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돌고 돌아 '관치금융'...시장원리 존중이 우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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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돌고 돌아 '관치금융'...시장원리 존중이 우선 아닌가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3.02.16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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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금리 하락기에는...
정부가 지원 할것인가
유태영 산업부 기자
유태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서 부담스럽다"

한 은행권 관계자가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대해 비판하는 데 대해 이렇게 답했다. 작년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다 수익을 얻은 은행들이 수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하고 역대 최다 성과급을 지급하자 비난의 수위는 더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엔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5일에 열린 오전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금융은 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적하면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압박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윤 대통령의 날선 비판과 금융당국의 지적이 이어지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서민금융상품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정권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분주하다. 

최근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되면서 또다시 '관치금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재량적 정치 운용을 통해서 민간 금융기관에 참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 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금융 형태를 뜻한다. 특히 관치금융에서는 법 제도나 시장 원리에 의해 투명하게 금융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행정기관에 의거해 금융활동이 불투명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때마다 '관치금융' 되살아나

관치금융의 역사는 한국 정치사와 뗄래야 뗄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될 때마다 주인없는 대형 금융지주사와 은행엔 '낙하산 인선'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부 시절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가 금융권의 핵심 세력이 됐다. 낙하산 인사가 금융권 수장에 취임하면 조직 내 갈등 격화,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 등 각종 부작용이 이어졌다. 

임기 내내 대통령 입만 봐선 금융 경쟁력 뒤처져

그런데 대선 후보 시절에 금융업계의 자율경영과 시장경제 회복에 중점을 두겠다고 다짐했던 윤석열 정부 역시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관치금융으로 몸살을 앓았던 곳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이다. KB금융은 현 윤종규 회장 전에 임기를 모두 채우고 연임한 사례가 없다. 이 기간동안 외풍에 시달린 KB금융은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우리금융도 2000년대 초부터 20년간 여러차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수장이 교체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중은행들을 압박하고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공정과 상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윤석열 정부 내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심기에 거슬리지 않는 것에만 몰두한다면 '관치금융'의 폐해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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