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이 온다]④ 코오롱 4세 이규호 대표, '모빌리티'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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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이 온다]④ 코오롱 4세 이규호 대표, '모빌리티' 승부수 통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16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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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모빌리티 1일부로 인적분할
2025년까지 매출 3조 6000억원 목표
사업부문 전문화·집중투자 등 책임 경영 나서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제공=코오롱모빌리티

국내 재계를 이끄는 오너 3·4세가 속속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1980년대생인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자신만의 경영 행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980년대생 '뉴 오너'들은 누구며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계묘년 첫 날인 1월1일부로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사업부문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분할을 선택했다. 변경상장과 재상장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이번 인적분할을 보는 재계의 시선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사장의 책임경영으로 쏠린다. 

1984년생인 이 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2017년 지주회사 ㈜코오롱 상무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전무로 올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 이후 2020년 말부터 코오롱글로벌로 옮겨 부사장으로서 자동차부문을 담당해왔다. 당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등 지난 2년여 간의 그 공을 인정 받아 지난해 BMW본부장인 전철원 부사장과 함께 사장으로 승진했고, 코오롱모빌리티 각자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25년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신사업 연간 매출 목표치는 4000억원으로 이 사장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미래성장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축, 재무역량 강화 등을 담당한다. 코오롱그룹은 향후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에 집중투자를 단행하고 독립 경영으로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한다는 목표다. 

왜 지금 인적분할인가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이사회에서 건설과 상사 부문의 코오롱글로벌과 자동차부문의 신설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기존 건설 및 상사 부문, 코오롱스포렉스와 그 외 자회사는 존속법인인 코오롱글로벌에 남으며 BMW와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의 유통 및 판매는 신설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분할했다. 보유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사업을 75대25의 비율로 인적분할하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신설 및 재상장한다. 

코오롱그룹 측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으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 기업과 주주 가치를 높이려 한다"고 인적분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수입차 유통 및 판매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신설법인은 SUV와 EV(전기차) 영역에서 신규 브랜드를 확보해 '멀티브랜드'를 구축하고 기존 유통 사업에 더해 '구독 사업'과 중고차 사업을 영위, 모빌리티 관련 밸류체인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회사의 공식적인 설명과 달리 재계에선 이번 인적분할이 이 사장의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무대가 본격적인 닻을 올린 것으로 해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코오롱그룹은 코오롱글로벌에 대한 지주사 지분을 이미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인적분할을 단행했다"면서 "그 배경엔 이규호 사장이 보유한 코오롱글로벌 지분이 0%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이든 쉽게 가져선 안된다'는 이웅렬 명예회장의 신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오롱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지분과 경영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코오롱의 지분율은 49.74%에 달한다. 

실제로 이 명예회장은 2018년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은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엔 "자기가 직접 (경영권을) 빼앗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이 사장 스스로 경영 성과를 통해 능력을 입증해야 지분 승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코오롱그룹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가 흐름에 쏠린 눈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오는 31일 재상장한다. 이 사장이 목표한 성과를 거두며 차기 총수 후보로 자격을 갖춰나갈지 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신설법인은 비전 및 목표 달성을 위해 독립적 경영으로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췄다"면서 "(이 사장이) 코오롱에서 미래성장사업 등 여러 미래 먹거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경영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재상장 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주가 향배다. 

사업 환경적인 측면으로 보면 국산차 판매시장의 성장율은 지난해 마이너스(-) 0.4%로 뒤걸음질했다. 반면 수입차 시장은 9.5%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6만619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년동안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등록 대수(6만5148대)를 넘어선 수준이다. 지난해 1~11월 전체 수입차 판매는 25만224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고가 수입차는 평균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2만9148대), BMW(2만565대), 포르쉐(7921대), 아우디(3389대), 랜드로버(1686대) 순이었다. 

고가 수입 친환경차와 승용형 다목적차(SUV)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지난해 완성차업계의 차량 가격이 줄인상되면서 고가 수입차의 판매량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1~11월 1억원이 넘는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45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4.2%나 늘었다. SUV 인기도 고가 수입차 판매를 늘린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동급 차량일 때 SUV가 세단보다 1000만~2000만원 이상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건설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분양 축소 등에 따라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주택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할인 분양 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현금흐름 저하와 재무부담 증대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성장세가 예상되는 모빌리티 부문을 취하는 대신 건설 부문을 인적불할로 떼어내면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인 셈이다.

증권가의 전망도 비슷하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이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모빌리티의 주가 전망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기존 주력 부문인 건설과 자동차 모두 양호한 실적을 보여왔고 특히 자동차 부문은 BMW 판매와 AS 모두 장기간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가치 평가에서 배제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분할을 통해 자동차 부문의 가치 평가만 제대로 받는다면 현재 목표주가 이상의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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