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의 이유있는 강세...언제까지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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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증시의 이유있는 강세...언제까지 이어지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3.01.17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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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대비 유럽증시 상승률 높아...英 증시는 사상 최고치 근접
천연가스 가격 급락 및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증시 상승세 이끌어
당분간 상대적 강세 흐름 이어질 듯...속도 조절 가능성은 열어둬야
최근 유럽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유럽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유럽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심상치가 않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지역의 겨울철 에너지 대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섞인 시각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유럽증시 상승률이 미 증시를 훌쩍 웃도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럽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철 날씨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한데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유럽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유로화 가치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英 증시 사상 최고치 근접...천연가스 급락 속 유럽증시 랠리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일대비 0.20% 오른 7860.07로 거래를 마감, 2018년 5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7903.50)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올해 들어 단 두차례를 제외하고는 연일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고, 연초 이후 상승률은 9.6%에 달한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도 각각 8.8%, 8.7% 수준이다.

미 증시와 비교해보면 유럽증시의 강세 흐름은 더욱 두드러진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90일 동안 달러 기준 MSCI US 지수 대비 MSCI 유럽 지수는 약 19% 가량 웃돌고 있으며, 이는 3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증시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펼친 미 증시에 비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뒤처졌다"며 "지난해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는 유럽 증시가 미 증시보다 빠르게 반등하도록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유럽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다. 이 때 주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했던 것이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세였다. 

천연가스 가격이 8월말 정점을 찍은 후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유로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비해 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까지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유럽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한 달 간 약 50% 가량 급락했다. 에너지 비용이 크게 줄자 유럽 지역의 소비가 개선되면서 유럽 경제 회복 또한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유럽 증시의 강한 반등 배경의 중심에는 뭐라 해도 천연가스 가격 급락이 있다"며 "천연가스 급락발 물가 압력 둔화, 시중금리 하락, 그리고 각종 체감지표의 저점 통과 등 천연가스 가격 급락의 효과가 순차적으로 가시화되고 있음이 연초 주가 랠리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리오프닝 따른 유럽 경기회복 기대감도 커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 또한 유럽증시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독일 전체 수출 중 7.6%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은 2022년 1~11월에는 전년동기대비 3.6%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하반기인 7~11월에는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12.8%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의 폐쇄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로권 경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중국의 리오프닝 정책이 유럽 경제에는 상당한 호재가 됨을 의미한다.

박 연구위원은 "연초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대중국 수출 회복은 직간접적으로 독일 등 유로존 경기 반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은 유럽의 명품 관련주와 여행 및 항공주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LVMH) 주가는 연초 이후 14.21% 상승했으며, 에르메스 주가와 구찌 모기업인 케링의 주가는 각각 10.6%, 16% 상승했다. 

독일 여행 그룹인 투이(TUI)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24%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쇼크를 경험했고,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통해 실물 경기의 자체적인 긴축을 진행해왔지만, 이제는 그 구도가 역전되는 중"이라며 "생각보다 유럽의 겨울은 따뜻하고 중국은 이제 빗장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가 하향 추세를 그리기 시작한 미국과 달리 이들의 경기는 바닥에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며 "유럽의 겨울과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는 1월을 정점으로 재차 안정화될 전망이고, 실물 경기에서도 본격 회복세가 확인될 수 있는 국면이 도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유럽 증시 랠리에 일조하고 있다. 유로화 반등을 이끄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달러화의 약세다. 증권가에서는 달러화의 추가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로화 가치는 추가적인 상승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럽 증시 랠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분간 유럽증시 상승 흐름 이어질 듯...숨고르기 가능성은 있어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개선된 투자심리를 바탕으로 당분간 유럽 증시가 미 증시 대비 상대적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 선임 투자 분석가인 수잔나 스트리터는 "투자자들은 영국 자산에 다시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중국의 재개장에 주목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고 언급했다. 
최근의 움직임이 본격적인 유럽증시의 강세 흐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닥을 벗어났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US뱅크는 노트를 통해 "최근 유럽증시의 흐름이 앞으로의 유럽 증시의 우수한 성과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부진의 끝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증시가 V자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경기의 V자 반등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숨고르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 연구위원은 "유럽증시는 V자 경기반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V자 반등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유럽 지역을 포함해 유럽 내 물가 압력이 둔화되는 동시에 경기가 저점을 탈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이에 따른 ECB의 추가 긴축 리스크는 유럽 경기의 V자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반기 중 유럽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예상하지만 현재의 랠리 속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럽 증시의 숨고르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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