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업, 구조개편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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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업, 구조개편보다 중요한 것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3.02.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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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월말까지 은행업 제도개편 방안 마련 속도
인가 세분화·챌린저 뱅크 도입 등 추진
기존 4대은행과 경쟁하려면 막대한 자본 필요
은행업 제도개선보다 중요한 것 챙겨야
유태영 산업부 기자
유태영 산업부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약 20년 전에 국내 은행권은 '조상제한서'가 금융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IMF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조흥은행, 상업은행, 제일은행, 한일은행, 서울은행 등 5곳이 지금의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의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조상제한서'가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유는 후발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리스크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적자금의 투입없이는 존립이 불가한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는 은행권에 대한 강도높은 개선작업을 통해 지금의 4대 민간금융지주 체제를 이끌어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진출해 글로벌 은행과의 경쟁하기까지 수준이 올라섰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은행산업의 과점형태와 '돈잔치'에 직격타를 날리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6월말까지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목표로 '은행권 관행·제도개선TF'을 출범했다.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을 위한 6대 검토 과제를 내걸었다. 은행권 경쟁 체제 촉진을 위해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선스)와 챌린저 뱅크 도입 방안 등이 골자다.

인가 세분화는 현재 단일 인가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 단위를 낮춰 도소매 전문은행, 소상공인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 특정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은행들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다시 다양한 은행의 난립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은행들이 기존 4대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길수가 있느냐 하는 문제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기존 은행과 경쟁하려면 삼성그룹이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해야하는데 이는 곧 금산분리 이슈가 불거질 우려가 크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은행업이 현재 과점인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작년 12월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평가위는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시장집중도 비율(CR3)이 지난 2018년 3월 63.8%에서 2021년 12월 61.9%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CR3란 상위 3개 은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숫자가 클수록 상위 3개 은행이 그만큼 시장 독점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금융산업평가위는 "인터넷은행이 은행 경쟁도를 향상시킨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인터넷은행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영향인 것으로 보이며 효과가 서서히 발현 중"이라고 평가했다. 첫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금융산업평가위는 또 이 보고서에서 은행 경쟁 촉진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경쟁 격화로 소비자 편익이 늘어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은행의 장기 생존 능력이 떨어질 경우 궁극적으로 금융 안정성을 저해해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봐주기식' 제도 개편보다 각종 금융범죄와 제도권 밖 사금융 대출로 인해 피해를 겪는 국민들의 삶을 살피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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