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노닐던 철원 고석정(孤石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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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노닐던 철원 고석정(孤石亭)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1.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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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이 깎아낸 U자곡…조선 명종때 임꺽정이 칩거하던 곳으로 유명

 

강원도 철원 고석정(孤石亭)의 첫 자 ‘고’는 ‘옛 고’(古)도 아니고 ‘높을 고’(高)도 아니고, ‘홀로 고’(孤)를 사용한다. ‘외로운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라는 뜻이다.

27만년전 신생대기에 분출한 화산 용암이 철원평야를 형성하고, 그 위에 북한 평강지역에서 기원한 한탄강이 흘러 내리면서 만들어낸 협곡이다. 미국 콜로라도의 그랜드캐년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졌다. 고석정 일대의 수평면은 용암대지이고, 절벽면은 현무암이다. 수차례의 화산폭발로 용암이 철원 평야를 덮었고, 한탄강이 20여만년을 흘러 U자 계곡을 깎아냈다.

이 20여만년의 세월을 외롭게 지켜낸 정자와 바위가 고석정이다. 철원군의 설명에 따르면 고석정(孤石亭)은 이름만 놓고 보면 정자만을 뜻하나 통상적으로 강 한가운데 20m 높이로 우뚝 솟은 커다란 화강암 바위와 그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 군락을 말한다고 한다.

고석정은 자연이 만들어낸 명승지다. 태백산에서 삼척으로 내려가는 곳(나한정)에 생긴 협곡과 함께 지질학 또는 지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부 자료가 된다.

한탄강 한폭판에 거대한 기암이 천연덕스럽게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에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른다. 강물이 이 곳에 와서 깊고 푸르며 굴곡이 심한 천연의 곡선을 이룬다. 강 주변에 깎아지른 절벽이 산수화처럼 아름답게 서 있다.

옛 정자는 6·25 때 소실되고, 지금의 정자는 1971년 재건한 것으로, 규모와 형태는 전과 비슷하나 재료는 콘크리트가 추가되었다.

 

 

고석정이란 이름은 신라 진평왕이 철원지역을 순회하다가 이곳에 들러 지었다고 전해진다. 앞서 진흥왕이 한강 하류 유역을 지배한후 진평왕이 이 지역을 순수(巡狩)하며 영토관리를 했던 것 같다. 진평왕은 한탄강 중류 철원 일대를 순시하다가 처음 10평 정도 규모의 2층 누각을 지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고려시대 승려 무외(無畏)가 「고석정기」(孤石亭記)를 지었는데, 거기에는 “철원군 남쪽으로 만여 보를 가면 신선(神仙)의 구역이 있는데 고석정이라 한다. 그 정자는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일어나 높이가 3백 척 가량 되고 주위가 10여장(丈) 쯤 된다”라며 신선의 구역으로 표현했다.

고석정에는 고려 충숙왕과 조선조 태종·세종·문종 등 역대 왕들이 자주 들렀다고 전한다.

 

▲ 철원 고석 바위(고석정) /사진=김인영

 

고석정에는 조선시대 임꺽정(林巨正, ?~1562) 관련 전설이 전한다.

양주(楊州)의 백정 출신 임꺽정은 의기가 있고 뜻이 굳었지만 신분이 천민인 것을 한탄해 1559년(명종 14)부터 대적당(大賊黨)을 만들어 동지들을 규합하고 두목이 된다. 그로부터 1562년까지 3년동안, 임꺽정은 황해도 구월산과 서흥·신계를 중심으로 관청이나 토호·양반집을 습격해 재물을 빼앗았다. 임꺽정은 3년 이상을 버텨 냈지만, 관군의 토벌이 강화되면서 1562년 1월 체포되어 생을 마감한다.

임꺽정은 관군에 쫓겨 이곳 고석바위 안 석굴로 대피하고, 수시로 꺽지로 둔갑해 한탄강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임꺽정은 이 곳에 칩거하면서 조공물(朝貢物)을 탈취해 빈민을 구제했다고도 한다.

고석바위 정상에서 오른쪽 뒤로 돌아가면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면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벽면에 ‘유명대(有名坮)’, ‘본읍금만(本邑金萬)’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지만 언제 누가 새겼는지는 알 수 없다. 거기에는 또 높이 100㎝, 폭 40㎝, 깊이 20∼40㎝의 직사각형 감실(龕室)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진평왕이 세운 비가 있던 자리라고 하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 고장 사람들은 고석정을 꺽정바위로 부르며 고석정의 형상이 마치 임꺽정이 신고 다니던 장군화를 닮았다고 믿고 있다.

고석정 일대는 여름철에는 래프팅과 캠핑 장소로, 겨울철이면 두루미 탐조여행과 얼음트레킹의 메카로 유명하다. 1971년 강원기념물 제8호로 지정되었다.

 

철원은 분단의 현장이다. 평화전망대에서 북녘을 보면 백마고지와 평강고원이 보인다. 그리고 우리측 철책과 북한측 철책이 뚜렷히 보인다.

 

▲ 고석정을 지나는 한탄강 /사진=김인영
▲ 철원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북분단지역 /사진=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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