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이 온다] ② 정기선 HD현대 사장, 신사업으로 경영 능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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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이 온다] ② 정기선 HD현대 사장, 신사업으로 경영 능력 입증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3.01.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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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조선사 넘어 미래 개척자 변신 선언
수소-자율운항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전념
STX중공업 두고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진검승부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CES 2023에서 연사로 나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재계를 이끄는 오너 3·4세가 속속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1980년대생인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자신만의 경영 행보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980년대생 '뉴 오너'들은 누구며 그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HD현대는 퓨처빌더로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 즉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가전 박람회(CES)에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을 주제로 HD현대의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 현장을 찾은 정 사장은 차기 총수로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범현대가를 대표해 연사로 나서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해 3월 그룹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그의 나이 불혹(40세)에 이룬 성과다. 

1982년생인 정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ROTC 43기로 2005년 2월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병역의 의무를 마친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지만 곧 미국 유학길에 올라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등으로 경력을 쌓은 정 사장은 2013년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다. 2015년 상무, 2016년 전무, 2017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핵심부서를 총괄했다. 2017년부터는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HD현대가 순수지주사로 전환한 뒤 지주사 대표와 함께 그룹의 미래사업을 이끌 미래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 쏟고 있다. 형제자매로는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정선이, 정선예 세 명의 동생이 있다.  

해양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정기선 HD현대 사장. 사진=연합뉴스

'수소'와 '자율운항',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전념

정 사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았다. 그가 제시한 신사업 핵심 키워드는 '자율운항'과 '수소'다. 자율운항 중심에는 '아비커스(Avikus)'라는 자율운항 전문회사가 있다. 2020년 12월 HD현대 사내벤처 1호 기업으로 출범한 아비커스는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6월 SK해운과 18만㎥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 성공을 이끌기도 했다. '하이나스(HiNAS) 2.0'이라는 자율운항 솔루션 기술로 선박을 제어해 대양을 건넌 건 세계 최초다. 아이커스는 대형 상선에 이어 소형 레저보트 등에도 자율운항 솔루션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자율운항을 통해 물류혁신, 자원 조사, 바다 오염원 제거, 해양 생태계 조사 등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이다. 

정 사장은 해양수소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수년 내 액화수소운반 시스템 등 수소사업을 본궤도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소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그린수소 생산과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다. HD현대는 오는 2025년까지 100메가와트(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구축과 세계 최초 2만㎥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사 중 최초로 LPG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선종과 암모니아 운반 및 추진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은 기업부설연구소 산하 수소에너지연구실을 중심으로 그린수소 생산용 엔진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정 사장은 사우디 아람코와 관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5년 전무 시절 아람코의 조선소 프로젝트에 현대중공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전 과정을 챙기기도 했다.

정기선 사장은 “사우디와의 협력관계는 사우디 산업발전과 그룹의 성장을 함께 이루며 오랫동안 지속, 발전해왔다”며 “앞으로도 사우디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올해 CES 2023에서 HD현대의 혁신을 강조했다.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 확 바꾼다"

정 사장은 올해 CES 2023에서 회사의 사업방향을 확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정 사장은 "미래 개척자로 바다를 활용한 사업 방향을 놓고 '근본적 대전환'에 나설 것"이라며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조선업에 치중했던 HD현대가 다양한 해양 산업에 진출해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HD현대그룹은 ▲SMR·해상풍력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오션 에너지' ▲무인화를 비롯한 첨단 미래 선박을 제조하는 '오션 모빌리티' ▲선박·항만·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인 '오션 와이즈' ▲그룹 계열사인 아비커스가 추진하는 선박 자율주행 기술인 '오션 라이프' 등의 4대 사업을 통해 대전환을 진행하겠다는 각오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미국 SMR 업체에 3000만달러(약 380억원)를 투자하며 SMR 사업에 발을 디뎠다. 세밑 해상풍력 사업에도 진출했다. 그룹 전력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이 GE 계열사인 GE리뉴어블에너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파트너십에 따라 두 회사는 GE가 생산하는 초대형 풍력터빈의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HD현대그룹은 해상풍력발전에서 발생한 전력으로 바닷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사업도 전개 중이다. 이 과정에서 GE의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정 사장은 CES 기간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선급협회(ABS)와 자율운항 선박의 기관자동화(HiCBM), 통합안전관제시스템(HiCAMS) 개발·실증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오는 2024년까지 기관자동화시스템과 통합안전관제시스템을 실제 선박에서 세계 처음으로 실증한다.

STX중공업의 선박 엔진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기선 vs 김동관, 불붙은 STX중공업 인수전

정 사장의 경영능력은 STX 중공업 인수전으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선박 엔진 제조 강자로 꼽히는 STX중공업 인수전엔 HD현대그룹에 이어 한화그룹까지 뛰어들었다. 정 사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대결 구도가 형성돼 더욱 흥미롭다. 

STX중공업를 인수한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인수 4년여 만에 STX중공업 지분 47.81%를 매물로 내놨다. STX중공업 시총이 2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매각가는 1000억원대 초반이 될 전망이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과 이중연료(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STX중공업은 DF엔진, LNG엔진, 선박용 저속 엔진 등 분양에서 세계 3위권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정 사장과 김 부회장 모두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HD현대가 STX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현재 보유한 엔진 기술에 접목해 중소형 엔진까지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대형 엔진의 35%를 공급하고 있는 HD현대는 STX중공업을 인수해 중소형 엔진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가 STX중공업 인수로 엔진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조선 사업 부문에서 수직계열화를 시도할 수 있다. 한화가 인수한 대우조선해양은 HD현대와 함께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상선 뿐 아니라 군함과 잠수함도 건조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자체적으로 엔진을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한화 역시 STX중공업 인수가 절실하다. 실탄도 넉넉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한화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333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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