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이 온다] ⑥ 베일 속 LX·LF그룹 장남 승계 '잰걸음'…관건은 '경영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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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이 온다] ⑥ 베일 속 LX·LF그룹 장남 승계 '잰걸음'…관건은 '경영능력'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18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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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장남' 구형모 부사장, 요직·지분 확보…승계 가속
'LF 장남' 구성모, 지주사 LF 지분 확대만

 

구본준 LX홀딩스 회장과 구본걸 LF그룹 회장의 장자 승계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질지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사진제공=LX그룹(왼쪽), LF그룹

 

국내 재계를 이끄는 오너 3·4세가 속속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1980년대생인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자신만의 경영 행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980년대생 '뉴 오너'들은 누구며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범(凡)LG가'로 분류되는 LX와 LF그룹의 장남이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범 LG가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승계 시곗바늘도 빠르게 움직인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들의 경영능력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LX그룹 싱크탱크 MDI 대표된 구형모

조금 더 명확한 승계 그림을 그려가는 쪽은 LX그룹이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맏아들 구형모 부사장은 신설 회사 LX MDI의 지휘봉을 맡으며 2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5월 상무로 LX홀딩스에 입사한 구 부회장은 입사 1년도 안 된 지난해 3월 전무로 승진했다. 1년7개월 만에 두 단계 올라섰다. 이어 지난해 12월1일부로 LX홀딩스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이동해 신설된 LX MDI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서동현 LX판토스 상무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LX MDI는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하우시스, LX MMA, LX판토스에 이어 LX의 6번째 자회사로 그룹 자회사의 경영 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육성, 사업 리스크 예방 등 LX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부여 받았다. LX홀딩스는 구 부사장을 선임한 배경으로 지주사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있으면서 그룹 내 주요 경영이슈를 관리하고 성장전략을 주도하는 등 LX그룹 조기 안정화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유리공업 및 포승그린파워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추진했고, 지주사 2대 주주로서 그룹의 미래구상 등에서 강한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승계를 위한 지분도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정보공시에 따르면 구 부사장의 지주사 LX홀딩스 지분율은 11.92%다. 부친인 구 회장의 19.99%에 이어 2대 주주다. 구 부사장은 2021년 12월24일 구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 지분 85만주(11.15%)를 증여 받았다. 

짧은 시간 내 그룹 내 주요 요직과 2대 주주의 반열에 올랐지만 구 부사장은 지금까지 사진 한 장 노출된 적이 없을 정도로 베일에 감춰져 있다. 때문에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라 붙는다. 

1987년생인 구 부사장은 2014년 4월 LG전자 경영기획팀에 대리로 입사한 후 선임(차장급), 책임(부장급) 등을 거친 뒤 일본법인에서 근무하며 경영전략과 신사업 아이템 발굴 등 업무에 주력했다. 당시 LG전자는 "구형모 씨는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를 다닌 경력을 인정 받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분만 늘리고 있는 LF그룹 장남 구성모

구본걸 LF그룹 회장은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장자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금융공시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고려디앤앨은 지난 3일부터 4일과 5일까지 삼거래일 연속 장내매수를 통해 지주사인 LF 주식을 사들였다. 이로써 202만6128주의 LF 주식을 확보한 고려디앤앨의 지분율은 6.93%로 높아졌다. 구성모 씨의 LF 지분 1.18%를 크게 앞선다. 

조경 사업을 하는 고려디앤앨(옛 고려조경)은 구 회장의 아들 구성모 씨가 지배하는 회사다. 지난해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한 뒤 사명을 고려디앤엘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LF네트웍스는 LF 주식을 모두 고려디앤엘에 넘겼다.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도 LF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해우촌(옛 태인수산)은 구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미 김 제조 회사다. 18일 기준 LF 보유 지분율은 1.59%다. 해우촌은 2021년 상반기 30만9564주(1.06%)를 집중적으로 매집하는 등 꾸준히 LF 주식 비중을 늘렸다. 지주사 지분율 19.11%를 보유한 구 회장이 굳이 100%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을 확대한 배경으로 승계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승계 과정에서 해우촌과 고려디앤앨을 합병해 구성모 씨의 지분율을 높인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다만 1993년생인 구성모 씨는 현재 회사 경영에 나서지 않고 있고 있어 곧바로 경영권을 승계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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