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 장관의 암호화폐 발언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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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 장관의 암호화폐 발언 소동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8.01.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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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통화시장에서 한국 비중 커…변동성 다시 확인시킨 계기

 

한국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세계 금융시장에 이렇게 충격을 준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한국이란 나라가 그만큼 경제 규모가 커졌다고 자부할 일은 아니다. 한국인들의 투기정도가 세계적이라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발언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비트코인, 이서리움등 암호통화시장이 일제히 급락했다.

박 장관은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도 굉장히 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매우 위험한 거래라는 사실을 계속 경고하는데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가 대단히 위험하고 버블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것이 기본적인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해말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에 관한 법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때엔 설마 했다가 이날 발언을 보고서야 폐쇄가 사실로 다가오는 것으로 절감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암호통화 시장에서 투기거래를 하는지를 살펴보자.

 

▲ /블룸버그통신 캡쳐

 

(자료:This Is Where People Are Buying Bitcoin All Over the World, Bloomberg)

 

앞의 그래프는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12월 15일 만든 차트다. 기간은 2016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1년 4개월이다.

한국사람들이 암호통화에 참여한 흔적이 드러나는 것은 지난해 1월부터다. 앞서 중국 위안화가 비트코인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가 중국정부의 거래금지 방침에 따라 시장에서 빠져나온 다음에 한국사람들과 일본사람들이 시장에 참여했다. 그때부터 1년 동안 비트코인의 경우 20배 가까이 뛰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이 암호통화 거래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우리보다 많고, 두 번째는 어디일까. 적어도 중국은 지난해초이래 빠져 있다. 반도체와 TV, 조선등 제조업 이외에 금융부문에서 세계 3위권에 들어간 것이 과연 무엇일까.

이보다 좋은 대박이 없다. 지구상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수도 있는 대박이다.

위의 그래프를 잘 뜯어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변동폭이 작은 비트코인 시장에는 일본 엔화가 많이 투자되어 있고, 한국 원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에 비해 투기성이 높은 이서리움에는 엔화 표시 자금이 거의 없고 한국 원화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러 표시자금보다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투기성이 일본사람들보다 높다는 증거의 하나다.

주요 12개 암호통화 투자에 대한 비교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 원화 거래가 미국 달러화 거래보다 많다. 거의 3분의1을 차지한 날도 많다.

이런 대박심리가 김치 프리미엄을 낳았다. 국제가격보다 높은 가격에서 한국에서 거래되는 현상은 누군가가 그 차익을 가져간다는 것이고, 투기가 개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박상기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어떤 상품 거래의 급등락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도 한국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해외의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화가 난 투자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넣어 금감원장 해임, 거래소 폐쇄 반대등을 주장했다. 일부 청원자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300만 투자 인구 대부분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층이며 투기꾼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비경제부처에서 먼저 칼을 빼들고, 경제부처가 따라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일단 방향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청원이 급증하자 청와대가 한발 물러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거래소 폐쇄에 관한 법률을 만들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에는 집권여당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순조롭게 법안처리가 진행되어도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일은 아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될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통과되더라도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는 일이다.

다만 박상기 장관의 발언 파문은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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