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비 지출 증가에 따라 소련 해체 이후 역대 2번째 대규모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열린 정부 회의에서 작년 재정 적자는 3조3000억루블(약 59조3000억원)로 러시아 경제 규모 대비 2.3% 수준이라고 밝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고 "지정학적 상황과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계획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지난해 재정 수입이 2조 8000억루블 늘었지만 재정 지출이 6조 4000억루블 급증해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했다.

재정 지출의 급증은 아직 세부 지출 내역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군비 지출 증가가 핵심일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재정 적자 때문에 긴급 예산을 사용하고 국채를 발행해야 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전체적으로 지표들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난해 러시아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는 소련 해체 이후 역대 두번째다.

최대 적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경제가 위축된 2020년 발생했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는 많은 서방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재난 수준의 붕괴를 겪을 것으로 전망한 데 비해서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이머 러시아가 올해 군비 지출을 30%가량 늘릴 계획인데다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재정 수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올해도 러시아 정부가 대규모 재정 적자를 낼 전망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작년 12월부터 서방 국가들이 본격 도입한 제재 조치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기 위해 배럴당 60달러 이하로만 원유를 수출할 수 있게 해 기준을 위반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는 해상 운송 보험 등의 서비스를 제한한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가 원유의 시장 공급은 유지하면서 러시아의 재정 수입을 제한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상한제가 아직 시행후 한 달가량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목표 달성을 향한 초기 진전을 이미 봤다고 말했다.

G7은 내달 5일부터는 원유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해서도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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