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연대기 II] 위기의 '포켓몬' 살린 두 구원투수들 – 포켓몬스터의 탄생 (6)
상태바
[콘텐츠 연대기 II] 위기의 '포켓몬' 살린 두 구원투수들 – 포켓몬스터의 탄생 (6)
  •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3.01.23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켓몬스터, 당시 영세했던 게임 프리크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대작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회사가 사는 절체절명의 상황
꺼져가는 프로젝트를 살려낸 두 구원투수
포켓몬 북미판 광고. 게임 보이의 게임 케이블의 통신 기능을 활용한 통신 플레이는 포켓몬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였지만, 미야모토 시게루의 도움이 없었다면 구현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진=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포켓몬 북미판 광고. 게임 보이의 게임 케이블의 통신 기능을 활용한 통신 플레이는 포켓몬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였지만, 미야모토 시게루의 도움이 없었다면 구현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진=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학부 겸임교수] 미야모토 시게루는 마리오의 아버지란 이명을 가지고 있으며 슈퍼 마리오라는 닌텐도 더 나아가 일본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게임을 프로듀싱한 사람이다.

그는 초기 게임 산업의 형성기에서 매번 과감한 결정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였고 그의 게임 체인저적인 기질은 20대의 젊은 게임 개발 서클이 모여 만든 ‘캡슐 몬스터’라는 게임의 프로듀싱에 관여할 때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타지리 사토시를 비롯한 많은 포켓몬 개발자들은 포켓몬스터라는 게임이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거대한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공신으로 미야모토 시게루를 꼽는 것을 주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가 고민에 빠진 게임 프리크 팀에게 준 단순한 그 아이디어는 포켓 몬스터의 역사 아니 세계 미디어 프랜차이즈의 시장 흐름을 바꾼 아이디어가 됐다. 

"게임을 두개 내면 되지 뭐"

게임 프리크의 캡슐 몬스터 기획이 닌텐도로부터 환영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지원 소프트가 많지 않았던 게임 보이의 통신 기능을 활용하고 이를 사용자들 사이에 정착시키기 위해 제안했던 ‘몬스터 트레이드’라는 기획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발이 진척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결국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다 보면 모든 몬스터들을 다 모으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몬스터 트레이드를 할 이유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게임 프리크는 캡슐 몬스터의 메인 기획이라 할 수 있는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 내야만 했지만 딱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게임 개발 회사에 시간은 곧 비용의 누적이었고, 개발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채산성이 약화된다는 의미였다.

포켓몬스터는 결국 미야모토 시게루의 아이디어 대로 레드/그린(북미판에서는 블루) 로 발매된다. 광고 내용에서도 빨강을 살까 녹색을 살까, 조금 다르다고 라고 하며 두가지 버전이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 사진=패미콤 시대 홈페이지 캡처
포켓몬스터는 결국 미야모토 시게루의 아이디어 대로 레드/그린(북미판에서는 블루) 로 발매된다. 광고 내용에서도 빨강을 살까 녹색을 살까, 조금 다르다고 라고 하며 두가지 버전이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어떻게든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다른 것들을 진행할 수 있었기에 이 문제는 거대한 돌덩이 같이 그들의 길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고민이 깊어가던 시점에 이 풀리지 않는 퍼즐의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때 맞춰 등장한 구원투수는 바로 미야모토 시게루였다.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아주 심플하게 대답했다. “게임 버전을 두 개 내면 되지 않을까”

당시의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게임을 두가지 버전으로 출시한다는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포켓 몬스터 프로듀서의 직책으로 그 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통해 포켓몬스터라는 세기의 프랜차이즈 향방을 바꾸었다.

바로 게임을 두 개 발행하는 형태로 인해 늘어나는 게임 제작 비용에 대한 승인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심플했다. 이미 알려진대로 포켓 몬스터의 첫 게임 보이용 게임은 ‘포켓 몬스터 레드’와 ‘포켓 몬스터 그린’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이는 단순히 게임 패키지를 두개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안에 담겨 있는 포켓몬들의 종류가 조금씩 다른 게임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들이 의도했던 대로 게이머들은 게임 보이의 통신 기능을 통해 몬스터 트레이드와 대결을 즐기게 되었고 이는 당시 초등학생 들 사이에 포켓 몬스터가 큰 유행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포켓몬 3인방 중 한 명인 마스다 준이치. 음악가였던 그가 어깨 너머로 짬짬이 배웠던 프로그래밍이 포기 직전의 프로젝트를 살리는데 큰 힘이 됐다. 사진=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포켓몬 3인방 중 한 명인 마스다 준이치. 음악가였던 그가 어깨 너머로 짬짬이 배웠던 프로그래밍이 포기 직전의 프로젝트를 살리는데 큰 힘이 됐다. 사진=닌텐도 홈페이지 캡처

음악가, 프로그래머로 전직하다

게임 프리크가 ‘퀸티’를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년정도였지만 ‘캡슐 몬스터’는 분명 ‘퀸티’보다는 더 많은 개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게임 개발 기간이 점점 길어지자 그다지 재정적으로 풍부하다고 할 수 없었던 게임 프리크의 재정 상황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타지리 사토시는 이러한 재정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게임 잡지와 책을 출판하는 작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닌텐도로부터 개발 외주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이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캡슐 몬스터의 개발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일이었고 이는 매일 같은 잔업을 강요하는 혹독한 일정이었다. 직원들은 불평하기 시작했고 애써 뽑은 프로그래머들을 포함한 직원들은 가혹한 업무량에 회사를 그만두기 시작했다.

캡슐 몬스터 개발을 위해 개발 외주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이로 인해 개발자들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동안 캡슐 몬스터 개발을 위해 축적된 노하우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임은 1993년에 이르러서도 출시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이 때문에 직원들이 그만두는 등의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었다. 

타지리는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는 고민 끝에 직원들에게 캡슐 몬스터 프로젝트의 존폐를 묻는 투표를 했다. 남은 직원들은 열정적이었다. 그들은 캡슐 몬스터가 자신들의 미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남은 직원 80%가 찬성하는 것으로 캡슐 몬스터 프로젝트는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 인력은 부족했고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개발자를 뽑는다고 해도 메인 개발자들이 바뀐다면 지난 3년 간 개발한 코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프로그래머라면 다들 알겠지만 다른 사람이 만든 코드를 처음부터 이해하는 것보다 새로 짜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어려움에 빠진 캡슐 몬스터 프로젝트에 또 한 명의 구원투수가 나타난다. 생각치도 않은 사람이었다. 당초 포켓 몬스터 3인방 중 하나였던 마스다 준이치는 음악 쪽의 인력으로 프로그래머가 아니었다.

그는 그 동안 짬짬이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게임 음악의 작곡과 함께 프로그래머로서의 업무도 수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참조한 게 바로 지난 3년 간의 캡슐 몬스터의 메인 코드들이었다. 전문 프로그래머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도 캡슐 몬스터의 메인 코드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그의 가세로 인해 개발은 조금이나마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고 사라질 수도 있었던 포켓몬스터의 운명은 다시 한번 살아나게 됐다.

마스다로 인해 한숨 돌리는 게임 프리크 팀이었지만 하지만 이 정도는 앞으로 닥칠 일들을 생각하면 시련 축에도 못 끼는 것이었다. 타지리 사토시와 게임 프리크를 절망하게 하고 포켓 몬스터라는 게임이 이 세상에서 (물리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생각치도 못할 엄청난 고난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