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뜯어 고치는 광화문 현판…“문화재청장 사과해야”
상태바
또 뜯어 고치는 광화문 현판…“문화재청장 사과해야”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1.30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자’로 결론…고증 잘못은 누구 책임?

 

경복궁은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이자 정궁(正宮)이다. 법궁과 정궁은 궁궐 중 으뜸으로, 임금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고, 경복궁 이외의 궁궐은 이궁(離宮)에 불과하다.

광화문(光化門)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광화(光化)란 ‘임금의 덕을 널리 비춘다’란 뜻이다. 법궁의 정문으로서 다른 궁궐들 정문과는 달리 돌로 높은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중층구조의 누각을 세워 성곽의 성문과 같은 격식으로 장대하게 지어졌다.

광화문 현판은 조선 법궁의 얼굴이라고 할수 있다. 정부는 그 현판을 또 뜯어고치겠다고 한다. 이유는 현판의 색깔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30일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을 찾았다는 이유로 광화문 현판을 고쳐 새로 달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100년전에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니, 고종 연간에 제작된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자였다고 밝혔다.

지금 광화문 현판은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쓰여져 있다. 이를 과학적 기법으로 고증한 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가 광화문 현판 엉터리 고증에 대해 문화재청장의 대국민사과를 촉구했다. 혜문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광화문 현판은 국가 주요 상징물이다. 문화재청의 부주의로 광화문 현판을 엉터리로 제작했다는 것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문화재청장이 직접 대국민사과하고 부실고증 관련자를 중징계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 광화문 사진. 사진설명에 1893년 9월 이전에 촬영된 사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조선시대 군복차림의 수문장 들이 사진에서 확인된다. 조선시대 군복은 1895년 폐지되었으므로 1893년경 촬영된 사진임을 알 수 있다. 검은바탕에 쓰여진 광화문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블로그

 

경복궁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1395년 완공했지만, 임진왜란때 불이나 무너지고, 26대 고종 때인 1865년 흥선대원군의 지휘로 다시 지어졌다.

광화문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으면서 건춘문 북쪽으로 옮겼다가, 6·25 전란에 불에 타 1968년 콘크리트 형식으로 복원되었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현재의 광화문은 2010년에 원래의 자리를 찾아 다시 복원한 것이다.

1968년 복원 당시 광화문 현판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친필로 쓴 한글로 되어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쓴 광화문 한글 현판은 조선 정궁인 경복궁으 성격에도 맞지 않고, 국무위원이나 일부 문화재 위원들도 교체즐 주장하고 있다”며 광화문 복원과 함께 현판 글씨체를 고치기로 했다.

2006년부터 광화문 복원작업이 진행됐고, 2010년에 완공되었는데, 그때 현판 글씨는 고종때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으로서 공사를 지휘한 임태영(任泰瑛)이 쓴 한자로 제작되었다.

그후 현판에 금이가는 일이 발생해 문화재청은 현판을 다시 제작했고, 당시 한글단체들은 한자 현판이 아닌 한글 현판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1968년 복원해 2006년까지의 광화문 모습 /문화재청

 

문제는 현판의 색깔이었다. 2010년에 공개된 현판은 1902년과 1916년에 찍었던 유리건판 사진에 따라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제작되었다. 그런데 2016년에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광화문 사진이 발견되면서 색깔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었다. 1893년에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에는 현판의 바탕색이 글자의 색보다 진하게 되어 있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이나 금색 글씨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광화문 현판의 옛 모습을 찍은 사진은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1893년경) ▲일본 동경대 소장(1902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1916년) 등 3장의 흑백사진이다.

각 사진을 살펴보면 동일서체임에도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 옛 사진은 바탕색이 어둡고 글씨색이 밝게 나타나지만, 국립중앙박물관과 동경대가 소장한 옛 사진은 바탕색보다 글씨 부분이 더 어둡게 보여 현판의 원래 색상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 디지털로 복원한 임태영의 현판 글씨 /문화재청

 

이에 문화재청은 현판의 원래 색상을 밝혀내기 위하여 지난해 ‘광화문 현판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추진해왔다. 실험용 현판을 제작하고, 이를 원래 위치에 게시해놓고 옛 방식으로 제작한 유리건판으로 촬영한 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바탕색과 글자색을 확인해 보았다.

현판 색상 분석 실험을 위해 현존 현판에 나타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4가지 현판 바탕색(검은색, 옻칠, 흰색, 코발트색)과 5가지 글자색(금박, 금칠, 검은색, 흰색, 코발트색)을 각각 고색(古色)단청과 신(新)단청을 적용한 실험용 현판을 모두 제작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과 스미소니언박물관 소장 옛 사진에 나타난 그림자 형태 등으로부터 촬영 시기와 시간대를 분석하여 당시와 유사한 시기를 예측해 촬영했으며, 당시와 유사한 위치와 거리까지도 고려했다고 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 최종적으로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글자인 것으로 문화재청은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전통단청과 현대단청 중 어느 방식으로 단청을 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하여 두 가지 방식의 시범단청을 실시하고 10월까지 모니터링을 거쳐 그 결과를 반영하여 적합한 방식으로 광화문 현판을 새로 만들어 부착할 계획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