 박준영 윤영일 이용주 의원이 이미 탈당을 했고, 천정배 정동영 조배숙 장병완 황주홍 정인화 최경환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면면을 보면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을 멤버로 해서 민주평화당은 6일로 창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 /그래픽=김현민

 

여의도 정가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이들이 탈당하기 전에 국민의당 의석수는 39석이었다. 이중 15석이 빠져나갔으니, 24석이 남는다. 바른정당과 합당해 미래당을 창당하기로 했는데,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9석. 남은 국민의당 의석수와 바른정당 의석수를 합치면 33석이다.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원내 의석수가 39석에서 33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국민의당 소속 비례대표 3석(박주현 이상돈 장정숙)은 당적은 국민의당에 두지만, 표결에는 민평당을 따르겠다고 시사했다. 비례대표 의원은 현행 선거법상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므로, 마음만 따라가고 당적은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다.

국회에서 중요한 표결이 있을 경우, 안철수 대표가 동원할 표는 더 줄어들게 된다. 현재 오락가락하는 국민의당 소속 의원이 1~2명 더 있다고 하니, 안 대표 입장에선 의석수 동원능력이 30석 이하로 떨어져, 4분의1 정도를 잃게 되는 셈이다.

 

왜 이런 일을 벌일까. 다양한 해석이 있다.

그 첫째가 이념의 통합이다.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과 바른정당의 유승민 세력이 합쳐서 중도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중도의 제3정당을 시험하겠다는 의미다.

이들의 판단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좌파 경향의 세력과 자유한국당 중심의 우파 진영 모두 국민의 신망을 잃었기 때문에 중도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정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한 것에 힘입은 것 같다.

둘째는 지역구도의 재편성이다. 지금까지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수도권+호남의 구도였는데, 호남 의원들이 떨어져 나가도 유승민의 영남 세력을 잡겠다는 구도다.

 

이런 구도가 성공할까. 결과는 국민들의 몫이다. 우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첫 번째 판가름이 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러 정책적 실패로 인해 여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커지고,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의 무기력이 지속되는 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의문점은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제3의 중도정당이 성공할수 있을까. 북한의 핵 무장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갈둥구조가 커지는 시기에 중도주의가 설 자리가 있을까.

결국은 국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지가 중요하다. 15석을 잃고 9석을 얻는(그보다 더 클수도 있다) 무리수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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