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학폭 드라마, 해외에서 인기 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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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학폭 드라마, 해외에서 인기 끄는 이유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14 10:00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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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지난해 11월 한국 OTT 웨이브(Wavve)에서 방영한 시리즈 <약한 영웅>은 해외의 여러 플랫폼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연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을 시작한 <더 글로리>는 공개 2주차에 8248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학폭 소재는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감정 이입에 빠지게 한다. 그런데 해외, 특히 미국 등 서구에서는 학교라는 장소에서 특수폭행이라는 범죄가 벌어지는 현상을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학폭이 신기하다는 게 아니라 범죄가 벌어지는 현장이 학교라는 배경이 낯설지만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이는 그 나라에 학내 폭력이 없다거나 드물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폭이 명확한 범죄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한 후 학교의 규정과 사회의 법률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는 현실을 은유하는 거다.

이와 관련한 개인적 경험이 있다. 필자는 20여 년 전 미국에 체류한 적 있다. 그때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다른 아이가 밀쳐서 다쳤다며 교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 사과가 상대 아이와 부모의 정식 사과를 포함한 거였고 병원 진료도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서 우리나라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법한 일이었지만 규정과 절차가 그러했다.

그러니 학교 안에서 폭력과 갈취를 포함한 괴롭힘이 조직적으로, 게다가 꾸준히 벌어지는 모습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마치 괴이한 풍습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학교와 교사가 이를 방조하고, 때로는 사법 체계가 눈감기까지 하니 얼마나 신기한 모습이었을까.

<약한 영웅>이나 <더 글로리> 관련한 유튜브 콘텐츠들을 보면 왜 학교에 알리지 않는지, 왜 그런 범죄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지 의문을 던지는 다양한 외국어의 댓글을 볼 수 있다. 

한국 물정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말들이 맞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그 정도가 심하든 아니든 폭력이고 범죄이니까.

그런데 학폭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잣대는 피해자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많은 경우 피해자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은 채 오랜 세월을 견뎌야 하는 반면 그런 일이 있었나 싶어 할 정도로 과거를 잊고 사는 가해자도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들이 사적 응징을 통한 복수를 사랑하는 건지도, 사회적 벌칙이 가벼워 사적으로 무거운 벌을 내리는 것에 환호하는 이들이 많은 건지도 모른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학폭 드라마가 소환한 연예인의 학폭

그러고 보면 학폭은 대중문화계와 여러모로 인연이 많은 듯하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드라마 소재로 쓰이는가 하면 어떨 때는 학폭 당사자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학폭 의혹이 제기돼 자숙 중인 연예인들이 있다. 가깝게는 수년 전, 멀게는 십여 년이 넘은 이들의 과거 의혹은 어쩌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이 한국 사회의 학폭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피해자로 주장하는 이는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폭력이 아니었다고 항변하는 사례가 많다.

<더 글로리>의 흥행이 이들 학폭 의혹 연예인의 과거를 다시 소환하는 모습이다. 재기를 모색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악재이겠지만 학폭을 겨냥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폭 소재 드라마를 계획하는 제작진이 유념해야 할 게 있다. 흥미 유발을 위한 자극적 전개는 대중이 모방할 위험이 있고, 사적 응징이 옳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지나친 소재주의 남용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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