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짜오! 베트남] 베트남의 2023년은 토끼 해가 아니라 '고양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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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짜오! 베트남] 베트남의 2023년은 토끼 해가 아니라 '고양이 해' 
  • 호치민(베트남)=강태윤 통신원
  • 승인 2023.01.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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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윤 통신원
강태윤 통신원

[호치민(베트남)=강태윤 통신원] 호치민 시티의 시청 앞에는 응우옌후에(Nguyen Hue) 라는 큰 광장이 있다. 길이 600미터의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며, 특히 중요한 축구경기 단체응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베트남 설날인 뗏 연휴가 시작된 지난 20일, 이 곳 응우옌후에 광장에는 고양이 조형물과 꽃들이 어우러지는 '응우옌후에 꽃의 거리'가 개장되었다.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 및 외국인 관광객들이 뗏 연휴를 맞아 이 광장을 찾아 조형물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이 행사의 주요 주제는 고양이 이다. 많은 크고 작은 고양이 조형물들이 꽃들과 함께 만들어졌다. 한국은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이고, 중국, 일본 등도 모두 2023년을 토끼의 해라고 하는데, 같은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은 2023년이 토끼의 해가 아니고 고양이 해이기 때문이다. 호치민 시티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각 성에서는 경쟁적으로 고양이 조형물을 전시하면서 고양이 해를 축하하고 있다.

왜 베트남은 토끼해가 아니고 고양이 해일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학자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대형 고양이 조형물이 전시된 응우옌 후예 광장. 사진=강태윤 통신원

12간지는 동북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까지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12간지의 동물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용 대신 물고기를, 카자흐스탄에서는 용 대신 달팽이를 사용하고, 인도에서는 닭 대신 공작을 사용한다.

베트남이 12간지 중 토끼대신 고양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연 환경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특유의 열대지역으로 덥고 비가 많이 내려 습도가 높으며, 지리적으로 부드러운 풀이 많은 초원이라기 보다, 억센 풀과 나무가 많은 초목지대이다.

이는 토끼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못되며, 실재로 베트남에서는 토끼를 보기가 쉽지 않으며, 고양이는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연환경이 토끼대신 고양이를 선택한 결정적인 사유라고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다.

대형 고양이 조형물이 전시된 응우옌 후예 광장. 사진=강태윤 통신원
대형 고양이 조형물이 전시된 응우옌 후예 광장. 사진=강태윤 통신원

베트남 자전에서 고양이는 마오(베트남 발음 mao, 한자 卯)이며, 같은 발음의 한자가 중국자전에서는 토끼(중국어 발음 mao, 한자 描)이다. 즉 두 동물은 같은 발음인 마오(mao)이며, 이를 착안해 베트남은 12간지의 토끼대신 베트남의 현실에 맞는 고양이를 취했다고 보는 것이 그나마 설득력 있는 사유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문화를 도입하고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베트남은 무조건 수용은 지양해 왔으며, 베트남의 자주성 및 독창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12간지의 토끼대신 고양이를 취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사유가 무엇이든, 개와 함께 반려동물의 대명사인 고양이의 친근한 모습이 베트남의 설날 분위기와 어울려 사람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강태윤 베트남 통신원은 성균관대 무역학과 졸업 후 LG상사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2년부터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일하면서 생활하고, 현재는 베트남 호치민 시티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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