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화개장터…시골장터 냄새는 나지 않고…
상태바
하동 화개장터…시골장터 냄새는 나지 않고…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1.25 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년 복원…관광상품화한 인위적 풍경만 넘쳐

 

가수 조영남의 ‘화개장터’라는 노래를 듣고 그곳을 가보았다.

실망했다. 시골장터를 다닐 때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여느 관광지의 상가를 본 것과 다름없었다.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이 모여 펼치는 장이 아니었다. 상인들은 전국에서 온 관광객을 호객한다. 시골장터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곳이 아니라, 그냥 관광상품화한 인위적 냄새가 물씬 난다.

 

▲ 화개장터 관광 안내판 /사진=김인영

 

그러면 옛날 화개정터의 모습은 어떠 했을까. 김동리는 1948년작 「역마」(驛馬)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들의 더덕·도라지·두릅·고사리들이 화개골에서 내려오고, 전라도 황화물 장수들의 실·바늘·면경·가위·허리끈·주머니끈·족집게·골백분들이 또한 구롓길에서 넘어오고, 하동길에서는 섬진강 하류의 해물 장수들의 김·미역·청각·명태·자반조기·자반고등어 들이 들어오곤 하여 산협(山峽)치고는 꽤 은성한 장이 서기도 하였으나 […]

그곳이 그렇게 언제나 그리운 것은 장터 위에서 화갯골로 뻗쳐 앉은 주막마다 유달리 맑고 시원한 막걸리와 펄펄 살아 뛰는 물고기의 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주막 앞에 늘어선 능수버들가지 사이사이로 사철 흘러나오는 그 한 많고 멋들어진 진양조 단가, 육자배기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화개장터는 김동리가 말하는 시골장터의 모습은 사라졌다. 지금의 화개장터는 옛 시장 터에 복원한 재래식 시장일 뿐이다.

화개장은 본래 화개천이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열리던 장이다. 섬진강에서 돛단배가 들어올 수 있는 최상류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런 지리적 특징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장터가 들어서게 되었다.

화개장은 영남과 호남의 경계에 있으나 행정구역상으로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소속되어 있다. 원래는 5일장이다. 조선 시대 때부터 지리산 일대의 산간 마을들을 이어주는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섬진강 물길을 이용해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이 시장에 모여, 내륙에서 생산된 임산물 및 농산물과 남해에서 생산된 해산물들을 서로 교환했다고 한다.

현재의 화개장터는 옛 화개장터에 면적 9,917㎡에 17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전통 가옥, 저잣거리와 난전, 주막, 대장간 등 옛 시골장터 모습을 복원했고,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을 곁들여 2001년 봄에 개장했다.

 

화개(花開) 장터는 말 그대로 꽃이 만발하는 장터라는 말이다. 그 꽃은 봄철에 만날 수 있다.

화개 장터에서 섬진강을 건너 전라도 쪽으로 난 길은 봄에 벚꽃으로 유명하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벚꽃 군락지이다. 매년 4월 열리는 화개장터 벚꽃 축제에 맞추어 이곳을 찾으면 섬진강변에서 시작되어 터널을 이룬 벚나무를 만날 수 있다.

제첩국도 일품이다. 섬진강 하류에 나는 제첩으로 만든 국은 해장에도 일품이다.

 

조영남의 노래가 먼저 나왔다. 조영남의 화개장터는 1988년에 발표됐는데, 지금의 화개장터는 2001년에 복원되었다. 조영남이 노래하지 않았으면, 화개장터가 그렇게 관광지로 복원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사진=김인영

 

화개장터를 다녀오면서 느낀 서운함 감정으로 조영남의 노래를 다시 음미해 보았다.

 

<화개장터>

(1절)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헤이!)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광양에선 삐걱삐걱 나룻배 타고 산청에선 부릉부릉 버스를 타고[3]

사투리 잡담에다 입씨름 흥정이 오손도손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헤이!)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 모두 이웃 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 받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개장터

 

(2절)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헤이!)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오시면 모두 모두 이웃 사촌

고운 정 미운 정 주고 받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개장터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 /사진=김인영
▲ /사진=김인영
▲ /사진=김인영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