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면 또 쌓고…백담사의 소원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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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면 또 쌓고…백담사의 소원탑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1.20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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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돌을 올려 소원을 빌어 보자

 

▲ 백담사 입구 /사진=김인영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는 백담사(百潭寺)는 절도 좋지만 계곡도 아름답다. 가파르고 굽이치는 계곡 사이로 외길을 내고 그곳을 운행하는 백담사행 버스기사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제일로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릴 만점이다.

백담사 가는 길은 백담사 유로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개인 자가용의 운행을 막기 때문이다. 길이 좁고 험해 개인차량 운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두어시간이 걸린다.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는 7km, 버스시간으로는 20분 정도 걸린다. 일단 버스를 타기로 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도 두시간 정도 걸렸다. 차리리 걸어갈 걸, 후회도 했지만 지리한 기다림 후에 마침내 순서가 돌아와 버스에 올랐다. 33인석 좌석이 모두 차면 버스는 움직인다. 버스가 차면 그 다음 사람은 다음 차를 기다려야 한다.

차창가에 스치는 절경을 보는 즐거움과 계곡을 굽이 돌아가는 버스의 아찔함에 젖어 있다 보면 어느새 백담사 입구 종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5분여 걸어가면 백담사가 나온다.

 

▲ 백담사 전경 /백담사 사이트

 

담(潭)은 연못을 의미한다. 강(江)이나 내(川)가 흐르다가 웅덩이를 만드는데, 그것을 담(潭)이라고 하고, 또다른 말로 소(沼)라고도 하다. 백담이란 100개의 물 웅덩이가 있다는 말이다.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100개의 웅덩이를 만드는 곳에 만들어진 사찰이라는 뜻이다.

설악산 자락에 묻혀 있는 이 가람은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선생이 의병운동과 동학운동에 가담했다가 설악산으로 피신해 수계하던 곳이다.

한용운 선생은 지은 ‘님의 침묵’(1926년작)의 구절이 떠오른다.

 

“님은 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백담사는 ‘님의 침묵’과 함께 하는 절이다. 인근에 만해마을, 만해기념관, 만해당, 만해교육관등이 있어 한용운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물러난후 5공 청산 소용돌이 속에서 이 사찰에 은거한 사실로도 유명하다.

 

▲ 백담사 다리위의 인파 /사진=김인영
▲ 백담사 다리 /사진=김인영

 

백담사는 내설악에 대표적인 사찰이다.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지는 곳에 세워져 있어 내설악을 오르는 기점이 된다.

설악산 신흥사 말사이며, 뒤편으로 등산로를 따라가면 다섯 살 동자 스님의 깨달음이 전해지는 오세암(五歲庵)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봉정암(鳳頂庵)이 부속사찰로 자리잡고 있다.

 

사찰은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자장(慈藏)스님이 한계리에 창건해 한계사(寒溪寺)라 불렀다고 한다. 그후 이 절은 수차례 화재를 당했다. 소실된 기록만도 7번이나 된다. 그때마다 터를 옮기고 이름을 바꾸었다.

어느날 주지 스님의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 대청봉에서 절까지 웅덩이(潭) 수를 세어보라고 했다. 주지가 다음날 대청봉에서 내려오며 웅덩이 수를 세었더니 100개가 되었고, 그 이후 절 이름을 백담사라고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더 이상 화재가 나지 않앗다고 한다. 하지만 1915년에 또다시 불이나 건물 70여 칸과 범종, 경전을 태운 일이 있었다.

 

뒤편 계곡에는 수많은 소원탑들이 올망졸망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곳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망을 쌓은 것이다. 지금도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들이 냇가에 돌을 주워 탑을 쌓고 있다. 여름에 큰 물이 나면 다 휩쓸려 갈 터인데, 그래도 오늘의 소망을 쌓고 있는 것이다. 허물어지면, 또 쌓아 올리고, 쌓다 무너지면 다시 쌓아 올리고…. 우리의 소망은 그런 것이다. 허물어질 것을 알면서 쌓고, 허물어지면 다시 쌓고…, 마치 저 백담사 계곡에 가득찬 소원탑처럼.

 

▲ 소원탑들 /사진=김인영
▲ 소원탑들 /사진=김인영
▲ 소원탑들 /사진=김인영

 

어느덧 어두워 졌다. 막차를 탈 것이냐, 걸어갈 것이냐를 고민했다. 걸어가기로 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두어 시간 내려오면서 후회를 했다. 서서라도 막차를 타고 내려올 것을…. 하지만 깨달음은 있었다. 사바세계란 이리 어두운 것이라는 사실을,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 속에 희미하게 드러난 길을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 백담사 뒤편 계곡 /사진=김인영
▲ 백담사의 겨울 /백담사 사이트
▲ 백담사 현판 /백담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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